나가줄래요..!?

EP3. 보고싶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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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투덜대지 말고 빨리와라."

한껏 튀어나온 입술을 겨우 진정시키고선 과장님 옆이아닌 그 반대편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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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애냐? 빨리 안와!?"

유여주

"ㅅ,싫어요!!! 안갈래요! 거짓말쟁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만 과장시끼와 호식이(?)의 놀이에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지 않나. 당해나보라는 심정으로 펭귄처럼 반대편에 서서 뚱하게 과장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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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유여주. 너 지금 장난해!!!"

유여주

(움찔)

어..이게 아닌데...유치하기 짝이없던 과장님은 순식간에 싸늘함을 되찾았고 더 이상 내 소심한 복수는 맞장구가 아닌 바보짓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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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환자 앞에 누워있는 거 안보여!? 한시라도 빨리 살펴봐야 하는데 장난같냐고!!!!"

생각보다 많이 화가 난 모양인지 과장은 그가 가지고 있던 냉랭함을 뿜어내며 나에게 소리쳤고 공기는 이에 맞춰 얼어가고 있었다

유여주

"ㅈ,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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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빨리 옆에 서기나 해."

쭈뼛거리며 난 그의 옆에 다가갔고 빨간 피로 물이 든 침대는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난 이 얼어붙은 공기에 겁을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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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씨발 어떤 인간인지 사람을 피떡으로 만들어놨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려다보니 얼굴을 이미 피범벅이 되어버린 채로 뭉개져있었고 무언가에 찔렸는지 갈비뼈 바로 밑 복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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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여긴 내가 맡을테니까 교수님들 내려오실 동안 니가 옆으로 가있어."

유여주

"ㅈ,저요!?...아..네 알겠습니다"

조금은 두려웠지만 살기 위해서 옆 침대로 향했고 그곳엔 조금 전 내 앞을 지나치던 명찰의 주인, 전정국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다.

또 한번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 정도의 중상이라면 의식이 없어야하는데 비록 중얼거리는 소리만 내더라도 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유여주

"이상해..."

유여주

"...저기요 환자분! 잘 참고 계시니까 조금만 더 버티세요. 지금처럼 정신 바짝차리시면 저희가 잘 치료해드릴께요."

진찰, 수술보다도 중요한 의사의 역할은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전정국, 이 남자의 상태는 심각했고 다르게 표현하자면 살아있는게 용할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런 그에게 난 가장 중요한 내 의무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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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으윽...쿨럭...!!!.....윽..."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피를 토했고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하지만 과장님과 다른 모든 레지들은(레지던트) 함께 실려온 다른 이들을 치료하기에 급급했고 지금 이 남자에게 유일한 희망은 꼬꼬마 의사 유여주 뿐 이었다

유여주

"하씨..어떡해.."

고작해봐야 들어온지 몇주도 안된 인턴인 나는 함부로 환자에게 손을 댈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절망을 꾹꾹 눌러 포장한 희망을 주는 일과 잔심부름이었다

유여주

"아아 왜 아무도 안오는거야..미치겠네"

이 남자를 쳐다보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고 얕은 신음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았다. 결국 난 내가 직접 나서보기로 결심했다

유여주

"으씨 그래봤자 짤리기밖에 더하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눈은 물끄러미 목에 걸려져있는 사원증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여주

"아니야 유여주 사람이 먼저야...하아..."

애써 내 진심을 외면하고 나는 이 남자의 상태를 조금 전 보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유여주

"...."

발로 꽤 많이 채였는지 복부엔 온통 피멍들이 수놓아져있었고 기도로 피가 역류하는 걸 보니 장기파열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기파열은 아주 작은 부상들중 하나일 뿐 이었다. 그의 옆구리엔 피가 철철 넘치는 총상들과 옆구리를 관통한 철근이 남긴 상처들이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벌벌 떨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유여주

"흐으....흐... "

유여주

"ㅇ,윤간호사님!!!! 저 좀...저 좀 도와주세요!!!!!"

난 다급하게 근처를 지나가던 간호사의 팔을 붙잡았고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도움을 청했다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기다리다간 너무 늦어버릴 것 만 같아 우선 총알과 철근에 의한 상처들을 지혈을 하기로 했다

유여주

"으으...떨면 안돼.."

오늘따라 손까지 내 말을 들어주질 않았고 손을 꼬집어보며 총알을 제거할 핀셋을 손안에 꽉 쥐어 붙잡았다.

혈관을 잘못건드리면 끝장이었다

그렇게 단 5분여 만에 총알제거와 지혈을 마쳤고 고정되어 있는 침대의 바퀴를 푸르며 초조하게 교수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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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다 꺼져봐"

그때 민교수님이 응급실로 내려오셨고 수술실로 향할 준비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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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뭐야. 누가..손댔어"

마치 과장님이 그랬듯 민교수님의 표정 역시 냉랭함을 머금고 있었고 교수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번에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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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너냐?"

유여주

"..(꿀꺽)..네...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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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아...너..!!!"

유여주

"ㄱ,급한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단독행동을 인정하는 내 대답에 움찔거린 그의 눈썹에 나도 모르게 구차한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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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너 제정신이야? 돌았냐고!!!!"

유여주

"ㅈ,죄송합니다..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너무 악화되는 것 같아서..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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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아....넌 이따 나 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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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윤간호사. 그 쪽도 수술 끝나고봐"

교수님이 준비를 하러 나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남자에게 작게 말해주었다

유여주

"이제 곧 수술 할 꺼에요..힘내고..미안해요"

잡으며 말했던 남자의 손을 살포시 내려놓으려던 그 순간,

남자가 힘이 빠진 손으로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또 다시 그 작은 중얼거림이 돌아서던 내 귓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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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보..고..싶ㅇ......"

이내 남자의 손은 맥없이 침대 위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내 눈에서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유여주

"ㅎ,환자분!!!!!"

유여주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제발...흐으.."

'보고싶...'이라는 이 말 뒤에 무슨 말이 오는건지 누가 왜 얼마나 흐려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면서까지 그리운건지 그 말을 난 꼭 들어주고 싶어 가슴저림에 난 그렇게 첫 환자에게 눈물을 보였다

단순한 동정인지 동정 그 이상인지 모를 가슴저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