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러브 미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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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한순간에 박지민과 나의 거리가 멀어졌다. 흐릿한 시야에 박지민의 멱살을 움켜진 김태형이 보인다.

말릴 새도 없이 김태형이 박지민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고, 박지민은 김태형이 무엇을 하든 관심 없는 듯 고개를 돌려 주변에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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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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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디서 되지도 않는 소문을 퍼트려."

여주

"⋯⋯?"

뭘까. 지금 더 대사는.

마치 날 감싸주는 듯한 뉘앙스에, 그 이유를 몰라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김태형이 멱살 잡은 손에 힘을 줘 박지민을 가까이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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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또 무슨 수작질이야,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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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놔.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말고."

탁!

박지민이 김태형의 뿌리치고 자리에 똑바로 섰다. 박지민을 바라보는 김태형의 시선이 형형했지만, 주변 아이들을 바라보는 박지민의 시선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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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여주, 나랑 사귀는 사이야."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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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저게 뭔 개소리야.'

박지민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충격적이다.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말을 하는지 모를 만큼, 거침없었다.

박지민

"어떤 새끼가 그딴 소문을 퍼트린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가만히 있는 애, 한성 그룹이랑 엮어서 함부로 싸지르지 마."

"⋯⋯."

박지민

"헛소문인 거 들키면 좆되는 거, 너희도 잘 알고 있잖아. 안 그래?"

쾅!

박지민의 손목을 잡아채 길을 막는 무리를 헤치고 소강당에 무작정 밀어넣었다. 버티고 있을 줄 알았던 박지민은 의외로 순순히 내 손길을 따랐고, 소강당 문을 잠그고 돌아보는 그 순간까지 아까와는 다른, 다시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주

"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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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여주

"네가 뭔데 그딴 말을 지껄여. 너, 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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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오-. 순종적인 공주님인 줄 알았는데, 화도 낼 줄 알아?"

여주

"박지민!"

킥킥 웃으며 입가를 가리는 박지민이 꺼림직했다. 순종적인 공주님이라니. 그동안 의아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주

"김태형도 널 알고, 김남준도 널 알고. 한성 그룹이랑 도대체 무슨 사이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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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야말로 너는 한성 그룹이랑 무슨 사이인데."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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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아, 그렇지, 참. 한성 그룹의 귀하디 귀한 막내딸이었지."

여주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차마 나오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막혔다. 내가 한성 그룹의 막내딸이라는 사실은 오직 나를 담당하는 선생님들뿐일 텐데.

사교 파티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도 항상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젠 그걸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였으니 다른 기업 자제들도 모르는 것이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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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도 이렇게 금방 깔 생각은 없었어."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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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으니 물어야지. 네가 나랑 사귄다고 발표하면, 한성 그룹은 뭘 해도 곤란한 상황이거든."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거만하게 내려다 보는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을 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 눈을 잘못 깜빡이기라도 하면 한순간에 잡아먹힐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한성 그룹이 곤란해진다고⋯⋯?'

생각해 보니 그럴 만했다. 박지민이 어느 기업의 자제인지는 몰라도 김태형과 김남준이 아는 사람이면 웬만큼만 하는 기업 사람은 아닐 터.

그런 박지민이 나와 사귀는 사이라고 퍼트렸으니 이제 나에 대한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내 출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텐데⋯⋯.

여주

"너⋯⋯."

그토록 숨겨왔던 나를 한성 그룹의 막내딸이라고 소개하기엔 파장이 너무나도 컸고, 그렇다고 조용히 넘어가기엔 김석진과의 소문 그리고 아까 복도에서 있었던 일들이 시끄러웠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성 그룹은 뭘 할 수 있을까. 아니, 날 지키려는 생각은 있을까.

여주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구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박지민은 하하 웃음을 터트리다 입꼬리를 떨어트렸다.

박지민

"당연하지."

여주

"⋯⋯."

박지민

"호랑이굴의 유일한 약점인 토끼가 나와있는데 탐하지 않는 게 병신 아닌가?"

지민이 정체가 생각보다 너무 늦게 밝혀졌어요 원래라면 7화쯤에 밝혀졌어야 할 일...

처음부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주와 친해지려 한 것, (급식실에서 남준과 만났을 때) 다 먹지도 않은 여주의 식판을 가지고 나간 것(=친하게 지내려 하는 것 같은데 배려가 없음)

...으로 충분히 유추하실 줄 알았어요... 내심 쫄렸는데 아무도 몰라서 다행!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정도였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