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

고마워요

부엌 안, 칼이 미끄러진 찰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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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아이, 이거 어떡해..!! 지연씨, 지연씨?!"

승관의 놀란 목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울렸다.

지연은 머릿속에서 문득 스쳐지나간 낯선 기억에 잠깐 정지된 듯한 표정으로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못했다.

김지연

"으..으앗, 네?!"

정신이 돌아오고서야 승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엔 걱정이 가득했고, 손에는 이미 지연의 손을 덥석 감싸 쥔 채 상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시선이 손끝의 피를 본 순간, 지연도 본능적으로 통증을 느끼고는 비명을 삼키듯 작게 외쳤다.

김지연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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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자, 잠깐만요..!"

승관은 급히 휴지를 찾아 넉넉하게 뜯어내어 지연의 손에 감싸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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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이거 꼭 잡고 있어요. 엄청 깊진 않은데... 상처가 좀 커요. 얼른 약 발라야겠다."

휴지를 단단히 쥐어주고는 승관은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구급상자를 찾는다.

지연은 문득 손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김지연

'병원에... 누워 있었던 것 같아. 근데, 내가 지금 아프다고 느끼는 게 맞는 거야?'

작은 상처에서 흐르는 따끔한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이렇게 된 이후 처음 느끼는 감각.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자기 손에 지연은 잠시 멍해졌다.

그때, 숨을 고르며 승관이 구급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지연을 식탁 의자에 앉히고, 그녀의 손을 잡아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며 정성스럽게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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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으이구... 괜찮아요? 좀 많이 쓰라릴 텐데."

김지연

"...괜찮아요. 정말 고마워요, 승관님."

지연은 그가 손끝에 닿는 감각을 최대한 참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승관은 치료에 집중한 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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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근데... 나 밤새 간호해준 거예요? 그래서 나 주려고 그거 만들고 있었던 거고...?"

그의 목소리엔 평소와 다르게 한 톨의 부드러움과 진심이 얹혀 있었다.

시선을 떨군 지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연

"...많이 힘들어보이셔서요. 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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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뭘 지연씨 때문이에요. 내가 놀다 탈 난 거지, 걱정도 많다."

승관은 마지막 밴드를 조심스럽게 붙인 후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지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위해 만든 요리를 준비하다가 묻은 양념이 그녀의 뺨에 살짝 남아 있었다.

승관은 말없이 손을 뻗었다.

지연의 피부에 손끝이 살짝 닿고, 엄지손가락이 양념 자국을 부드럽게 닦아냈다.

지연은 그 감촉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숨을 고르듯 작게 숨을 들이켰다. 승관도 이내 자신의 행동에 아차하며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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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

"...아, 아무튼 고마워요 지연씨. 진짜."

그는 급히 몸을 일으켜 구급상자를 챙기러 간다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지연은 고개를 숙인 채, 뺨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손끝의 상처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뜨겁게.

그가 닿았던 순간이, 마음 깊은 곳에 부드럽게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