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38화

한 마디만.. 더 해도 돼요?

.. 뭔데?

조금만 기다려줄래요?

뭘.. 기다려?

2년만 기다려주세요..

성인 돼서, 제가 다시 고백할게요.

그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정한이의 눈에는 눈물이 보석처럼 맺혀있었다.

...

알았어.

.. 정말요..?

가득 맺혀있던 눈물이 정한이의 볼을 타고 흘렀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랑 같은 대학교 갈 거예요.

정한이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정한이의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푸핫-..

뭐야, 왜 웃어요..!

.. 몰라, 그냥 웃겨서

내가 피식 웃었다.

정한이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그럼 전 가볼게요..!

.. 응

-드르륵,

뭐야 강여주!

뭐하고 왔어~

하율이가 나에게 찰싹 붙었다.

별 거 아니야..!

그렇다기엔 너 귀가 엄청 빨간데~?

하율이가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 나중에 말해줄게..!

기대할게~

하율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

..

...

... 그로부터 1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하율이와 원우와는 여전히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고,

지금 우리는 내 집에서 대학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야.. 나 너무 떨려..

나도.. 지금 죽을 것 같아..

나 너랑 같은 학교 못 붙으면 어떡하지..?

에이, 그럴 리가..

사실-,

하율이와 원우는 사귀는 중이다.

서로 힘든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줬다나 뭐라나..

저기.. 나도 있는데..

우리 셋은 모두 같은 학교에 지원을 했다.

.. 그리고 정한이도.

정한이는 아마 친구들과 피씨방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후.. 심장이 너무 떨려..

.. 1분 남았다.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5..

4..

3..

2..

1...!

꺅, 다들 들어가서 확인해봐!!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야!!! 나 합격했어....!!!!!

미친, 나도...!

어..

뭐야, 혹시.. 불합격이야..?

음..

원우가 우리 둘의 눈치를 보았다.

말도 안 돼..

있잖아...

나도 합격했어!

원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뭐야...!!

대박, 우리 셋 다 합격했네!!!

그래서, 정한이는 어떻게 됐대?

지금 연락 왔어.

핸드폰 진동이 정신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오후 4:01

누나!!!!!!!!!!

오후 4:01

저 합격했어요!!!!!!!!!!!!!!!!

정한이는 춤 추는 토끼 이모티콘과 함께 합격했다는 디엠을 보냈다.

텍스트로만 봐도 시끄러웠다.

야 얘들아..

정한이가 뭐래?

합격했대~!!!

꺄!! 진짜?!!!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감싸고 기뻐했다.

.

..

...

대학 결과를 확인하고 수다를 떨다 친구들을 보냈다.

후우.. 피곤하네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를 하다보니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 아버지한테 전화나 해볼까.

어머니와는 연을 끊은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아버지와는 간간이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아버지!

-응, 무슨 일이니

저.. 대학 결과 나왔어요.

-.. 어떻게 됐니?

아무래도 내 대학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합격했어요...!

-...

아버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 아버지?

-......

아버지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잘했네.. 잘했어..

-다음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좋아요

나도 괜히 눈물이 나왔다.

-지금 중요한 회의를 들어가야 해서 끊어야겠지만..

-정말 축하한다, 여주야.

..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

-뚝,

...

홀가분했다.

이제 남은 건.....

지잉-,

오후 5:12

누나, 1월 1일에 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