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오후 2시

- 정호석 그는,

건물 옥상에서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본다. 옥상이라고 해 봐야, 5층짜리지만.

그 높이에서 단에다가 발을 걸치고 있는 느낌은 정말...

즐겁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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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눈이 오는데, 누가 저래 열심히 뛰어가.

입에 물던 사탕이 다 녹기도 전에 뛰어간 저 사람은, 민윤기가 틀림없었다.

또 추한 짓을 하러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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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카메라나 챙겨 나가 볼까.

일부러 더 천천히 걸어 도착한 병원에서, 문에 달린 유리창 사이로 그들의 모습을 봤다.

어여쁜, 00이와.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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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이 위치에서 보면 키스하는 것처럼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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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유레카.

나는 씩 웃으며, 카메라로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두 세 장 정도를 찍고, 문에서 한 발 물러났다.

000

...저거, 뭐야?

눈치챘나,

잰걸음으로 사진관에 달려갔다. 얼른 이 사진들을 인화해서,

김태형에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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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더러워, 더러워.

추한 게 제일 아름답지, 안 그래?

렌즈는 환각처럼 사라져버렸다. 잘못 본 거겠지,

민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고 있다.

어쩌면 눈 내리는 창 밖을 쳐다보고 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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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배 안 고파?

000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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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병원 밥, 안 먹었지.

너 돗자리 깔아라.

000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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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스트레스성이라잖아. 배불러야 낫지.

000

아프면 더 배고파. 많이 먹으면 살 쪄.

사실이었다. 아프면 뭔가 식욕이 더 왕성해지는 바람에... 핼쓱해진다는 건 개소리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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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사 줄게.

000

학생이면서 무슨 돈이 있다고,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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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거지로 뵈냐, 니 눈엔.

000

아주 조금?

농담 삼아 꺼낸 말인데, 먹혔나 보다. 민윤기의 표정이 조금 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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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려가자. 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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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상가에 먹을 거 많이 팔더라.

민윤기가 나를 일으켜 부축해줬다. 링거 줄을 잡고, 한 발짝 떼었다.

그 때 병실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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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표정이 정말 안 좋아 보인다. 뭔가 화가 났나?

000

태형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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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민윤기랑 사귀어?

갑자기? 뭘 했다고?

000

응? 아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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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어제 내 말 받아준 건 뭐야? 여자친구, 해주겠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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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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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자친구 해주겠다고 했잖아. 00아. 받아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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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귄 지 하루 됐는데, 바람 피는 거야?

000

태형아, 우리 어제 했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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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000.

민윤기도 갑자기 화가 난 듯 보였다. 날 깔아뭉갤 거 같은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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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니가 뭔데 쟤 이름을 불러?

내가 착하다고 생각했던 애들은, 왜 다 무서울까. 호석이도 태형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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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000, 쟤랑 사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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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귄다고. 니가 뭔데 여기서 쟤랑 키스를 해?

뭐라고? 누가 그래?

000

그런 적 없어, 태형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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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키스하면 어떤데?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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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000. 쟤랑 사귀냐고 물었어.

000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제발 둘 다 내 말 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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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민윤기. 말을 왜 그따위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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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애인이라고. 나랑 사귄다고. 말귀 못 알아 쳐먹어? 니가 건드려서 안 될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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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딜 감히 잡아? 왜 키스를 해대냐고, 남의 사람이랑. 취미가 그따위야? 주시진이랑 사귀더니 물들었나 봐?

000

아니, 제발 말 좀 들어봐! 안 사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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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새끼야,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어. 가려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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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누구처럼 앞에선 실실거리면서 온갖 잡끼 다 부리다가, 뒤에서는 지랄할 인간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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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랄? 야, 니가 더 하지. 너랑 수질 딱 맞는 애들이랑 놀라고.

000

아니, 시발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아무랑도 안 사귄다고! 야! 민윤기!

나는 다급하게 민윤기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민윤기가 김태형에게 달려들었다. 어깨를 밀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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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수질? 씨발, 말 똑바로 하라고. 나랑 수질이 맞는 애들이 누군데?

나는 끌려가다가 나가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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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날라리, 양아치. 더 있어? 니가 인간 쓰레기니까 맞춰 줄 여자가 없는 거야.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링거가 매달린 받침대를 잡지도 않고 앞으로 민 다음에 달렸다.

그런데 도중에 발을 헛디뎠나 보다.

000

읍...!

난 김태형한테 뛰어가서 안긴 꼴이 되었다. 민윤기를 밀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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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같은 새끼랑 붙어먹기 싫었나 보지, 00이도.

000

잠깐만, 나 넘어진 거야. 아무도 안 싫어해, 나 진짜...

난 뒤로 물러나 민윤기에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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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씨발.

그런데 민윤기는 나를 한 번 쳐다봤다가 김태형을 밀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