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4.좁아진 거리


식탁 위, 김이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라면 두 그릇.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속,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젓가락을 움직였다.

그때, 세연의 눈매가 살짝 동그래졌다.

면을 입에 넣은 채 잠시 멈춘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정세연
‘근데...가족이 중국에 있다고…? 나도 유학했는데… 그럼 혹시… 중국인…?

정세연
근데 한국말 너무 잘하는데?’

그런 혼잣말은 고스란히 얼굴 위에 드러났다.

고민이 그대로 표정에 맺힌 채, 결국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세연
“그… 가족분들이 중국에 계시면… 중국인이세요? 아… 아닌가요?”

명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젖히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 웃음은 입꼬리만 올라간 미소였지만, 왠지 묘하게 짓궂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


디에잇(명호)
“저… 어떤 것 같아요?”

짧은 질문.

말투엔 장난기와 여유가 고르게 섞여 있었고, 눈빛은 살짝 반짝였다.

세연은 잠시 멍한 듯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정세연
“한국인…?"

피식.

명호는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웃음을 살짝 참는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디에잇(명호)
“맞아요. 한국인이에요. 근데 부모님은 중국에 계세요.”

그 말에 세연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자연스레 목소리 톤이 한층 올라갔고, 입꼬리도 활짝 펴졌다.

정세연
“아! 그래요? 중국어 잘하세요??

정세연
저도 중국 유학 오래 해서 조금 할줄 알거든요—이거 혹시 공통점인 건가요?”

어딘가 들뜬 목소리.

세연은 앞에 놓인 라면을 잠시 잊은 채, 반가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말했다.

명호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어떤 따뜻한 흐름이 스며 있었다.


디에잇(명호)
“…아뇨. 잘 못해요. 그래서… 배우려구요.”

짧은 말이었지만, 어딘가 여운이 길었다.

세연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정세연
“와~! 그럼 필요하시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진짜 발음이랑 억양 어려운데, 제가 잘 설명해드릴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뭔가를 함께한다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긴 목소리.

명호는 그 말에 잠시 입꼬리를 들 듯 말 듯 하며 세연을 바라보았다.


디에잇(명호)
‘중국인한테 중국말 잘 하냐니… 하 진짜… 뭐야 이거 뭔데 귀엽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그러면서도, 조용히 한 마디를 남긴다.


디에잇(명호)
“…그래요. 그럼… 필요할 때마다 불러야겠네요.”

그 말에 세연은 순간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정세연
“진짜 알려드릴게요!! 그냥 하는 말 아니에요.”

작게,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 명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면을 들어올리며 국물을 떠먹는 그의 동작은 여전히 단정했지만—

그 안에 흐르는 공기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말없이 오고가는 눈빛. 마주치지 않아도 이어지는 온기.

식탁 위, 말 없는 라면 한 그릇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서서히 줄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