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2장.스포츠플라자(8)


다음 날, 나는 준휘가 일하는 출판사로 갔다.

장례식 때 만난 서명호라는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물론 만날 약속을 해준 것은 준휘였다.

출판사 로비에서 만나 셋이 함께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지훈
"지수 씨에 대한 건데요."

명호 씨는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던 손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지훈
"그분에 대해 좀 말해주세요."


명호
"하지만 저도 그렇게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명호
"저는 슬기 씨 담당이었지 지수 씨 담당은 아니었거든요."


준휘
"아는 데까지만 말해줘."

준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명호 씨를 만나보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준휘였다.

어제 준휘와 통화를 끝낸 다음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 물건은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았다.

통장도, 얼마 안 되는 현금도 그대로 있었다.

침입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 그 상자 뿐이었다.


지훈
"아마 내가 포장 상태까지 기억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겠지."


지훈
"이래봬도 나 꽤 눈썰미가 있거든."

상자의 변화를 눈치챈 것에 대해 나는 준휘에게 이렇게 말했다.


준휘
"괭장하군!"

준휘도 감탄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준휘
"결국 범인의 목적은 상자의 내용물이었던 거군."


준휘
"그런데 뭐 짚이는 거라도?"


지훈
"하나 있어."

슬기의 자료가 누군가에 의해 흐트러졌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직전에 전화를 걸어온 지수 씨였다.

전날 그렇게 간절히 자료를 보게 해달라던 남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준휘
"그럼 그 남자가 훔쳐갔다는 거야?"

준휘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지훈
"물론 단정할 수는 없지."


지훈
"하지만 그 남자 행동은 처음부터 이상했어."


지훈
"그 자료를 손에 넣으고 일부러 이사까지 도와주더니....."


준휘
"하지만 너한테 자료를 받기로 약속했잖아."


준휘
"그런데 훔칠 필요까지 있을까?"


지훈
"깊이 생각하면 그렇지만."

나는 조금 망설인 다음 말했다.


지훈
"그 자료라는 게 절대 다른 사람한테 보여선 안 되는 거라면, 몰래 훔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준휘
"절대로 남한테 보여서는 안 되는 거?"

준휘는 내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하며 잠깐 생각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준휘
"혹시 그 남자가 슬기 씨를 죽였다고 의심하는 거야?"


지훈
"대단히 의심스러워."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지훈
"만약 내 가설이 옳다면, 자기 비밀을 알게 된 슬기를 죽이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준휘
"그런 식으로 추리하는 게......"

준휘는 팔짱을 끼고 상자 안을 다시 살폈다.


준휘
"하지만 그 남자가 숨어 들어왔다는 추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


준휘
"하나는 어떻게 네가 오늘 낮에 집을 비우는지 알고 있었냐는 거야."


준휘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떻게 집에 들어왔냐는 거지."


준휘
"문단속은 제대로 했겠지?"


지훈
"물론."


준휘
"그럼 그 의문을 먼저 해결해야 해."


준휘
"하지만 지수 씨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지훈
"어떻게?"


준휘
"그건 걱정 마."

그때 명호 씨의 이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