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ARD: 히든 카드
ESPER: 초능력자 [07]


단미래
"여주야!!!!"

갑자기 훈련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미래가 들어왔다. 다급한 얼굴로 들어온 걸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김여주
"…왜요, 언니. 우리 지금 좀 바쁜데."

여주는 정국과 미래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손을 한 번 주억거리며 전기의 입자를 흩어놨다. 사실 이 싸움에 진지하게 임할 마음은 없었다.

저 자식이 괜히 불안하게 한 거지…. 여주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정국의 얼굴을 째려봤다가, 뒤이어 들리는 미래의 말을 듣고는 곧장 몸을 돌렸다.

단미래
"통제 구역 S-3에 학생들이 들어갔나 봐. 빨리 가봐야 돼!!!"

김여주
"…뭐?"

군인도 모자라 학생들이 거길 왜 들어가?! 아직 그 군인도 못 만나봤는데!!! 여주는 손에 감기는 전기를 아예 없애버리고는 빠르게 통제 구역 S-3으로 향했다.


통제 구역 S-3의 입구까지 도착한 여주는 가볍게 철조망을 뛰어넘어 통제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통제 구역 S-3은 통제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마을이었던지라 아직 부시지 않은 집이 몇 채 있었고, 여주는 그 주위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손으로 바닥을 짚어 달리는 속도를 늦췄다.

한서준
— 아아. 김여주, 단미래. 내 목소리 들려?

단미래
— 들려.

한서준
— 여주는? 아직 못 찾았어?

김여주
"미래 언니랑 같이 있어."

푸드득–

하늘에서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 자세를 낮추고 하늘로 고개를 올리니, 검은 새 떼들이 하나같이 발톱을 세운 채 푸드득거리고 있었다.

김여주
"…언니, 학생 몇 명 정도 들어왔어요?"

단미래
"아직 못 봤어. 잠깐만…."

한서준
— 어, 남준아 고마워. 김여주, 단미래. 그쪽에 누가 들어갔는지 알아왔어.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애 두 명이야. 한 명은 진하준, 다른 한 명은 박병일.

김여주
"쌤들이 분명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전달했을 텐데, 왜 들어와 가지고. 하아…."

여주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열을 식혔다. 가끔 이렇게 그 작은 호기심 때문에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여주만 힘들어졌다. 자신의 능력은 최대한 숨기되, 아이들은 구해야했으니까.

학생들을 구할 때마다 여주는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 작은 호기심이 누군가에겐 죽음을 초래하는 일일 수도 있는 걸 아냐고. 그 작은 호기심이 참 이기적이라는 걸 아냐고. 물론,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말이다.

단미래
— …한서준. 여기에 들어온 사람이 두 명이라고?

한서준
— 어. 진하준, 박병일. 총 두 사람. 왜?

단미래
— 두 명… 아닌데.

김여주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언니."

바닥에 손을 짚고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던 미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것 같다.

단미래
— …여기 들어온 사람은 총, 네 명이야.

한서준
— 뭐?

김여주
"네?"

푸드득–

그때였다. 여주가 놀란 얼굴로 미래를 돌아보자, 새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주에게로 달려들었다.

평범한 새들과는 달리 몸이 사람만해서 여주는 새들의 발톱에 팔이 긁히면서도 쉽사리 공격할 수 없었다.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자세를 낮췄는데도 몸은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김여주
"윽…. 걔네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는 있어요?! 얘네 볼타인 것 같은,"

단미래
"뭐, 뭐야!!!!!!"

순식간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쇠사슬이 갑자기 튀어나와 미래의 팔과 발을 묶었고, 미래의 비명 소리를 들은 새들은 여주에게서 미래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다시 한 번 날개를 펄럭이며 새 다섯 마리가 부리를 벌린 채 미래에게 날아갈 때,

파스스–

김여주
"언니는 저기 집 안에 들어가 있어요!!!!!"

