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3.좀 귀여운듯?


거실 식탁.

작은 테이블 위로 라면 두 그릇의 김이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연은 수저와 젓가락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두 손을 앞치마처럼 모은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세연
“다 됐어요… 드셔보세요!”

목소리는 밝았지만, 얼굴엔 미세한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면이 너무 불진 않았을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명호는 말없이 라면 그릇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젓가락을 들어 국물을 살짝 저은 뒤, 면을 크게 한 젓가락 집어올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채로, 그는 조용히 한입 크게 물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정세연
“…어? 맛없어요? 뭐 잘못 넣었나…?”

세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얼굴, 허둥지둥하는 손.

마치 죄라도 지은 듯 작은 숨을 삼켰다.

명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입가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디에잇(명호)
“장난이에요. 잘 끓였어요. 면도 딱 좋아요.”

세연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손으로 가슴을 톡 치며 헛웃음을 지었다.

정세연
“아… 진짜 놀랐어요… 망한 줄 알고…”

그녀도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면을 입에 넣으며 입을 살짝 오물거리다가, 후루룩— 조심스럽게 국물까지 떠먹는다.

식탁 위엔 잠시, '후루룩'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고요한 소리는, 어색했던 두 사람 사이에 첫 번째 온기를 놓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다, 세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세연
“근데… 명호 씨는 혼자 사시는 거예요? …뭐, 애인분이나 가족 분들이랑은 안 사시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스스로 놀란 듯 손사래를 쳤다.

정세연
“아! 아뇨, 실례였으면 진짜 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명호는 젓가락을 잠시 멈추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말없이 웃음을 삼킨다.

그 모습이 어딘가 웃겼는지,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디에잇(명호)
“아뇨. 혼자 살아요. 가족은 중국에 계시고, 애인은… 뭐 없어요.”

그 한마디에 세연은 순간 눈을 깜빡이며, 얼떨떨한 얼굴로 다시 라면을 집었다.

대답은 들었지만, 그 말은 그대로 머릿속에서 반복되기 시작했다

정세연
‘아 가족분들은 또 중국에 계시는구나....타지에서 혼자서....그래서 연애도 잘 못하시는건가...

정세연
하긴 뭐, 아무리 잘생겨도 바쁘면 연애 힘들겠지… …아니 근데 왜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건데 나…’

그녀는 괜히 젓가락으로 면을 돌돌 감으며 국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속으론 이미 들썩이는 감정들을 억누르기 바빴다.

그 옆에서, 명호는 세연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입가에는 미세한 곡선이 스쳤다.


디에잇(명호)
‘흠, 질문이 귀엽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무표정한 듯 보였지만, 그 속 어딘가엔 알 수 없는 부드러움이 퍼지고 있었다.

둘만이 앉은 식탁. 두 개의 라면 그릇. 그리고 말보다 많은 것이 오고 가는, 조용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