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집착
19. 본모습


그렇게 짐을 싸고 명재현의 집에서 살게 됐다.

원래 살던 내 집은 잠시 빈 집으로 두고,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나왔다.

나는 명재현이랑 오래 있고 싶지 않거든..

분명 탈출할 길이 있을 거다.


명재현
그래서 그 남자한테 연락은 했어?

김여주
...내일 하려고.

김여주
지금은 시간이 늦었잖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명재현
흠, 그래?


명재현
일단은 알겠어.

* 다음 날 *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명재현이 없어서 학교에 갔구나 생각하고,

도망갈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철컥-

...?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김여주
허,

김여주
...가둔 거야?

그리고 내가 나가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연락이 왔다.


명재현
: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명재현
: 손잡이 당길 때마다 나한테 알림 뜬다.

...망했다.

명재현은 어두워지고 나서야 집에 왔다.


명재현
여주야.


명재현
잠깐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야겠다.

김여주
...이 시간에 어디?


명재현
오면 알아.

...

여기가 어디야..?

명재현은 분위기가 무서운 공간에 나를 데리고 왔다.

김여주
여기는 왜 데리고 온 건데..?


명재현
이제 대화를 좀 해 봐.

김여주
...!

불이 살짝 켜지니 앞에 보이는 건,

밧줄에 묶인 채로 힘겨워하는 태산이었다.

김여주
ㅌ.. 태산아..!!

나는 곧바로 태산에게 달려가 밧줄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다.


명재현
거봐.


명재현
역시 너는 헤어질 마음이 없구나?

김여주
너 이게 무슨 짓이야..

김여주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거야?

김여주
너 이런 사람이었어?


명재현
네가 내 말을 안 듣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명재현
시간 끄는 거 티나니까 데려왔지. 빨리 내가 원하는 걸 말하는 게 좋을 텐데.


한태산
...ㅇ.. 여주야.


한태산
나는 괜찮아.

김여주
...

김여주
이런 일 겪게 만들어서 미안해.

김여주
...


명재현
내가 원하는 말이 안 나왔는데?

김여주
헤어지..

김여주
...기 싫은데.


명재현
허?


명재현
끝까지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 순간 명재현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니,

무기가 가득한 공간의 문이 열렸다.

나는 이때 느꼈다.

진짜 미쳤구나.. 지금까지 저런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니.


한태산
(작은 목소리로) ㅇ..여주야, 지금이라도 도망쳐.


한태산
나 정말 괜찮아.

김여주
태산아.

김여주
나는 도망 안 갈 거야.

김여주
어차피 쟤의 공격 목표는 너니까.


한태산
무슨..


한태산
너 설마.. 아니지?

김여주
너는 괜찮을 거야.


한태산
잠깐만.. 그러지 마.

태산이는 밧줄에 단단히 묶였는데도 힘을 줘서 나를 어떻게든 밀어보려고 했다.


명재현
여주야. 다치기 싫으면 비켜.

김여주
...

나는 일부러 태산이와 조금 멀찍이 떨어졌다가,

명재현의 타이밍에 맞춰 들어갔다.


명재현
...!

무기가 떨어지는 소리와,

내 귀에서 들리는 이명.


한태산
여주야!!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태산이 목소리를 끝으로,

...


명재현
...(흐느끼며)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명재현
제발 여주를 살려주세요..

의식이 안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명재현은 매일 A4 용지에 2장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태산이는 그런 모습을 보고 경찰에 넘길지 말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리고 3주 정도 지났을 때,

김여주
...


명재현
(놀라며) 어?


명재현
(다급하게) 의사 선생님!!!

눈을 떴다.

사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의사는 깨어난 게 정말 기적이라고 했다.

김여주
내가 왜..


명재현
정말 미안해. 내가 미쳐서 저지르면 안 될 짓을 저질렀어.


명재현
나 정말 많이 반성했어. 나 이제 그 모습은 안 보여줄 거야. 절대로.

...갑자기 침대 옆에 빼곡하게 적힌 A4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여주
이건 뭐야?


명재현
아.. 이거 내가 쓴 건데..

읽어보니 반성 위주로 적힌 내용들이었다.

많이 반성하고 있구나. 이거를 몇십장을 쓰고..

그래서 나는 명재현을 용서하기로 했다.

김여주
정말 예전처럼 그러지 않을 거지?


명재현
당연하지. 약속해.

김여주
그럼 내가 너랑 연애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여주
나 태산이 계속 만나도 돼?

사실 이거는 그냥 떠본 거였는데,

돌아온 반응이 의외였다.


명재현
그래. 그렇게 해.


명재현
병원비는 내가 다 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명재현
얼른 다 나아서 학교도 나오고 해. 나 보기 싫다고 안 나오지 말고. 알겠지?

김여주
어?... 어..

김여주
알겠어..

이 찜찜한 기분은 무슨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