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괴다.


1월 중순, 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나는, 눈이 오는 길을 걸으며...

나의 새 남자친구와 싸우고 있다.

000
야, 솔직히 내가 너보다 공부 더 잘해.


민윤기
애기 또 지랄한다, 너 나 못 이겨.

000
애기? 너 수학으로 과탑 받아 봤냐?


민윤기
애기야, 너 영어 못 하잖아.

000
...너도 못 하잖아!


민윤기
나도 스피치 콘테스트 일 위 받았어, 000. 되게 무시하네.

이번에도 결국 내가 백기를 든다.

나는 깨어나고서 민윤기와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

이 싸움은 다, 정호석이 우리 둘이 있는 사진을 주기적으로 태형이에게 보내며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사랑 싸움과 그로 인한 우리의 상처는 그냥 눈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다.

태형이와는 친구 사이로, 민윤기와는 애인 사이로.

- 민윤기 그는.

과거의 연이 드디어 끊겼다, 난 그것에 굉장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끝났다는 게.

...00이의 배에는 상처가 남겠지만, 그리고 그게 제일 마음에 안 드는 점이긴 하지만.


민윤기
괸다, 000.

000
뭔 소리야.


민윤기
애기는 이과니까, 순우리말.

000
무슨 뜻인지 들어나 보자, 뭔데?

내가 웃는다. 너도 나를 따라 웃는다.

어색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가다듬고,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000
...어, 어어. 뽀뽀한다는 뜻인가?


민윤기
사랑한다.

전의 강가로 윤기와 함께 걸었다.

문득, 그 지포 블루 라이터가 생각이 났다.

000
윤기야, 너 담배 펴?

윤기가 사레에 들렸는지 기침을 해댄다.


민윤기
아니? 갑자기 왜,

000
전에 그 라이터.


민윤기
아, 그거 적혀있는 문구가 예뻐서 산 거야.

좀 안 믿기긴 하지만,

000
그으래.

000
왜, 뭐라고 적혀있는데? 또 순우리말?


민윤기
아니, 한자.

오, 민윤기 고지식한데.

사귀다 보니 안 점은, 일진들이랑 놀면서 뇌는 굉장히 주름져 있다는 거다.

000
뭐라고 적혀 있는데?


민윤기
종천지모(終天之慕).

000
...이야, 복잡하기도 해라.

그가 라이터를 꺼내 내게 보여준다.

000
무슨 뜻인데?


민윤기
세상이 끝날 때까지 사랑한다고.

이 새끼 선수네.


민윤기
애기야, 줄까?

000
됐네요. 라이터를 어디다 써?


민윤기
남친이 줬다고 자랑해.

000
더러워서 내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어디에 있더라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나는 너를.

괸다.

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