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말 없는 아침인사

다음 날 아침.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방 안을 포근하게 적시고 있었다.

창가 너머로 흘러들어온 빛은 희미한 금빛으로 이불 가장자리를 물들였고, 그 위에서 명호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는 한쪽 팔로 이마를 가린 채 잠시 누운 상태로 숨을 고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칼은 헝클어졌고, 셔츠의 한쪽 어깨가 느슨하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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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좀 늦잠 잤네. 오늘 스케줄 있는데…’

잠긴 목으로 중얼이며, 알람을 끄고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렸다.

그리곤 익숙한 동선처럼 무심히 거실로 걸어나왔다.

조용했다. 이상할 만큼 고요한 아침.

하지만 그 정적의 중심—식탁 위에, 무언가 따스하게 놓여 있었다.

흰 접시 위, 노릇하게 구워진 식빵 두 조각.

윤기 흐르는 버터 옆엔 정갈하게 놓인 딸기잼.

절반만 익은 반숙 계란에서 노란 노른자가 살짝 흐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 두 줄.

향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고소했다.

그리고 그 접시 옆에, 작은 포스트잇 하나가 바람결에 가볍게 들썩이고 있었다.

정세연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이거 토스트인데 간단히 만들어봤어요. 맛있게 드셔주셨음 해요 :)'

명호는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들킨 듯한 어색함과, 가슴 깊은 곳이 묘하게 찡해지는 감정이 동시에 찾아왔다.

메모를 읽고 또 읽었다. 짧은 글, 간단한 말.

하지만 그 안엔 어떤 화려한 표현보다 진심이 먼저 스며 있었다.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빵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보았다.

따뜻하진 않았지만, 그 온기가 식탁 위에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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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이걸 아침부터 만들고 간 거야…?’

그의 눈가에 아주 미세한 곡선이 그려졌다.

입꼬리는 망설임 없이 올라갔고, 가슴 언저리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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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따뜻한 사람이네....’

그는 짧은 숨을 내쉬며 포스트잇을 조심히 떼어내더니, 책상 구석 벽면에 살포시 붙였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계란을 반으로 가르고, 빵을 작게 접어 입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바삭한 베이컨 한 조각. 말은 없었지만, 입가엔 계속 웃음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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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맛있네."

식사를 마친 명호는 그릇을 조용히 치우고, 고요하게 하루의 준비를 시작했다.

차 키, 핸드폰, 스케줄표를 하나씩 챙기고, 마지막으로 신발을 꺼내 신으려던 순간.

그는 현관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햇살이 현관문 유리 위로 부드럽게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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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오늘 하루, 좀 길어질 것 같네. 이상하게… 막...생각날 거 같아서.’

그는 문고리를 조용히 돌렸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마저도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명호는, 햇살 속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