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는 것들을 위하여

1화

8년 전 열 일곱살 이었던 어느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여름은 역겨운 것이 아니라

습한 날씨 마저도 낭만적인 청춘이였다

비가 쏟아져 내려도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져 튕겨나가며 내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웃음짓게 했다

여름 방학과 늦장마철이 막 시작한 때였다

나는 비에 젖은 흙내음과 풀내음이 좋아 비가 그치면 자주 동네 뒷산에 올라갔다

우거진 숲도 아니었고 위험한 길도 없는 작은 뒷산이어서

비가와도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뒷산에는 학교 수영부의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을 처음 발견한 때는 방학식 전 날 이었다

계곡 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산을 오르다가

소문으로만 듣던 수영부 수영장을 발견했다

시골동네에 별 볼일 없는 학교 였기에

역시 담쟁이 덩쿨이 유리벽을 타고 높이 솟아있었고

건물에는 오래되었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여기저기가 부서지고 헤져있었다

고개를 드니 내 키보다 머리 서너개 쯤 높은 작은 유리창이 있었고

그저 호기심에 엎어져있던 화분을 끌어다 밟고 올랐다

수영장 안도 다를 것 없이 낡아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홀린 것인지

나는 뒷산을 오를 때면 늘 수영장을 지나치지 못했다

가끔 운이 좋으면 훈련하는 수영부를 볼 수 있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뒷산을 오르는 참이였다

비를 피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달렸다

수영장 뒤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었고

마침 그곳은 통창으로 되어 안이 훤히 보였다

수영장 훈련을 하는 수영부의 얼굴 주름까지 보일 정도로

수영부가 연습하는 코트와 가까웠다

십 여분 후 비가 잦아들었다

비가 왔다간 하늘은 빛을 내듯 푸르렀고

그 빛은 유리창을 타고 수영장에 흘러들어가

끝내 너를 비추었다

빛을 받아 윤슬처럼 반짝이는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네 모습은

애매랄드 빛 바다 깊은 곳에서 마주친 인어를 본 듯이 신비로웠다

마침내 너를 동경한 순간이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충동적으로 수영부에 지원했다

운동을 시작하기엔 늦은 시기였지만

나는 그날 본 놀랍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잊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