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3장.사라진 남자(2)


형사들에게서 벗어나 아파트를 나왔을 때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가로등이 역으로 향하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아래를 걷던 나는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하자마자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이라면 준휘도 집에 있을 것이다.


준휘
"정보는 얻었어?"

내 목소리를 듣고 먼저 이렇게 물었다.

지금까지 지수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훈
"그 남자, 살해됐어."

단도집입적으로 말했다.

완곡하게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준휘가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내가 계속 말했다.


지훈
"살해됐어."


지훈
"머리를 맞고....."


지훈
"약속 시간이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그 남자 대신 형사가 받았어."


준휘
"....."


지훈
"듣고 있어?"

조금 있다가 "흐음." 하는 준휘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긴 침묵.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윽고 준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휘
"뭐랄까......"


준휘
"이런 경우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지훈
"내 집에 올래?"

내가 제안했다.


지훈
"상의할 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


준휘
"아무래도 그렇지."

준휘가 어두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우리는 마주앉아 집에 있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지훈
"분명한 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훈
"우리가 계속 한 발씩 늦었다는 거야."


지훈
"적이 늘 한 발 빨랐어."


준휘
"적이라니, 누가 적인데?"


지훈
"모르겠어."


준휘
"그 해난 사고와의 관련성도 경찰에게 이야기 했어?"


지훈
"아니."


지훈
"확실한 것도 없고, 또 이번 일 만큼은 내 힘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훈
"사실은 지수 씨와 만나기로 한 이유도 적당히 둘러댔어."

준휘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먼 곳을 응시했다.


지훈
"어쨌든 작년 사고에 대해 조사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내 말을 들은준휘는 잔을 놓고"그것에 대해서는 여기오기 전에 조금 조사를 했어."하고는 가방에서 흰종이를 꺼냈다.

신문기사를 복사한 것이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작년 8월 1일 오전 8시쯤, 승철 스포츠플라자 소유의 요트가 Y섬으로 향하던 도중 큰 파도를 만나 침몰했다.

타고 있던 11명 중 10명은 구명보트로 근처 무인도에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인근을 지나던 어선에 의해 구조되었다.

하지만 1명은 가까운 바위에 엎드린 채 죽어 있었다.

사망한 사람은 서울 잠실에 사는 김예림 씨.


지훈
"그때 일에 대해 좀 더 조사해봐야겠어."


지훈
"전해도 말했지만 사라진 슬기의 자료에 그것과 관련된 비밀이 적혀 있을 거야."


준휘
"그 비밀을 지키려는 누군가가 차례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거야?"


지훈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지훈
"하지만 지수 씨는 비밀을 지키려던 쪽이야."


지훈
"그리고 만약 최승철 사장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그도 마찬가지일 거야."

준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준휘
"물론 그렇겠지."


준휘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생각이야?"


준휘
"해상보안부에 문의하는 정도라면 내가 해줄 수 있지만."


지훈
"글쎄."

나는 생각에 삔졌다.

무슨일이 있었다 해도 당사자들이 비밀로하고 있는 이상 공적인 기록이 남았을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훈
"아무래도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보는 수밖에 없겠어."


준휘
"그러면 최승철 사장에게 다시 한 번 만나자고 할까?"

준휘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


지훈
"손에 든 것도 없이 그 사람을 만나봐야 쉽게 무너뜨릴 수 없어."


지훈
"여행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겠어."


준휘
"그럼 우선 이름과 주소를 조사해야겠네."


지훈
"걱정 아. 실마리는 있어."

그렇게 말하며 나는 옆에 꺼내놨던 명함을 들어 올렸다.

지난번 스포츠센터에 갔을을 때 주현 씨에게서 받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