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방울
16_괜찮아? #소원시점


[소정 시점]

요즘 예린이에게 묻고싶은 것이 많다.

예린이는 조금 우리(소정,은비 둘,유나,예원)를 피하는 듯하다.

아니, 정확히는 거리를 좀 두려고 하는 것 같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한 번도 물어보질 않았으니.

생각해보면, 예린이와 친해지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그때도 예린이는 모든 사람과 거리를 두고 혼자 다니고 있었고,

예린이와 친해지고 싶었던 내가 다가갈수록,

예린이는 부담이나 행복보단 신기해했던 것 같다.

왜 자신같은 사람에게 다가오는지.

사실상 예린이와 친하게 지낸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 수 있는 건, 예린이는 자신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르는 것 같다.

더군다나 예린이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린이에 대해 생각해보면 모두 겉모습이지, 속마음을 알진 못한다.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는데, 적어도 난 그렇게 느낀다.

예린이는 굉장히 어른스럽고 비밀스럽다.

자기 얘기 안 하고, 상처 받아도 티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해결하고.

분명 나같음 상처 받고 이미 울었을텐데 그러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예린이는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길래 저렇게 티 안 내려고 하고 속내를 꽁꽁 감추고 있는 걸까?

예린이를 보다보면 당장에라도 하고 싶은 수많은 질문들과 함께

왠지 모를 안쓰러움도 떠오른다.

너무 나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

아직 어려도 되는 나이에 너무 일찍 성숙해져버려서.

조금이라도 티내면 좋겠는데 전혀 그러질 않고 혼자 앓고있어서.

우린 언제든 얘기 들어줄 수 있는데,

예린이만 마음을 열면 되는데,

다친 상처가 많은건지 그걸 안 해서,

우리는 예린이를 안아줄래도 예린이 스스로가 세운 벽에 막혀,

혼자 쓸쓸해하고 힘들어하는 예린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아마 그게 가장 친구로서 고통스럽고 미안한 상황일 것이다.

어느 날은 말없이 예린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적어도 내가 예린이와 함께하는 공간에서라도 예린이를 지켜봐서,

" 진짜 " 예린이가 어떤 앤지 알고싶었다.

애들한테는 머리가 아파서 누워있겠다고 했다.


정은비
헐.. 머리 아파??ㅠ


김예원
아프지 마ㅜㅜ


황은비
많이 아파?


최유나
보건실 안 가도 돼?


김소정
응응 그정돈 아냐ㅎㅎ

아이들은 한 마디씩 걱정을 남겨두었고,

이내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때, 왠지모를 서운함이 들었던 것 같다.

진짜 아프지 않아서였는지, 나 빼고 노는 듯한 기분이 조금 있었지만 이내 그 기분은 사라졌다.


정예린
.....머리 아픈거야?

예린이가 다가와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조곤조곤 물었다.


김소정
으응..ㅎ


정예린
아프면 보건실 갈래..? 바래다줄게


김소정
아냐 괜찮아


정예린
진짜 괜찮아....?


정예린
괜히 참지 말고 지금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김소정
아냐 진짜로 괜찮아


정예린
....응..


정예린
쌤께 말해놓을테니까 수업시간에도 조금 누워있어


김소정
웅 고마워ㅎㅎ

분명 비슷한 말인데 아까와는 기분이 달랐다

애들이 해주던 한 마디들은 '아프다니까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는데,

예린이가 해주는 말들은 정말 걱정되서 해주는 말 같았다.

하지만 마음이 좀 아팠던 건,

참지 말라고 했을 때.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김소정
(중얼)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거야...

그렇게 나는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예린이를 지켜봤다.


김소정
.......어? 뭐지...?

그리고 그 때, 뭔가를 발견했다.

애들과 얘기하며 활짝 웃던 예린이.

종이 치고 뒤를 돌자 밝던 예린이의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싸 - 한 기운만이 맴도는 무표정만이 남았다.

그런데 예린이는 웃는 것보다 무표정일 때가 더 편한 듯, 그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정은비
:(= 속삭임)예린아!

은비가 예린이를 부르자,



정예린
: 응?

예린이는 금새 무표정을 밝은 표정으로 바꾸고는 부름에 응했다.


정은비
: 몇 쪽이야...??헤헤


정예린
: ㅋㅋ 교과서 108p, 프린트 26p야


정은비
: 고마워!

은비가 고개를 돌리자,

예린이는 다시금 표정없는 얼굴로 수업에 임했다.

어쩌면, 예린이가 웃을 때도 " 진짜 " 예린이의 표정은 무표정일거라는,

아님 우는 얼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예린이에게 있어 우리의 존재가 어떤 색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의 어둠만 더해가는 검은색일까,

아님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밝은 색일까?

우린 예린이에게 있어 믿을만한 사람일까?

아마, 믿을만한 사람이더라도, "완전히" 믿지는 못할거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자신의 진짜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꾸만 "정예린"이라는 사람을 숨기는 거겠지

티내도 괜찮은데, 그래주면 좋겠는데,

예린이는 우리에게 자신을 맡기지 못한다.

단 조금도.

그럴 때마다 날 채우는 건, 조금의 서운함과

서운함의 몇 배, 아니 몇 십배는 되는 걱정이었다.

얼마나 다치고 데인 곳이 많으면 저리도 사람을 믿니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걱정과 안쓰러움만이 앞선다.

하지만, 다친 곳이 많기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어서,

그래서 예린이의 상태를 짐작하고도 여전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내가 참 한심하기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며

어떻게 해야 이 좋은 사람과 오래 함께일 수 있을지

예린아, 네가 조금 알려줬음 좋겠는데.

조금만....정말 조금만 내게 터놓아주면 안될까..?

네게 진심을 바라며 딱 세 글자만 묻고싶어.

괜찮냐고..

" 괜찮아? "

라고.

[16_괜찮아? #소원시점]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