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집착
#17. 연애 강의



박지민
"......."


박지민
"너한테 이러는 이유?"


박지민
"...내가 너한테 줄 게 있어."

신여주
"뭔데?"

박지민은 나에게 티켓 한 장을 건네주었다.


박지민
"내가 아는 유명한 강사님께서,"


박지민
"이번에 연애학 강의를 한다고 하셔."


박지민
"그러니까 네가 꼭 가서 들었으면 좋겠어."

신여주
"뭐?"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런 강의는 내가 아니라 본인한테 제일 필요한 거 아니냐고.

신여주
"...내가 왜 여기를 가야하는데?"


박지민
"네가 여기를 가서 강의를 듣는다면,"


박지민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박지민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야."


박지민
"그러니까 다녀와. 알았지?"


박지민
"(웃음) 그 티켓 귀한 거야."


박지민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겨우 구한 티켓이니까 꼭 다녀와."

박지민은 때마침 나온 자신의 음료를 받은 후, 조용히 카페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겨진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연애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티켓을 보니 날짜가 다음주 토요일이었다.

그래.. 박지민이 겨우 구한 티켓이라는데...

한 번 속는 셈치고 가보자.

* 강의 당일

와.. 되게 넓다...

이 넓은 곳에서 강의를 한다고? 얼마나 대단한 강사님이신 거야.

나는 원래 강사님이 누군지 알아보려 했으나, 자꾸 검색을 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래도 오늘 알게 될 거니까..

사람들이 점점 몰리고,

좌석들은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내 앞에 정말 친근한 뒷모습이....

신여주
"ㄱ... 김태형...?"

태형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뒤를 돌아보고는 놀랐다.


김태형
".....?!"


김태형
"신여주가 왜 여기...?"

신여주
"너야말로 여기 왜 있어..?"


김태형
"ㄴ.. 나...? 나는..."


김태형
"연애 강의.. 들으려고 왔지..."

신여주
"....너 여자친구 생긴 거야..?"


김태형
"(당황) 아니, 그게 아니라.."


김태형
"나 아직 너 정리.. 아직 덜 됐거든....?"


김태형
"그러니까 일단... 조용히 강의 좀 듣자.. 알았지?"


김태형
"끝나고도 내가 먼저 갈게. 아니면.. 네가 먼저 가던지."

신여주
"...네가 먼저 나가."


김태형
"알았어. 그럼 내가 먼저 갈게."

그때, 불이 꺼지고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강사님께서 모습을 보였다.


정호석 강사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호석 강사님
"정호석의 연애학을 강의하러 온~"


정호석 강사님
"정호석이라고 합니다!"


정호석 강사님
"모두 반갑습니다!"

신여주
"(중얼) 멋... 있다..."


정호석 강사님
"어, 오늘 굉장히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셨네요!"


정호석 강사님
"다들 연애에 대해 궁금해서 오신 거겠죠?"


정호석 강사님
"제가 오늘 그 궁금증! 모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정호석 강사님
"잘 들어주세요!"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고..


정호석 강사님
"먼저, 연애란 무엇인가?"


정호석 강사님
"그냥 단순한 사랑일까요?"


정호석 강사님
"아니죠. 연애는 절대 사랑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정호석 강사님
"상대방을 지켜주고 싶고, 그 상대방이 너무나 궁금한.. 그런 요소들도 당연히 있어야 되겠죠!"


정호석 강사님
"그리고 상대방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정호석 강사님
"이렇게 들으면.. 여러분보다 상대방이 1순위여야 한다, 뭐 이런 소리로 들리실 수도 있겠는데요."


정호석 강사님
"항상 여러분을 1순위로 두셔야 합니다."


정호석 강사님
"여러분을 1순위로 두되, 너무 개인주의가 되지 말자."


정호석 강사님
"지나친 개인주의는 오히려 이별을 불러일으킵니다."


정호석 강사님
"이 말을 염두해 두시면, 조금 더 편한 연애를 하실 수 있겠습니다."


정호석 강사님
"그런데 상대방이 지나친 개인주의다? 스읍..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냥 헤어지시는 게 편합니다. (웃음)"


정호석 강사님
"그리고 또 이런 사례가 있더라고요?"


정호석 강사님
"제가 이 강의를 하려고 입장하기 전에, 소수의 분들이 적어주신 사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호석 강사님
"나는 상대방을 위해 많이 바쳤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그거를 몰라주는 것 같다라는 사례였는데요."


정호석 강사님
"많이 바쳤다는 걸 티냈다면 상대방이 모를 수가 없어요. 정말로 모른다면 상대방이 바보인 것이고요. 모른 척을 하면서 자신은 바치지 않는다? 그건 진짜 나쁜 놈이죠."

와... 정말..

나는 많이 티냈었는데.. (웃음)


정호석 강사님
"그리고 또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정호석 강사님
"헤어진 전남친이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

뭐야..

이거 완전.. 지금의 나잖아?


정호석 강사님
"그래서 그 전남친의 의도가 궁금하다는 사례인데요."


정호석 강사님
"제 생각은 이렇거든요?"


