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러브 미로 08


"문학이란 눈으로 보는 게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어쭙잖게 눈으로만 읽으려고 하면 다 틀려. 기억해라. 문학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수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별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선생님도 수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고.

이대로 가면 시간 낭비만 될 것 같아 책상 서랍에서 수학 문제집을 꺼내 펼쳤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하나 푸는 게 이득이다.

그리 궁금한 건 아니지만 설마 녀석은 이 쓸데없는 수업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건가 싶어 옆으로 시선만 살짝 돌렸다. 몰래 보려고 숨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시선을 돌리자마자 어깨를 움찔해버렸다.

여주
"⋯⋯."


박지민
"왜?"

여주
"⋯⋯."


박지민
"너무 심각하게 잘생겼어?"

여주
"⋯재미없어."

'도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던 거야.'

시선을 돌리자마자 바로 눈이 마주칠 줄 몰랐다. 지민은 처음부터 작정한 듯 턱을 괴고 몸을 아예 내쪽으로 틀고 있었다.

뻔뻔하고 능글거리는 질문에 정색하며 문제집으로 눈을 옮기니 뒤이어 쿡쿡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샤프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여주
"⋯⋯."

창피했다. 당황한 모습을 들킨 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수업이나 들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쾅!

"아, 깜짝이야! 방금 책상 친 사람 누구,"

김태형
"⋯⋯."

"⋯크흠, 그럼 다음 문단부터는 부반장이 한번 읽어볼까?"

갑작스러운 소음의 원인은, 김태형. 모두가 깜짝 놀라 김태형을 바라봤지만 그에 대해 화를 내거나 꾸짖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마저 말을 돌리며 눈을 피했다.

나 또한 놀라 김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먹을 쥐고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는 게 아무래도 나와 박지민을 보고 한 행동인 것 같았다.

아는 척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박지민과 이야기만 나누면 저렇게 발끈하는 꼴이라니.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김태형은 절대 성급히 나서는 일이 없다.

'⋯⋯아니. 애초에 나는 김태형에 대해 알고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박지민과 짝이 된 후에 예민하게 구는 김태형이나,

돌발 행동을 하는 김태형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박지민이나.

하나도, 모르겠다.


맞은편에 앉은 박지민의 얼굴이 밝다. 그 이유가 김태형 때문인지 카레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찝찝했다.


박지민
"왜 안 먹어? 입맛 없어?"

여주
"⋯⋯먹고 있어. 신경 쓰지 말고 네 밥이나 먹어."

아직 밥을 한 숟갈도 뜨지 않았는데 속이 더부룩했다. 그래도 안 먹으면 그 누구도 아닌 내 손해이니 억지로라도 먹으려 가장자리에 있는 밥을 알맞은 양으로 펐다. 그리고 바로 입으로 넣으려던 그때,

여주
"⋯⋯뭐야?"


박지민
"김치.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밥 위에 올려진 김치 한 조각.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걸 입에 가져가지더 그렇다고 내려놓지도 못하고 있으니 정작 당황하게 한 당사자는 태평하게 밥을 먹고 있다.

여주
"⋯⋯이런 거,"

'하지 마.'

끝말이 다 나오지도 못하고 공중에 흩어져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박지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예상치 못한 상대 때문이었다.

"야, 김남준! 너 왜 거기 앉아? 애들이 불편해 해-."

김남준
"아, 아는 애가 있어서 앉은 건데."

집에선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미소, 한 톤 올라간 목소리, 부드러운 말투. 밖에선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니 김남준의 시선과 마주쳤다.

김남준
"혹시 불편한 건 아니지,"

여주
"⋯⋯."

김남준
"지민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댓글 보고 너무 웃겨서 특수반 쓰다가 아 서류상 가족도 꼭 쓰고 가야겠다 했어요 마라맛ㅋㅋㅋㅋㅋㅋㅋ 매운맛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빙고... 이거 사실 구상은 진짜 욕 나오게 매운 맛인데 우리 팬플 이용자분들의 나이대를 생각하여 조금은 설탕도 뿌리고 밀가루도 넣고 했습니다 (이미 알오물 뺀 것부터가 거의 엽떡 착한맛)

구독자 100명 되기 전에 빨리 완결 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맘 같지 않네요... 쿠ㅠㅜ쿠ㅜ 천천히 달려봅시다! 😂


+) 공감X100! 평점 무슨 일! 저도 드디어 인싸의 길인 별테를 당하나 봅니다! 많은 관심 감사해요 저 좀 뿌듯함😘 진짜 기분 안 나빠요 여기저기 자랑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