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38화



윤정한
한 마디만.. 더 해도 돼요?


강여주
.. 뭔데?


윤정한
조금만 기다려줄래요?


강여주
뭘.. 기다려?


윤정한
2년만 기다려주세요..


윤정한
성인 돼서, 제가 다시 고백할게요.


윤정한
그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정한이의 눈에는 눈물이 보석처럼 맺혀있었다.


강여주
...


강여주
알았어.


윤정한
.. 정말요..?

가득 맺혀있던 눈물이 정한이의 볼을 타고 흘렀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정한
누나랑 같은 대학교 갈 거예요.

정한이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정한이의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강여주
푸핫-..


윤정한
뭐야, 왜 웃어요..!


강여주
.. 몰라, 그냥 웃겨서

내가 피식 웃었다.

정한이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윤정한
.. 고마워요.


윤정한
그럼 전 가볼게요..!


강여주
.. 응

-드르륵,


고하율
뭐야 강여주!


고하율
뭐하고 왔어~

하율이가 나에게 찰싹 붙었다.


강여주
별 거 아니야..!


고하율
그렇다기엔 너 귀가 엄청 빨간데~?

하율이가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강여주
.. 나중에 말해줄게..!


고하율
기대할게~

하율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

..

...

... 그로부터 1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하율이와 원우와는 여전히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고,

지금 우리는 내 집에서 대학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하율
야.. 나 너무 떨려..


전원우
나도.. 지금 죽을 것 같아..


고하율
나 너랑 같은 학교 못 붙으면 어떡하지..?


전원우
에이, 그럴 리가..

사실-,

하율이와 원우는 사귀는 중이다.

서로 힘든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줬다나 뭐라나..


강여주
저기.. 나도 있는데..

우리 셋은 모두 같은 학교에 지원을 했다.

.. 그리고 정한이도.

정한이는 아마 친구들과 피씨방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하율
후.. 심장이 너무 떨려..


전원우
.. 1분 남았다.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여주
...


강여주
5..


강여주
4..


강여주
3..


강여주
2..


강여주
1...!


고하율
꺅, 다들 들어가서 확인해봐!!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강여주
야!!! 나 합격했어....!!!!!


고하율
미친, 나도...!


전원우
어..


고하율
뭐야, 혹시.. 불합격이야..?


전원우
음..

원우가 우리 둘의 눈치를 보았다.


고하율
말도 안 돼..


전원우
있잖아...


전원우
나도 합격했어!

원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강여주
아 뭐야...!!


고하율
대박, 우리 셋 다 합격했네!!!


전원우
그래서, 정한이는 어떻게 됐대?


강여주
지금 연락 왔어.

핸드폰 진동이 정신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오후 4:01

jeonghaniyoo_n
누나!!!!!!!!!!

오후 4:01

jeonghaniyoo_n
저 합격했어요!!!!!!!!!!!!!!!!

정한이는 춤 추는 토끼 이모티콘과 함께 합격했다는 디엠을 보냈다.

텍스트로만 봐도 시끄러웠다.


강여주
야 얘들아..


고하율
정한이가 뭐래?


강여주
합격했대~!!!


고하율
꺄!! 진짜?!!!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감싸고 기뻐했다.

.

..

...

대학 결과를 확인하고 수다를 떨다 친구들을 보냈다.


강여주
후우.. 피곤하네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를 하다보니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강여주
.. 아버지한테 전화나 해볼까.

어머니와는 연을 끊은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아버지와는 간간이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달칵,

아버지
-여보세요?


강여주
아버지!

아버지
-응, 무슨 일이니


강여주
저.. 대학 결과 나왔어요.

아버지
-.. 어떻게 됐니?

아무래도 내 대학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강여주
합격했어요...!

아버지
-...

아버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강여주
.. 아버지?

아버지
-......

아버지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강여주
...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버지
-잘했네.. 잘했어..

아버지
-다음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강여주
.. 좋아요

나도 괜히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
-지금 중요한 회의를 들어가야 해서 끊어야겠지만..

아버지
-정말 축하한다, 여주야.


강여주
..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래, 다음에 보자

-뚝,


강여주
...

홀가분했다.

이제 남은 건.....

지잉-,

오후 5:12

jeonghaniyoo_n
누나, 1월 1일에 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