정호석 강사님
"전남친이 이 사례 적어주신 분께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해서,"


정호석 강사님
"뒤늦게 깨달아서. 이제는 정말 잘해주려고."


정호석 강사님
"이런 경우는.. 다시 만나봐도 나쁘지는 않아요. 이전에 전남친이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면요."


정호석 강사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정호석 강사님
"다른 의도도.. 있을 수 있거든요?"

신여주
".....?"


정호석 강사님
"혹시나 사례 적어주신 분께서,"


정호석 강사님
"전남친이 해주겠다고 했던 약속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그 약속을 전남친이 지키기도 전에 헤어지지는 않았나요?"


정호석 강사님
"그럼 당연히 전남친은 그거를 해주려고 사례 적어주신 분께 더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정호석 강사님
"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정호석 강사님
"전남친이 찬 경우는, 그냥 후회심으로 다시 접근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호석 강사님
"사례 적어주신 분께서 찬 경우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그 약속을 꼭 지켜주려고 접근할 가능성이 커요."


정호석 강사님
"사례 적어주신 분, 혹시 전남친이 자신이 차인 이유를 모르지 않았나요?!"


정호석 강사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정호석 강사님
"잠시 쉬는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셔도 좋고요."


정호석 강사님
"정확히 10분 뒤에, 다시 만나뵐게요."

.......

약... 속....?

ㅁ, 뭐가 있었지....?

* 회상

신여주
"여기 너무 예쁘다..!!"


박지민
"(웃음) 마음에 들어?"


박지민
"오늘이 크리스마스잖아. 그래서 내가 엄청난 검색을 해서 찾아냈지."


박지민
"마침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어서 더 예쁜 것 같아."

신여주
"정말 멋있어. 대단해, 박지민!"

신여주
"여기 우리 동네랑 멀잖아. 검색하는 거 되게 오래 걸렸을 것 같아."


박지민
"고마워. 멋있다고 해줘서."


박지민
"나도 너한테 많이 고마우니까.. 이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신여주
"그래?ㅎㅎ"


박지민
"여주야. 내가 약속 하나 할게."


박지민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여기보다 더 엄청난 곳 데려다줄게."


박지민
"그리고.. 너한테 엄청난 서프라이즈도 할 거야."

신여주
"엄청난 곳? 엄청난 서프라이즈?!"

신여주
"나 기대해도 되는 거야?"


박지민
"(웃음) ㅎㅎ 완전!"


박지민
"아마 엄청 좋아서 나한테 안기게 될 걸?"

신여주
"진짜?"

신여주
"알았어! 그럼 내년 크리스마스를 기대해야겠네?"


박지민
"뭐야~ 오늘은 안 기대해?"

신여주
"오늘은 이미 기대를 채웠어! 여기 왔으니까 ㅎㅎ"


박지민
"푸흐, 정말 귀엽다니까."

신여주
"아~ 내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박지민이 어떤 좋은 곳을 데려다주고, 거기서 어떤 걸 할지 궁금하다!"

* 현재

신여주
"....?!"

신여주
"ㅈ, 정말로.. 그 약속 때문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사님을 찾아갔다.

원래 강사님 찾아가는 거는 당연히 금지지만,

매니저님께 사정사정해서 부탁을 드렸더니 겨우 들어주셨다.

나는 로비에서 강사님을 기다렸다.

잠시 후, 강사님이 걸어오시더니 나한테 인사를 건네셨다.


정호석 강사님
"안녕하세요, 신여주 씨."

신여주
"어?...."

신여주
"제 이름을 어떻게.."


정호석 강사님
"아, 지민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정호석 강사님
"제가 지민이랑 친분이 있는 사이라서."


정호석 강사님
"음.. 네, 아무튼 왜 저를 찾으신 거죠?"


정호석 강사님
"제가 강의 시작이 얼마 안 남아서.. 2분 정도 남았거든요?"

신여주
"아... 죄송해요! 빨리 말할게요."

신여주
"아까 말씀하신 거요.. 약속을 못 지켜서 그런 거다... 이 말씀이요."


정호석 강사님
"아, 그 얘기요?"


정호석 강사님
"그거 지민이가 꼭 해달라고 해서 한 말이었어요."


정호석 강사님
"그 약속이 무엇인지 생각이 나셨나요?"

신여주
"아... 그 약속.."


정호석 강사님
"올해 크리스마스죠. 지민이가 여주 씨한테 뭐 해줄 거라고 약속을 했다는데."


정호석 강사님
"결국 헤어졌다면서요."


정호석 강사님
"지민이는 그걸 해주지 못해서 미련이 남은 거예요. 전에 만났을 때 얘가 막 미쳐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정호석 강사님
"그거 하나면 호감도를 채워줄 수 있다고 그러던데요."

신여주
"ㅈ, 정말.. 박지민이 그랬어요?"


정호석 강사님
"네."


정호석 강사님
"지금도 지민이는 천천히, 여주 씨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정호석 강사님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연락해 봐요."


정호석 강사님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예요."


정호석 강사님
"저는 이제 강의시간이 다 돼서.. 이만."

신여주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결국,

박지민에게 연락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