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 신의 손

EP 13. 나한테 그럴 자격이나 있냐고

어느날, 굳게 닫힌 의국의 문.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새어나오고 있었다.

- "...아빠 병원은 안 간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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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이제 와서 나한테 왜 그래요,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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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한 짓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죠. 언젠 거들떠도 안 보더니 이제와서 보니까 좀 아까워요? 내가 좋은 대학, 좋은 병원 들어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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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막 탐나고 뺏어오고 싶고 그래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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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거기 갈 마음 추호도 없으니까 앞으로 전화하지 마요!!

언성을 높인 지민의 손과 목소리가 떨렸다.

원한이 깊이 서린 목소리.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듯한 눈에는 원망, 그리움, 분노, 경멸이 가득 담겨있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지민의 낯선 모습이었다.

지민이 의국에서 누군가와 말싸움을 벌이는 동안, 수술을 끝낸 태형과 남준역시도 피곤한 발걸음을 이끌고 의국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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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점심때 뭐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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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간단히 시켜먹죠~

- "죽은 엄마 생각해서라도 나한테 집착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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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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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지민이 목소리 아냐?

두 사람이 당황해 놀라 머뭇거리는 순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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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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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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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 지민아.

지민은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에 당황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동공이 흔들리는 그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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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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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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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게.. 의도한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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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쩌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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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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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저.. 먼저 가볼게요. 수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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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지민은 둘의 눈을 피하며 반대편 복도로 힘없이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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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제가 가볼게요.

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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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야,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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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김태형!!!!

차가운 병원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지민.

무슨 일인지 말 없이 폰을 들여다 보더니, 이내 굵은 눈물 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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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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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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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혼자 울고 있으면 청승 맞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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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것도 병원 구석탱이에서 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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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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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커피.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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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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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남준이 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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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의국에. 점심 시킬건데 같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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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난 오늘 밥 생각 별로 없네, 둘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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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도 먹어. 오늘 당직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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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냥 커피나 타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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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시시콜콜한 대화도 끊기고, 둘 사이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태형은 지민의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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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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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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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괜찮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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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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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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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민아, 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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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커피 잘 먹었어. 진짜 수술 있어서 가볼게.

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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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박지민!!!

지민은 태형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급히 자리를 나섰다. 하지만,

태형의 눈에 비친 지민은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저벅- 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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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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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안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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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직 내 입으로 말하기엔...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봐.'

15년 전

아버지

"...박지민, 이 문제 왜 틀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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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게... 몰라서...

아버지

"몰라서?"

난 어릴때 모르겠다는 말이 제일 싫었다.

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벌이 날아오는 그런 무자비한 말이었으니까.

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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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으... 흐으...

무섭고도 거칠었던 아버지의 손바닥이 순식간에 뺨을 내리쳤고,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져 아픔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아니, 애가 문제 좀 틀렸다고 뺨을 왜 때려요 뺨을!!!"

어머니

"12살 짜리가 문제 좀 틀릴수도 있는거지!!"

아버지

"당신은 조용히 해!!! 의대 갈 애가 이정도도 틀려서 고등학교 가선 뭘 할 수나 있겠어?!!"

어머니

"왜 벌써부터 애를 의대를 보내려고 해요?!! 애가 좋아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주구장창 집에 앉혀서 공부나 시키는게 정상이야?!!! 정상이냐고!!!"

아버지

"당신은 빠지라고 했잖아!!!!!"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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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죄송해요 아버지... 더 잘 할게요...

날 감싸주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늘 말다툼을 벌이셨고,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잠자코 아버지의 비위를 맞춰드리는 것. 이 무자비한 악마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

"...다음에 하나라도 틀려서 시험지 가져오면 가만 안 있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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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아버지

"정말..."

아버지

"저런걸 자식이라고...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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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병원의 원장이신 아버지, 이름 날린 작사가였던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

아버지는 날 세계적인 의사로 키우고 싶어 하셨기에 어릴적부터 끊임없이 공부를 시키셨고, 너무나도 어렸던 나는 그저 따라야만 했다.

그러다 12살 무렵부턴 본격적인 체벌을 강화하기 시작하며 나를 구속했다.

그러나 그때부터였다.

내가 이 사람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