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는 것들을 위하여
5화

생활부장 쌤
거기 누구 있니?

민 설하
헐.. 부장쌤 아냐??

추 원호
좆됐다... 나 벌점 5점만 더 받아도 선돈데

윤 보미
야야 빨리 챙겨

청 월
아 씨.. 아까운데,,

윤 보미
지금 아까운게 대수냐? 우리 걸리면 죽는다고!
우리는 피자를 서둘러 정리해서 구석에 던져놓고는 옥상 뒷편의 창고에 숨었다.

추 원호
야야 조용히 해봐

민 설하
발소리 들리는 거 같은데..
생활부장 쌤
누구 있니?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온 듯 부장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청 월
엣-취!

윤 보미
야..!
생활부장 쌤
거기 누구야!! 창고에서 안나와?!
부장쌤에게 들킬 것 같자 원호는 청 월만 등떠밀었다.

추 원호
니 때매 들켰으니까 니가 책임져

청 월
으악-!
월이는 원호에게 등 떠밀려 부장쌤과 마주쳤다.

청 월
ㅎㅎ.. 쌤..?
생활부장 쌤
청 월! 너 여기서 뭐해?!

청 월
ㅂ..바람이나 좀 쐴까 하고..? 하하..
생활부장 쌤
옥상은 학생 출입 금지인거 몰라?

청 월
에이.. 죄송해요 쌤~ 한번만 봐주세요~ 몰랐단 말이에요
창고 밖에선 월이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부장쌤은 월이의 능청스러운 회유에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무랐다.
생활부장 쌤
너 이번만 넘어가는 줄 알아, 지금 가서 교무실 복도 청소하고 끝내

청 월
감사합니다-!
부장쌤이 다시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우리는 참았던 숨도 내쉬고 창고를 나온다.

청 월
니네 진짜!! 나를 팔아먹냐?!

추 원호
니 때매 걸릴 뻔 했으니까 니가 책임져야지

민 설하
많이 안혼나서 다행이다..ㅎㅎ

윤 보미
ㅋㅋ 그러게 누가 거기서 재채기를 하라던?

청 월
쳇.. 나만 청소하는게 어딨어!

추 원호
여기.
우리는 다시 걸릴까 무서워 옥상을 마저 정리하고 내려온다.

민 설하
우리 먼저 갈게 월아

윤 보미
청소 잘 하시구요~

추 원호
ㅋㅋㅋ
월이는 울상인 표정으로 우리가 교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나는 옥상에서의 해프닝을 기억에 되새기며 피식 웃었다.
행복한 기억을 되새기다 보니 더욱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집에 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골목길에서 나는 익숙한 퀴퀴한 냄새
아직 가을인데도 찬기운이 몸을 뚫는다.
그 골목은 사시사철 내내 서늘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잡생각이 많아질때 쯤 집에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했다.

민 설하
아..
그 사람이 있을까, 없겠지.
그 사람은 집에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매일 술집은 물론이고 카지노에서 밤을 새거나 경마장에서 소리나 지르고 있으니까.
가끔 집에 들어올때면
술과 담배, 땀에 쩐 냄새를 풍기며 집에 있는 비상금이나 지원금 카드를 들고 갔다.
차라리 집에 있으며 나를 괴롭히는 것 보다 나도는게 낫다.
죽는 것 보다 더 쓰레기 같은 삶을 살면서도 죽는 건 무서운지
겨울이면 꼬박 집에 붙어서 잤다.
겨울엔 긴팔을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잡생각을 멈추고 집으로 올라가자, 불쾌한 그 사람의 악취가 풍겨왔다.
아버지
뭐하다가 이제 기어들어와.

민 설하
..학교 동아리가 있어서요. 그래서 좀 늦었어요.
아버지
너, 복지 카드 어디다 숨겼어.

민 설하
안숨겼어요.
그 사람의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옆에 있던 초록색 소주병이 날라왔다.
콰직-!
아버지
어디다 숨겼냐고!!

민 설하
안숨겼어요! 저번에 가져가셨잖아요!
아버지
이게 말 대꾸를 쳐 해?!!
그 사람은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그 사람의 손이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화풀이 하듯 나를 내동댕이 치고는 몇 번 발로 차더니 숨이 차는지 그만두었다.
다행인건 그 사람은 술이 진탕 취해서 힘이 잘 안들어간 탓에 갈비뼈가 부러지진 않았다는 거다.
나는 겨우 숨을 몰아쉬며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아버지
재수 옴 붙은 년, 쓸모 없긴.
그 사람은 방바닥에 침을 뱉고는 서랍에 숨긴 비상금을 찾아서 나가버렸다.

민 설하
윽..아..
겨우 몸을 일으켜 서둘러 서랍을 열어본다.

민 설하
그걸 또 다 가져가냐 개새끼..
하는 수 없이 저녁은 냉장고에 박혀 곰팡이 냄새가 베어버린 빵과 유통기한이 지난 오렌지 주스를 먹는다.

민 설하
아.. 피자 좀 싸올걸
옥상에서 먹다가 남겨버린 피지가 생각났다.
대충 배를 채우곤 이불가지라 할 수도 없는 천조각을 덮었다.
그 사람이 왔다간 탓인지 그 사람의 더러운 체취가 방에 베어버려 신경을 은근히 자극했다.
냄새를 막아보려 얼굴을 천조각에 더 깊이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