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오전 11시


나는 병실에 가만히 누워 잠을 깨웠다. 마침, 하늘에서 눈송이가 한 두 개 떨어져내렸다.

000
학교 안 가는 날, 눈까지 내리고. 천국이다.

창문 곁에 붙어 밥을 먹었다.

내 병실은 2인실로, 옮지 않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곳인데.

어제까지 한 사람이 심장병에 걸려 골골거리다 오늘 어디론가 사라졌다.

000
그 사람, 어디로 갔을까.

000
...어딘가 낯이 익은 느낌이었어.

그 이후, 이 병실은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가끔 링거줄을 갈러 들어오시는 간호사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해방감이 든다.

그렇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으므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000
- 지원이 뭐해


김지원
- 딩굴딩굴 중

000
- ? 학교아님?

왜 갑자기 뒹굴뒹굴이실까. 얘도 오늘 쉬나?


김지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학교 대체공휴일임


김지원
- 몰랏군아?

나만 쉬는 게 아니라는 거야?!

갑자기 기분이 훅 나빠졌다. 병원 아래의 바닥에 한 겹 두 겹 쌓여가는 눈을 보던 중,

똑, 똑.

끊는 듯한 노크 소리가 들리고 드르륵, 하며 문이 열렸다.

000
...민윤기?


민윤기
괜찮냐.

왜 하필 병문안을 와도 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민윤기
왜.

000
뭐하러 왔어.

민윤기가 뒷머리를 몇 번 긁었다. 화 난 듯이,


민윤기
병문안.

000
...뭐 할 건데.


민윤기
글쎄.

000
여자 한 명 있는 데에 벌컥벌컥 들어오고 그러냐.


민윤기
지금 넌 환자지.


민윤기
여자기도 하고, 우리 남 아니잖아.

니가 뭔데!


민윤기
...주시진이, 때렸냐?

000
아니. 그 선배가 맞았어.

민윤기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윤기
니가?

000
호석이가, 때리던데.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아직도 그 표정이 선명하네.

000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 사람들이 욕했지.


민윤기
알아, 아무것도 안 한 거.


민윤기
울었냐?

000
거의.


민윤기
...내 잘못이지?

민윤기가 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민윤기의 잘못인가?

000
글쎄.


민윤기
확실하게 대답해, 000. 지금 힘든 거 알아.

갑자기 그 선배들이 나에게 쏟아부었던 욕이 떠올랐다. 호석이의 얼굴을 보면 참을 수 있었는데. 볼로 눈물이 흘렀다.

나도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예쁘게 울고 싶다.

두꺼비 울음소리마냥 꺼억꺼억거리면서 울었다. 민윤기는 날 가만 지켜보다가, 내 앞 간이침대에 앉아 내게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민윤기
내 잘못이네.

000
아, 끄읍, 아니야.

대체 드라마 주인공들은 어떻게 울면서 말을 똑바로 하는 거지.


민윤기
...내 잘못이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눈을 감았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민윤기
눈 떠. 병신아.


민윤기
왜 이렇게 겁이 많아.

눈을 뜨자 민윤기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가 내 볼에 입을 맞췄다.


민윤기
...미안.

말을 뱉자마자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는 민윤기.

나는 더 크게 울어버렸다.

순간, 문 새에 끼인 유리창으로...

카메라 렌즈가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