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
그녀가 좋다


다음 날 아침.

창 너머로 스며든 햇살이 천천히 거실 안을 밝히기 시작했다.

김지연
"흐아암~"

기지개와 함께 눈을 뜬 지연은 머리를 천천히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몸이 가뿐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씻으러 들어간 욕실에선 가볍게 물소리가 울렸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거실로 나오던 그 순간— 지연의 걸음이 멈췄다.

거실 식탁에,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승관이었다.

김지연
"...승관님..?"

그의 등이 조용히 들썩였다. 놀란 지연은 다급히 다가갔다.

김지연
“왜…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식탁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드는 순간, 승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 아래엔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하고 있었다.


승관
“으아… 괜찮아요.”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시선을 일부러 다른 쪽으로 돌렸다.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고, 뭔가 어색하게 굴고 있었다.

지연은 그의 안색을 확인하려고 몸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승관
“자, 자, 잠깐만요!”

김지연
“네…?”

승관은 갑자기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그리고 얼굴을 휙 돌려 벽 쪽을 응시했다.


승관
“가, 가까이 오지 마봐요!”

지연은 당황해서 순간 멈칫했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김지연
“아… 죄, 죄송해요… 저는 그냥…”

말끝이 흐려졌다.

그녀는 손을 모은 채 눈치를 살폈지만, 승관은 여전히 그녀를 보지 않은 채 애써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귀는 이미 불이 붙은 듯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연은 그런 걸 눈치챌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나 하는 불안감만 가득했다.


승관
“…아, 그… 나, 좀… 다시 씻고 올게요!”

승관은 그렇게 말하고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연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김지연
“왜 그러시지… 나 뭐 잘못했나…”

승관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고, 등을 문에 기대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손이 저절로 가슴 위로 올라갔다.


승관
“와, 뭐야… 엄청나게 뛰는데…?”

그는 손바닥 아래서 느껴지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다독이려 애썼지만, 진정되기는커녕 더 격해졌다.

생각났다.

어젯밤. 쇼파 위에서 자고 있던 그녀.

자연스럽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려던 순간, 그녀의 속삭임.

김지연
'보고싶었어요'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은 폭발처럼,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를 옮길까, 어깨를 감쌀까 망설였던 그 밤.

결국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멀찍이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밤을 새웠다.

커피라도 마시자 싶어 나갔던 거실에서 결국 식탁 위에 엎드려버렸던 건,

지연의 생각때문에 기력이 다 빠져버린 탓이었다.

그런데 아침. 그녀가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게, 어제의 그 말이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부터 솟구치는 감정이 온몸을 태워버렸다.

김지연
'보고 싶었어요.'


승관
“아아… 미치겠다 진짜…”

승관은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억지로라도 평정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치솟는 감정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