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기울어지는 마음

거실엔 조용히 밤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식탁에 엎드린 세연은 한참 동안 숨을 고르더니, 갑자기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풀려 있었지만, 그 안에 스치는 감정은 진지하고 또렷했다.

정세연

“…진짜 제가… 죄송해요.”

그 목소리는 작았고, 떨렸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는, 오래된 불안이 묻어 있었다.

정세연

“폐만 끼치고… 자꾸 이러고…”

명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자꾸 미안하다고만 하는지—그는 알고 있었다.

세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세연

“오늘은… 이만 잘게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몸이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옆으로 휘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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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야—!”

명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음의 순간—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겼다.

이마가 가슴팍에 닿고, 손가락이 그의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그 짧은 접촉이었지만, 명호는 본능적으로 호흡을 멈췄다.

그녀의 체온. 은은한 샴푸 향과 술이 섞인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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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야 잠깐… 이거 뭐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평소 같으면 바로 떨어졌을 거리인데, 이상하게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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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저기요… 일어나봐요…?”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세연은 오히려 그의 품에 얼굴을 더 묻으며 웅얼거렸다.

정세연

“싫어… 자꼬야앙…”

술기운에 섞인 애교 섞인 목소리. 명호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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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진짜 뭐 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입술이 저절로 굳어지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짝 떼어냈다.

그리고, 한참 망설이다가—결국 그녀의 몸을 조심히 안아올렸다.

작고 가벼운 체구. 살짝 흐느적거리는 팔과 무방비한 숨결.

모든 것이 명호의 감각을 조용히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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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하아...진짜...나 왜이러고 있는거야..."

그는 조용히 그녀의 방문을 열고, 불이 꺼진 방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그녀를 조심스레 눕히고, 숨을 고르며 이불을 덮어줬다.

그런데도 세연은 명호의 셔츠 끝을 놓지 않았다. 가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정세연

“…토스트… 먹었대…?”

그 말에 명호는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입꼬리가 자연스레 말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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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응.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그 말이 닿은 순간, 세연은 마치 안심한 듯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잠들었다.

명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정리해주고,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을 닫기 전, 그는 잠시 더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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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이러다가… 큰일 나겠네, 진짜…’

문이 조용히 닫혔다. 그의 마음도, 그 순간 조금 더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