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육지에서 일주일


000
...

쓰러진 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의식을 되찾고, 잠들어있는 엄마 옆에서 눈을 떴다.

새벽 3시였다.

아침에도 시간은 있었지만, 지금 말을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근육이 수축되어 한 층 얇아지고 힘을 잃은 팔로, 엄마를 약하게 쳤다.

000
엄마, 엄마아.

엄마
...000! 00아, 00아! 아이고 의사 선생님... 선생, 선생님!

엄마는 바깥으로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새벽인데, 안 졸리실까.

나는 그대로 앉아서 선생님에게 검진을 받았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작은 쪽지병을 발견했다.

목이 모래가 가득 찬 듯 아렸다.

- 일어날 수 있잖아 000

일어날 수 있어, 민윤기.

온 몸의 근육이 조금 너덜너덜해졌다고 했다. 꼬박 칠 일, 그 전까지 합하면 구 일을 누워있어서.

움직일 수 있었다. 힘이 안 들어갈 뿐. 숟가락도 가끔씩 떨군다.

무엇보다 걷다 보면 배 옆부분이 너무 아프다.

가슴도, 머리도 너무 아프다.

친구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일어나서 잘 움직이고 있다는 말, 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 때, 벨소리가 울렸다.

화면을 가득히 채운 이름을 확인한다.



휴대폰을 덮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피아노 음악이 병실 안에 잔잔하게 깔리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십 분 후, 메세지가 왔다.


김태형
- 일어난 거 알아


김태형
- 할 얘기가 있어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은 날에,

나를 죽일 뻔 했던 사람이.

내 앞에 서서 약하게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


김태형
...00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 않았다.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 목 위로 솟구쳐 나오려고 하는 모래알들을, 욕설들을 삼키면서.

나는 웃었다. 내가 봤던 인어처럼.

000
태형아.

어느 바람 선선하던 날, 네가 봤던 나처럼.

000
어서 와.

옥상에 앉았던 그 날, 네가 알던 걔처럼.

000
미안했어.

삼 년도 더 지난 기억 속에서, 그 자리에서 웃었던 나처럼.

나를 구해줬던 네가 해준 말처럼.

000
아무도 안 다쳤으니까 됐어.

우리 둘이 함께 보던 영화의 주인공처럼.

000
난 처음부터 그렇게 안 중요했잖아.

내가 너에게 반하게 된, 2015년의 해가 따사로운 날. 바람이 불고 민들레 홀씨가 날아오던 날.

그 봄날의 김태형처럼.

000
너, 나한테 목숨 빚졌어.


김태형
- 너, 나한테 목숨 빚진 거다. 000.


김태형
...00아,

태형아, 우리 이제 쌤쌤이야.

더 이상은 사람 뺏으려고 하지 않기로 하자.

열심히 달려온 괴다. 가 벌써 마지막 화를 남겨두고 있어요

00이와 태형이, 윤기의 과거에 대해서는 특별편으로 적을 생각이에요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