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6.흔들리는 밤


밤 10시 20분경.

도시의 불빛은 이미 흐릿해지고, 밤공기엔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촬영을 마친 명호는 조용히 차량에서 내려, 피곤한 듯 깊게 숨을 내쉬었다.


디에잇(명호)
‘…길었네, 오늘.’


핸드폰 화면엔 멤버들의 단톡방이 떠 있었다.

명호는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 화면을 꺼버렸다. 작은 한숨이 입술 끝을 타고 흘렀다.


디에잇(명호)
“…못 버티겠다. 그냥 빨리 들어가야지."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오르내렸고,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층에 도착했다.

도어락 소리가 익숙하게 울린 뒤, 조용한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섰다.

실내엔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디에잇(명호)
"....세연씨?"

대답은 없었다. 부엌도, 방도, 거실도 조용했다.


디에잇(명호)
'...먼저 자는건가. 근데 신발이 없는 것 같은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명호는 스스로를 다그치듯 중얼거렸다.


디에잇(명호)
“…아니 왜 내가 그런 게 궁금하지..”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돌아온 그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TV를 켰다.

하지만 눈은 화면에 닿지 않았다.

손에 들린 리모컨은 몇 번을 눌러도 의미 없는 채널만 오갔고, 시선은 자꾸만 현관 쪽으로 쏠렸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넘어 거의 새벽 1시를 가리켰다.

그때— ‘삐비빅’ 도어락 소리가 울렸다.


디에잇(명호)
“…이 시간에 온 거야?”

그의 중얼거림에 이어 문이 열리고, 세연이 들어섰다.

하지만 무언가 어긋난 느낌. 힐은 한 짝이 삐뚤게, 걸음은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가방은 어깨에서 흘러내려, 팔에 대충 걸려 있었다.

명호는 벌떡 일어서며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디에잇(명호)
"세연씨...?"

세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엔 홍조가 짙게 번져 있었고, 눈은 반쯤 감긴 채로 웃는 건지 힘든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정세연
“어… 명호씨…! 어… 어어… 저왔어요오…”

말끝이 늘어지고, 발음은 흐렸다. 한눈에 봐도—술이었다.

명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혼잣말처럼 물었다.


디에잇(명호)
"...취한거예요..?"

명호의 물음에도 답이 없던 세연은 힘없이 비틀거리다 식탁을 짚고 주저앉았다.

뺨은 달아올라 있었고, 숨결은 느릿하게 풀렸다.

정세연
“흐… 진짜 힘들었다구요…

정세연
회식은 왜 갑자기…해서 저는 집 와서… 밥 먹고 … 으헝…”

명호는 조용히 그녀 앞에 앉았다.

그녀가 얼굴을 감싼 손가락마저 떨리는 게 보여, 괜히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흔들렸다.


디에잇(명호)
“괜찮아요? 물 좀 갖다줄게요.”

그 말에 세연은 갑자기 웃었다.

입술 끝을 흐리며,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정세연
“명호씨 겁나 잘생겼네요....

정세연
근데 나 진짜… 너무 피곤해요… 살짝만 쉬면… 진짜… 잘게요…”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식탁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버렸다.

순간 그녀가 머리를 쾅하고 테이블에 박으려던 순간 명호는 당황한 듯 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 밑에 손을 넣었다.

그 후 그녀가 혹여 불편하게 기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받쳐주었다.


디에잇(명호)
“…진짜… 이렇게 귀찮게…”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눈빛은 그 말과 정반대였다. 조용히 내려다보는 시선.

한없이 다정하고, 깊고, 어딘가 아슬아슬하게 위험했다.

무방비하게 엎드린 그녀. 잔향처럼 남은 샴푸 향과 술 냄새.

어디선가 스며들어온, 그 작은 체온.

명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심장이 또박또박, 너무도 뚜렷하게 울리고 있었다.


디에잇(명호)
‘…이런 건 진짜… 위험한데.’

하지만 그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 밤, 조용히,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