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말로 우리사이를 이해시키지마”
04. 물결치는 가슴



모두가 빠져나간 운동장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지금처럼 간간히 들려오는 찻소리만 맴돌때,

멍한 정신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 마치 하늘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박지민
정아야, 허리다친다. 일어나


전정아
아, 참. 전정국 언제쯤 나온데?


박지민
이제 곧 나온데, 근데 태형이 못 봤어?


전정아
내 알빠야. 양혜원한테 갔겠지.

내 곁으로 다가온 박지민이 계단에 누워있던 내게 손을 뻗었다.

어서 잡고 일어나라는 눈치었다.

평소라면 하교 만큼은 같이 하던 김태형은 아무말도 없이 사라졌다.

별 생각 없었다. 그냥 왠지 모를 답답함과 짜증이라는 감정이 내 목을 꽉 막고있는 느낌이었다.



박지민
정아야, 신경쓰여?


전정아
뭐가?


박지민
김태형 말이야.


전정아
…. 뭐래.

내 옆에 앉던 박지민이 내게 넌지시 물었다.

부정에 가까운 말이 속절없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난 그냥 김태형이 답답할 뿐이다.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 그래, 그런데..



박지민
거짓말. 다 티나거든?

그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날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짜증과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잔잔하던 내 바다에 파도가 쳤다.



박지민
태형이도 양혜원이랑 멀어지려고 노력중이야.


박지민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알겠지?


전정아
…. 참나, 알겠어 알겠어.


전정아
누가보면 엄청 뭐라고 한 줄 알겠네..


박지민
틀린말은 아니지?

어깨를 으쓱이며 날 쳐다보는 박지민에 굳이 그의 말을 정정하지는 않았다.

아까는 좀 심하기는 했지, 그래, 아까는 …

아까?



전정아
엿들었지 너?


박지민
어쩌다 보니깐?


전정아
여우같은 놈..


박지민
ㅋㅋㅋㅋㅋㅋ

누군가 그 대화를 들었다는게 이토록 부끄러울 줄이야..

손에 얼굴을 파묻으면 박지민은 눈치 없이 웃기 바빴다. 쟤는 항상 저런식이지..



박지민
너 속으로 내 욕하고 있지?


전정아
그래 이 나쁜놈아. 귀를 막던지 걍 가던지 하지..


박지민
내 탓은 아니잖아?


전정아
… 맞는 말이여서 더 화나네.

박지민은 여우같은 놈이었다.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그에게 따라주는 빌어먹을 운과 눈치가 마치 그가 여우가 되는걸 적극 지지하는 꼴처럼 보였다.



전정아
너가 제일 무서워…


박지민
고마워.


전정아
칭찬 아니야…

내 말에 박지민이 피식 웃었다.

그래, 무서우면 어때, 여우면 어때.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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