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2장.스포츠플라자(7)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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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최승철이라는 사장, 꽤 냄새가 나."

내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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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뭔가 알고 있는데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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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그 사람, 정말 슬기 씨가 죽은 걸 몰랐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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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그게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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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회원이 죽은 걸 아무리 친하지 않았다 해도 모를 수가 있나."

준휘는 대답 대신 한숨을 짧게 내쉬고 두세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라 의견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준휘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 전화가 울렸다.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더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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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홍지수입니다."

상대가 말했다.

그제야 알아챈 나는 "예." 하고 대답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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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실은 슬기 씨의 자료를 빌릴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의 말투는 마치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 난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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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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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오늘 다른 걸 조사하다가 우연히 찾던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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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괜히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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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그럼, 저희 집에 안 오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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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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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상자를 열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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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물론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나는 방구석에 놓아둔 상자를 봤다.

상자는 사이 좋은 쌍둥이처럼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마셨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상자를 쳐다봤다.

상자는 이삿짐센터에서 쌌는지 요란한 색깔로 회사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맥주를 반쯤 마셨을 때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었다.

쌍둥이처럼 닮은 두 상자에 약간 다른 점이 보였다.

포장에서 차이가 났다.

한쪽에 비해 다른 한쪽이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여기저기에 비닐테이프가 던지던지 붙어 있어서 정성스럽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 상자가 배달되었을 때, 순영 씨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정성스러운 포장에 감탄했던 기억이 났다.

테이프도 마치 자를 대고 붙인 것처럼 깔끙했었다.

둘 다, 그래, 분명히 상자 두개가 모두 그랬다.

틀림없이.

맥주를 다 마시고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조사했다.

조사라고 해봐야 상자 주변을 뚫어지게 쳐다 보는 것뿐이었지만.

상자를 보기만 해선 알아낼 수 있는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테이프를 떼고 열어보기로 했다.

상자 안에는 책과 노트, 스크랩이 이리저리 섞여 있었다.

그것들을 그대로 두고 다른 한쪽을 열어봤다.

예상대로 이쪽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테이프를 붙인 방법 그대로 순영 씨의 성격이 드러나 있었다.

상자를 그대로 두고 장식장에서 소주 병과 술잔을 꺼낸 뒤 몸을 던지듯 다시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잔에 술을 따라 꿀꺽 한 모금 들이켰다.

빨라진 심장박동 소리가 그 순간만큼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조금 안정을 되찾고 나서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벨소리가 세 번 울린 다음 상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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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문준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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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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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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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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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당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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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누가 내방에 들어온 것 같아."

준휘도 긴장한 듯 한참 있다가 "도둑맞은 게 있어?"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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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도둑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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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휘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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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몰라."

수화기를 귀에 댄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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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하지만 분명히, 아주 중요한 걸 거야."

늦어서 죄송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