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러브 미로 11

'김석진이 여기 왜⋯⋯.'

다시 말하지만, 이곳은 도서관을 가장한 소수 아이들의 아지트였다. 즉, 전교 회장 타이틀을 달고 누구에게나 다정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김석진이 있을 공간이 아니라는 소리다.

김석진은 나를 밀쳐 책장 뒤에 숨기곤 그 앞에 등을 보이고 서 어느 각도에서도 내가 보이지 않게 했다. 그리고 김석진이 온 걸 알아챘는지 더 이상 그들 사이에 둔탁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묻잖아.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다시 한번 김석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문득 집에서 잠시 맞닿았던 손을 씻으며 욕설을 내뱉던 그 상황의 목소리와 겹쳐 들려, 숨을 멈추고 비스듬하게 가려진 김석진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아, 아⋯⋯. 석진아! 여긴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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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도서관에 책 읽으러 오지, 무슨 일로 오겠어. 근데 보아하니 너희는 다른 용무로 온 것 같네?"

제2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오다니. 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김석진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은은하게 웃고 있으면서도 눈빛에서 나오는 아우라 때문일까. 김석진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야! 우리도 책 읽으러 왔어. 그, 그치. 성현아."

"⋯⋯."

그들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말을 돌리며 성현이라는 학생의 몸을 일으켰다. 중간에 성현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건지 우악스럽게 성현을 부축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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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책 읽으러 왔다면서. 더 안 읽어? 그 친구는 더 읽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우⋯⋯ 우리는 다 읽었어! 곧 수업 시간인데 빨리 다 가 봐야겠다. 그, 그럼 다음에 보자."

김석진이 정확히 성현을 가리키며 말하자 성현을 부축하는 학생 외 나머지가 은근슬쩍 몸으로 성현을 가리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따로 내가 나서지 않고 김석진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상황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김석진은 성현이 질질 끌려나가는 걸 보고도 그들을 말리거나 타박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을 보고 몇 마디 나누다 공간을 벗어나니 시선을 거둔 것. 그게 이 자리에서 김석진이 한 모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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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괜찮아?"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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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거기서 나서려고 하면 어떡해. 쟤네들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김석진의 걱정스러운 말이 내게 향했다. 그와 반대되게 느껴지는 무관심한 눈빛. 말은 내게 건네면서도 시선은 계속 손목시계로 향한다.

여주

"⋯⋯쟤네들이 저한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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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여주

"저도 한성 그룹의,"

쾅!

순식간이었다. 한성 그룹이라는 말을 입에서 꺼내자마자 김석진은 내 입을 틀어막고 책장에 몸을 밀어붙였다.

뒤통수가 얼얼하고 한 손에 틀어막힌 코와 입이 아렸다. 인상을 찌푸리며 뜬 눈에 형형한 시선이 꽂히자 그제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무슨⋯⋯ 무슨 말을⋯⋯.'

여주

"윽,"

입을 틀어막지 않은 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본능적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김석진

"입 조심해."

여주

"⋯⋯."

김석진

"그동안 가만히 있어서 몰랐는데, 네가 진짜 우리 집안 사람인 줄 알았나 봐?"

'⋯⋯아니야.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전혀 아니라고, 네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만 입이 막혀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있는 힘껏 어깨를 밀어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석진은 더욱 더 거리를 좁혀 다가왔다.

여주

"⋯⋯윽,"

김석진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 성인 되면 한 집에서 마주치는 것도 끝이니까."

하이고 왜 이렇게 장면추가와 미리보기가 안 되는지... 결국 공기계까지 꺼내서 작성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꽃이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