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집착
12. 시작되는 집착


이별 통보를 한 뒤, 운학이는 나에게 호텔에 있으라며 방을 잡아줬다.

우리 둘 다 명재현이 집착할 때 진짜 미친 모습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집은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내 집.. 안전하겠지?

...아까부터 계속 화면이 켜져 있는 휴대폰에게 저절로 시선이 갔다.

미리보기로 보여지는 알림에는,

: 여주야.

: 전화 받아.

: 이게 무슨 말이야?

: 말이 안 되잖아.

: 전화 받아.

: 어디로 간 거야.

: 집에는 왜 없어?

명재현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는 63통이었다.

진짜 미친.. 휴대폰 배터리 다 닳겠어.

나는 외면하고 서둘러 휴대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호텔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이른 아침, 호텔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집 앞이나 어디나 명재현이 있을 것 같아 두려워져서,

급하게 성호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휴대폰을 켰다.

히익..

부재중 전화가 200통이 넘게 왔다. 명재현 이름으로.

카톡 알림도 999개가 넘었다.

...그 알림들을 보는 순간 또 명재현한테 전화가 온다.

나는 무서워서 전화를 거절하고 바로 성호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혹시 바빠?

...응?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왜 그렇게 떨려.

나 어제 명재현이랑 헤어졌는데..

카톡으로 헤어지자고 했더니, 계속 전화가 와..

도와줘, 오빠. 나 집에 혼자 못 가겠어.

명재현이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

알았어.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여기가 어디냐면..

...(위치를 말한 뒤) 주말인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

아니야. 당연히 도와야지. 거기 그대로 있어!

나는 두려움에 더 외진 곳으로 숨었다.

여기 있으면 괜찮겠지..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혹시라도 명재현이 껴있을까 두려워서 온 건데..

나는 웅크리고 앉아 덜덜 떨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명재현한테 전화가 오는데 어떻게 안 떨어.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어디선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 나는 잔뜩 겁을 먹었다.

여주야!

너 괜찮아?

어..?

(울먹이며) ㅇ, 오빠..

하.. 왜 이런 곳에 있어.

얼른 가자. 여기가 더 무섭지 않아?

나는 성호 오빠랑 함께 내 집으로 향했다.

내 집 현관에 왔을 때는,

현관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이거 원래 이렇게 열려져 있는 게 맞아..?

...안에 명재현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성호 오빠의 팔을 붙잡고 덜덜 떨었다.

괜찮아. 내가 먼저 들어갈게.

성호 오빠가 먼저 들어가고,

나도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야, 재현아. 너 팔..!

명재현의 오른쪽 팔은 완전 피로 덮인 상태였다.

왔어?

...이제서야?

너 어떻게 들어왔어?

문 부수고 들어온 거야?

네가 하도 안 나오니까.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더라?

...둘이 왜 같이 오는 건데? 응?

내가 성호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네가 집착하는 모습을 뻔히 아는데 내가 어떻게 혼자 와.

언제부터?

어제 하루종일 같이 있었던 거야?

(성호를 바라보며) 형이 말해봐요.

내 여자랑 잤어요?

아니, 오늘 아침에 만났어.

그리고 너랑 헤어졌다는데 여주가 왜 너 여자야?

(화를 억누르며) 그거는..

일방적인 통보였으니까요.

저는 원하지 않았어요.

(여주를 바라보며) 여주야, 왜 그랬어.

우리가.. 왜 헤어져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