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꾸는 사람
새벽녘의 너_1화


나
그 말을 들은 순간, 정신이 나가버렸던 것 같다.

나
그 둘에게 폭언을 쏟아부은 나는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나
뒷 일은 생각도 못한 채 캐리어에 대충 짐을 담은 채 뛰쳐나와버렸다.

드르르르르륵

고요한 새벽녘, 아파트 단지 안에 캐리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참을 방황하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편의점 앞이었다.

딸랑-

알바생
어서오세요~ 00편의점입니다~

나
“……. 담배.. 아무거나 주세요..”

알바생
“네..?? 따로 찾으시는 제품 없으신가요..?”

알바생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본다.

나
“잘 나가는 걸로 아무거나 주세요…”

알바생
“어… 그럼…여성분들이 많이 사가시는 걸로 드릴게요… 혹시 라이터도 드릴까요?”

나
“아… 네.. 하나 주세요..”

알바생
“라이터까지해서 5,5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자꾸만 내 얼굴을 살피는 알바생을 애써 무시하며 지갑에서 카드를 골라 알바생에게 건네주었다.

알바생
“결제 완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 감사합니다..”

누가 볼새라 손에 든 담배를 주머니에 우겨넣고 캐리어를 끌고 아파트 입구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내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꼬인 걸까?

‘오천원짜리 하나 사면서 잔액 부족 뜰까봐 조마조마하는 모습이나...’

‘이 나이 먹고 담배 피워보겠다고 이름도 모른 채 제일 잘 나가는 거 달라고?’

알바생의 안쓰럽다는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나를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 지금 다른 사람 신경쓸때인가.. 당장이라도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나
하…

담배를 물은 채 정자에 드러누웠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 숨을 들이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아마 지금 더 우스운 모습이었을거다.

학창시절, 방송부였던 나는 영상제 출품을 위해 짧은 공익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금연이 주제였기 때문에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담배가 필요했다.

다행히 동기 중 한명의 아버지가 담배를 피셔서 친구가 담배를 가져올 수 있어서 무사히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촬영하기 위해 담배에 아무리 불을 붙여도 불이 붙지 않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는 불을 붙일 때에는 숨을 들이마셔야 불이 붙는다고 말해줬다.

그 말에 멈칫 하는 모습을 본 친구는 나를 대신해서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고 그렇게 토요일 오후,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영상 출품을 위한 촬영을 마무리했었다.

이상하게 나쁜 행동을 하는 것만 같아서 들키면 안된다는 마음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배웠던대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나
콜록 콜록 콜록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참이나 기침을 했다.

한참을 콜록거린 후에야 달달한 풍선껌 같은 향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폐 깊숙하게 자리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 대체 사람들은 담배를 왜 피는거야……

그렇게 다시 몸을 눕혀 하늘을 바라본 채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린다.

누운 채 고개를 돌려보니 김태형이 서 있었다.


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