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0-2장.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아몬드당근
2019.01.27조회수 17

내 정체를 알았을 때 그 남자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어쩔 수 없었다고, 정말이라고했다.

나는 잠자코 그 남자를 봤다.

평정을 잃은 그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차라도 타올게요."

남자는 내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 틈을 이용해 뒤에서 덮쳤다.

의외로 너무나 쉽게 끝났다.

마치, 그래, 성냥을 태우는 것 같았다.

쿵, 하고 쓰러지더니 곧바로 추한 몸뚱어리만 남았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서 정적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잠시 후 민첩하게 뒤처리를 시작했다.

머리는 무서우리만치 차갑게 식어 있었다.

뒤처리를 끝내고 남자를 내려다봤다.

역시 이 남자도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약해 보이는 교활함으로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내 증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주의: 남주 시점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