여주가 능력을 써 새들을 죽였다. 조절한답시고 너무 능력을 약하게 썼는지, 하늘을 날던 다섯 마리의 새는 뼈와 가죽만 남긴 채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것들을 보며 징그럽다고 소리지를 여유도 없었다. 고작 다섯 마리에 시선을 빼앗기기에는 아직 남아있는 새들이 훨씬 많았다. 대략 잡아서 한… 서른 마리? 이마저도 최솟값으로 잡은 것이었다.

미래는 여주의 말을 듣자마자 가까이에 위치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공격 능력이 아니었기에 여주와 함께 있어봤자 피해만 줄 뿐이었다.

한서준
— 여주야. 여기 남준이랑 호석이 있는데 보내줄까?

김여주
"…됐어. 애들 어디 있는지 파악이나 해."

한서준
— …알겠어. 찾는대로 무전 줄게. 절대로 무리하지 마. 김여주.

남들에게 능력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여주를 알기에 서준은 뒤로 한 걸음 물어나줬다. 걱정된다며 소리질러봤자 여주에겐 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여주는 인이어에서 손을 떼고 하늘에 시선을 고정했다. 미래가 집에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그 주변에 있는 새들을 싹 다 없애버려서 그런가, 아까보다 새들이 더 예민해진 것 같아 보였다.

하늘에서 계속 날개를 펄럭이던 새 일곱 마리가 가죽과 뼈만 남은 새들에게 내려왔다. 뭘 하려기에 내려왔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니,

와드득–

방금까지만 해도 함께 날았던 새를 씹어먹는다. 이미 몸에 있는 수분이란 수분은 여주가 다 흡수해 정말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걸 하나도 남김 없이 씹어 먹었다.

같은 동족을 먹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여주는 얼굴을 구기며 입을 막았다. 가뜩이나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동족을 말끔히 먹은 새의 모습이 변했다. 검었던 눈이 붉게 변하고, 여주와 비슷했던 몸 크기가 집 한 채 못지 않게 커졌다.

분명 해가 뜬 아침이 맞는데, 몸이 커진 새 일곱 마리가 날개를 촥 펼치니 주위가 까맣게 변했다. 밤이 됐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여주
"……젠장."

새 떼가 달려들었다.

퍼억–!!!

능력을 쓰려 손을 뻗으려 했지만, 완전히 손을 뻗기도 전에 날개에 맞아 철창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던져졌다. 하마터면 철창에 몸이 다 찔릴 뻔했다.

단미래
— 여주야! 여기 집 안에 여학생 두 명이 있어. 아까 내가 말했던 네 명 중 두 명인 것 같아. 박스 안에 숨어있어서 못 찾는 줄 알았잖아, 이 녀석들아!!!

김여주
"쿨럭…. 다른 애들은, 윽…. 다른 애들은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어봐요."

단미래
— 뭐야, 여주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다쳤어?!?

한서준
— 뭐? 김여주가 다쳤다고?! 야, 김여주. 너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내가 보내준다고 할 때 말 좀 듣지!!!

김여주
"……시끄러워."

순간, 바닥에서 빠르게 솟아오른 쇠사슬이 방금 여주를 공격한 새의 몸을 묶었다.

여주가 손을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쇠사슬 또한 새의 몸을 더 세게 감쌌고, 새는 숨이 막히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머리를 울리는 깨질듯한 소리에 여주는 이마를 짚었고, 그대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스스–

김여주
"후…."

언제 이 곳에 있었던 것 마냥, 흔적없이 사라졌다. 잿빛 가루는, 남지 않았다.

김여주
"난 괜찮으니까 빨리 애들이나 찾아."

한서준
— 야, 너,

김여주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선배, 잊었어?"

초조함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에 서준은 입을 다물었다.

김여주
"나, 조커야."

그래, 조커. 그녀는 가디언의 '히든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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