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37화


잠깐 나와볼래?

어..?

갔다와~!

하율이가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교실에서 밀어냈다.

-쾅,

교실문이 단호하게 닫혔다.

.. 음,

그.. 생각해봤는데..

아...!

그 얘기를 여기서 하긴 좀 그러니까..

저기 음악실 비었는데,

저기로 가서 얘기하자.

아.. 알겠어.

생각.. 해봤어요..?

.. 응

근데....

정한이가 긴장한 듯했다.

아무래도.. 난 성인이잖아.

... 그쵸

정한이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리고 넌 아직 고등학생이고..

... 네

난 미자와는 사귈 수 없어..

그게.. 내 가치관이야.

예전부터 성인과 미자가 사귀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곤 했거든.

아아..

정한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린.. 괜찮지 않을까요..?

그치만..

누나도 따지고 보면 고등학생 신분인데..

그래도 절대적 나이는 스물이잖아..

진짜.. 많이.. 좋아해요...

...

정한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정한이는 나의 옷소매를 잡고 꼭 쥐었다.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증명하면 될까요..?

정한이는 아무래도 내가 성인과 미자라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듯했다.

내가 정한이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니.. 그게 아니ㄱ-,

.. 이렇게 하면 증명이 될까?

정한이는 나의 뒷목을 잡고 갑작스럽게 본인의 입술을 나의 입술에 갖다대었다.

첫키스였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정한이의 보드라운 입술이 내 입술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촉촉하면서도 끈적한 소리가 교실 안을 메웠다.

이 촉감이 싫지 않았다.

이 감정도, 싫지 않았다.

내가 정한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숨이 찼다.

-드르륵,

그 순간, 음악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윤정한만이 나를 채우고 있었다.

.......... 뭐야,

음악실 문을 연 건 최승철이었다.

승철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승철이는 우리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교실에서 나갔다.

여주 누나랑... 그 선배인가..

승철은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갔다.

음악 부장 괜히 했네..

승철은 걸어가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아...

머리가 아파오는 듯했다.

짝사랑하는 누나의 키스 장면.. 이라....

승철이 중얼거렸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그래도 다행이다

고백하기 전에 알아서...

.. 정한아

나는 입술을 살며시 떼고 속삭였다.

...

정한이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있잖아,

너의 진심은 나도 알아.

성인과 미자인 이유로 연애 안 하는 거 정말이야.

.. 핑계가 아니라고..

... 죄송해요.

정한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

누나,

응?

한 마디만.. 더 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