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금은 편해졌으니까

그 뒤 고요한 거실.

짧은 침묵 뒤, 세연은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살짝 떨궜다.

하지만 이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명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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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냥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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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같이 있는 게 나쁘진 않아서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세연

‘…그냥 있으라고? 진심 같았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말해…’

그녀는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불쑥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정세연

“아,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진정하자, 진정…”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숨을 고르던 그때—

조용히 거실 한쪽에 서 있던 명호가 시선을 그녀 쪽으로 돌리며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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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러고 보니… 몇 살이에요?”

정세연

“네? 아, 저요? …26이요. 올해로.”

세연은 약간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명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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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난 서명호고 스물아홉이에요. 제대로 말 해준 적이 없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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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나보다 세 살 어리네.”

정세연

“생각보다 많이 차이 안 나네요.”

세연은 작게 웃었다.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어쩐지 말수가 많지 않던 명호가 오늘 따라 말을 조금 더 많이 건네는 것 같았다.

명호는 세연을 바라보다가, 살짝 가늘게 뜬 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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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럼 앞으로 반말 해도 되죠?”

정세연

“헉! 그건… 아직은 좀…”

세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했다. 명호는 작게 미소지어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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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너무 그렇게 생각 안해도 돼요. 그래도… 말 놓고 싶을 정도로 편해졌다는 뜻이니까.”

그 말에 세연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다.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말끝을 살짝 떨었다.

정세연

"하하...감사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말끝에 담긴 미소는 또렷했다.

명호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조용히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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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배 안 고파요? 라면 먹을래요?”

등 뒤에서 던진 말.

무심하게 들렸지만, 그 안엔 낯설지 않은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정세연

“…에? 지금요?”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놀란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다시금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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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응.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 같이 먹어요.”

세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

이상하게 그 평범한 한 끼가, 이 집에서 처음으로 함께 나누는 ‘일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밤, 작고 따뜻한 웃음이 거실과 주방을 잇는 사이에 조용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