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2장.스포츠플라자(9)



준휘
"그건 걱정 마."

그때 명호 씨의 이름이 나왔다.

하지만 명호 씨의 말은 그다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지수 씨가 남성 카메라맨으로서 무척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니었다.


지훈
"슬기하고 함께했다는 일 말인데요."

나는 솔직히 이야기를 꺼냈다.


지훈
"기행문을 잡지에 연재했다고 하셨죠?"


명호
"예, 그렇습니다."


명호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미 연재가 끝난 상태입니다."


지훈
"얼마 전 장례식에서 만났을 때 그 남자 입으로 분명 슬기하고 운이 잘 안 맞았다고 했어요."

왠지 마음에 걸렸던 말이라 기억이 났다.


명호
"아, 그렇게 말했죠."

명호 씨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훈
"연재가 끝났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걸까요?"


명호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명호 씨는 꼰 다리를 바꾸며 몸을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명호
"기행문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명호
"평판도 그런대로 좋았죠."


명호
"Y섬으로 취재를 같는데, 거기서 사고가 났어요."


명호
"슬기 씨와 지수 씨 두 사람 다요."


명호
"서로 맞네, 안 맞네, 운운한 건 아마 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지훈
"사고를 당했다고요?"

물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명호
"요트 사고였습니다."


명호
"슬기 씨 지인 중에 요트를 타고 Y섬으로 가는 계혹을 세운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명호
"거기에 슬기 씨 일행이 끼게 된 건데, 중간에 날씨가 나빠져 요트가 전복되었죠."


지훈
"......."

나로서는 그 상황이 어땠는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훈
"피해는 어느 정도였나요?"


명호
"열 명 정도가 탔는데 딱 한 사람만 죽었다고 했나?"


명호
"다행이 다른 사람들은 근처 무인도로 쓸려가 구조됐는데, 그때 슬기 씨가 다리를 다쳤다고 합니다."


명호
"그리고 곧 기행문 연재도 끝났죠."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준휘
"슬기 씨가 그 요트 여행에 대해 글을 썼을까?"


준휘
"기행문이라기보다 사고 다큐멘터리 같은 거겠지만."

준휘가 물었다.


준휘
"안 쓴 것 같긴 한데."


명호
"출판사에서는 써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습니다."


명호
"정신없이 벌어진 일이라 또렷이 기억하지 못한다면서요."


명호
"하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당한 사고까지 싣고 싶진 않았겠죠."

그럴 리 없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설령 피해자가 자신일지라도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무엇보다 애써 취재하지 않아도 생생한 목소리, 즉 자신의 목소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명호
"뭐 그래서 그 시리즈는 자기만의 색깔이 생기려는 시점에서 그만 끝나고 말았죠."

다른 회사 이야기라 그런지 명호 씨는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지훈
"그런데 그 요트 여행 말인데요, 여행사에서 기획한 건가요?"


명호
"아뇨. 여행사가 기획한 게 아닙니다."

내 질문에 명호 씨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명호
"서울에 있는 어떤 스포츠센터가 기획한 거라고 했죠, 아마."


명호
"어딘지는 잊었지만."


지훈
"그게 혹시....."

나는 마른 입술을 적셨다.


지훈
"....승철 스포츠플라자?"

그 말에 명호 씨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호
"맞아!맞아요. 분명히 그 이름이었어요."


지훈
"역시."

나는 준휘와 시선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