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33화


.. 엇,

전화 온 것 같은데,

편하게 받고 와요

아.. 응

나는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가지고 잠시 가게 밖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누나.....!!!!

뭐야, 목소리가 왜그리 다급해..!

-아니,

-쓰러졌었다면서요..

-왜 안 말해줬어요..!

-오늘 어쩌다 알게 됐어요.

-진작에 알았다면 병문안이라도 가는 거였는데..

아..

-...

-미안해요, 너무 호들갑 떨었나..

아,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 그런데 왜 쓰러진 거예요?

그냥.. 스트레스..?

-여동생.. 때문에요..?

승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응, 아무래도.

상대가 승철이라 그런지,

이런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아버지의 압박이 심한 거겠죠..?

그랬.. 었지.

-’그랬었지‘요?

-과거형.. 이네요..?

응,

이젠 과거형이야.

-아버지랑 잘 푼 거예요?

승철이가 기뻐하며 물었다.

.. 응

나도 은은한 미소를 띄웠다.

-......너무 잘됐다..

승철이는 왠지 울컥한 것 같았다.

승철이의 목소리가 약간씩 떨렸다.

-걱정 많이 했단 말이에요..

.. 고마워

그..

-네?

그, 미안한데..

내가 지금 밥을 먹으러 와서..

-아, 미안해요..!

-밥 얼른 먹으러 가요, 끊을게요!

아.. 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ㄷ-,

뚝-,

승철이가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와요!

음식 벌써 나왔어요.

와, 뭐야 되게 빨리 나오네?

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정한이가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향긋한 파스타 향이 식당 안에서 진동했다.

침이 절로 고이는 냄새였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파스타를 한 입 먹었다.

음..!

맛있었다.

타지역에서 먹는 파스타라 더욱 특별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한이와 함께 먹는 점심이었기에 특별했던 것일까.

예전에 집에서 혼자 시켜먹던 파스타와는 차원이 달랐다.

맛있죠?

응, 너무 맛있어.

내가 미소를 환히 지었다.

그러자, 정한이는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 여기 오길 잘했네.

정한이가 중얼거렸다.

.

..

...

배부르다.

정신 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잘 먹었다~!

정한이는 나의 깨끗한 그릇을 쳐다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

다행이에요!

그럼 슬슬 나갈까요?

그러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걸어갔다.

네, 결제하시겠어요?

네-

18500원입니다.

여기요!

내가 카드를 건넬 틈도 없이 정한이가 잽싸게 자신의 카드를 건넸다.

네, 카드 받았습니다.

한 번에 계산하시나요?

아ㄴ,

네, 한 번에 해주세요.

이번에도 정한이가 내 멘트를 가로채갔다.

네-

야..!

제가 누나 데려왔으니 제가 살게요!

그게 무슨..

네, 결제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한이는 고개를 살짝 숙여 직원에게 인사하고 식당에서 나갔다.

...

세심하게 챙겨주는 정한이가 좋았다.

.. 아니 잠시만,

나 방금 ‘좋았다’ 라고 한 건가?

아니아니,

방금 그 ‘좋았다’ 는 이성으로서 좋다는 게 아닌 거야.

..... 그런 거야.

.. 이제 어디가?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누나는 보통 놀러왔을 때 뭐히고 놀아요?

.. 나...?

난 이런 식으로 놀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

.. 아, 이런 데 안 와봤다고 했죠..

미안해요...

아, 아냐..!

보통 이런 데 오면 뭐하고 놀아..?

내가 역으로 정한이에게 물어봤다.

음..

우리,

사진 찍으러 갈래요?

사진?

그러고 보니 인스타그램에서 애들이 네컷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을 많이 봤던 것 같다.

네!

따라와요!

정한이는 내 손목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

나는 저항없이 정한이에게 끌려갔다.

여기예요!

.. 우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이 놓여있었다.

이것들은 아마 사진 찍을 때 쓰는 소품들이겠지.

나는 호기심에 귀여운 머리띠 하나를 착용해보았다.

거울을 보니 싱글싱글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이런 나 자신이 어색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행복했던 적이 얼마만인가.

오, 잘 어울리는데요?

.. 그래..?

내심 기분이 좋았다.

어..?

강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