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

마음이 스친 밤

밤하늘에 별 대신 도시의 불빛이 가득한 한강.

그 곁 잔디밭 위에 조심스레 펴진 돗자리 위로 두 개의 캔맥주와 갓 튀긴 치킨이 놓여 있었다.

소리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하게 식어가는 여름의 끝자락.

완벽한 야외 피크닉의 조건들이 하나하나 갖춰진 순간이었다.

승관은 캔맥을 따며 여유를 부리다, 갑자기 날아든 나방 한 마리에 깜짝 놀라 헛손질을 했다.

승관 image

승관

"으왓! 벌레!!"

그의 난감한 목소리와 함께 몸을 홱 돌린 방향에는, 지연이 정확히 있었다.

동시에 지연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손으로 휙— 나방을 쳐냈다.

순간적으로 가까워진 거리. 그녀의 손끝과 그의 어깨가 살짝 스쳤고, 따뜻한 숨결이 고요한 밤공기 속에 섞였다.

너무나 짧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둘 다 본능처럼 바로 몸을 떨어뜨렸다.

어색함이 스며든 정적. 하지만 다행히도 그 틈을 지연이 부드럽게 채웠다.

김지연

"아... 음. 이런 야경이요.

김지연

혼자 나가다가 자주 보긴 했는데, 누구랑 같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 말에 승관은 살짝 웃으며, 이제야 진정을 되찾은 얼굴로 말했다.

승관 image

승관

"그래요? 그럼 앞으로 자주 같이 봐요."

승관은 치킨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소리가 입 안에서 났고, 그걸 보던 지연도 젓가락을 들어 살짝 주저하다 한 입을 떼어 물었다.

김지연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과장도 계산도 없는 감탄. 승관은 씨익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승관 image

승관

"쿡쿡. 한강보다 흔한 게 치킨인데요. 지연씨는 진짜 반응이 투명한 거 알아요?"

그러곤 장난기 어린 손짓으로 지연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김지연

"으앗...!"

당황한 지연이 올려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뭔가 이상하게 그 순간, 시간이 다시금 느려졌다. 애써 자연스럽게 손을 내린 승관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승관 image

승관

"큼큼. 아, 시원하고 좋네요. 짠해요."

캔맥주를 들고 부딪히듯 건네며 말을 돌렸지만, 그의 볼은 달빛에 물든 듯 어쩐지 더 붉어 보였다.

그때였다.

김지연

"어? 우와, 뭐예요!"

지연이 갑자기 하늘을 가리켰고, 고개를 들어보니 드론쇼가 밤하늘 위를 수놓고 있었다.

무지갯빛 불빛들이 반딧불처럼 흩어지고, 이어서 화려한 분수 쇼가 터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분수대의 물줄기가 돗자리 앞까지 뻗어 나왔다.

김지연

"으앗!!"

둘 다 소리를 내며 일어섰지만, 이미 물은 튀었고, 옷이 꽤 젖었다.

음식을 거의 다 먹은 참이라 다행이었지만, 물기가 옷에 닿은 감각은 분명히 신경 쓰였다.

승관 image

승관

"아~ 그래도 밥은 다 먹었으니 다행이네요. 에헤이, 이게 뭐야."

승관은 웃으며 옷을 털었고, 지연도 따라 했지만 표정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승관 image

승관

"왜요? 많이 찝찝해서 그래요?"

승관은 그녀의 표정을 읽고 물었고, 지연은 조심스레 말했다.

김지연

"...이거, 승관님이 사준 옷인데... 이렇게 돼버려서..."

그 말에 승관은 마음이 살짝 뭉클해졌다. 무심히 웃으며 말했다.

승관 image

승관

"괜찮아요. 가서 빨면 되죠. 어차피 입는 옷인데."

달래보려 했지만, 지연의 표정은 여전히 안쓰럽게만 보였다.

그런 모습에 승관은 작게 웃음짓다 잦은 숨결을 내쉬고 말했다.

승관 image

승관

"밤도 늦었는데, 이제 슬슬 들어가요."

치운 자리 위로 돗자리를 접고, 남은 쓰레기까지 챙긴 두 사람은 다시 한강길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집에 돌아와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젖은 옷을 벗고,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샤워 후,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승관이 사준 원피스를 조심스레 빨래바구니에 담는 지연. 그 손끝이 머뭇거렸다.

창가에 스며드는 조명이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비췄고, 그녀는 옷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김지연

"너무 예쁘다..."

그건 무조건적으로 옷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따뜻한 마음.

그 모든 것이, 지금 그녀를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