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18.돌겠네


집 안은 고요했다. 새벽 공기 특유의 차분한 적막이 거실을 감싸고 있었다.

명호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 컵에 찬물을 따라 꿀꺽 삼켰다. 하지만—심장은 식지 않았다.

깊은 숨을 낮게 내쉬며 가볍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디에잇(명호)
‘…돌겠네, 진짜…’

그는 찬 물에도 식지 않는 가슴 안의 진동을 품은 채, 천천히 창가에 몸을 기댄다.

창밖은 어둠 속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명호의 생각은 여전히 몇 시간 전 그 순간에 붙들려 있었다.

손끝이 자연스럽게 셔츠 자락을 더듬는다.

그녀가 술에 취한 채 꼭 붙잡고 놓지 않던 그 부분—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남은 듯한.


디에잇(명호)
'… 왜 아직도 그 감촉이 선명하지…


디에잇(명호)
이상하다. 나 진짜 왜 이러는 거지…’

말없이 창밖을 보던 그는 이내 어깨를 떨듯 한숨을 쉬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젖힌다.

뚜렷한 빛 하나 없는 천장, 하지만 명호의 눈엔 자꾸 그녀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명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디에잇(명호)
“…안 되겠다. 나 지금…진짜....


디에잇(명호)
....아.."

손끝에 남은 감각이,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두드린다.

부드러운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들며 방 안을 천천히 물들인다.

조용한 아침, 세연은 이불 안에서 갑작스레 눈을 번쩍 뜬다.

정세연
“헉…! 출근—!”

혼비백산한 얼굴로 이불을 걷어내며 벌떡 일어난다.

그러나 창밖은 평화롭고 조용하다. 주차된 차들, 느릿한 햇살.

그제야 그녀는 이불을 뒤지고선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한다.

정세연
“…아… 주말이다… 하하…”

세연은 맥이 풀려 긴장감이 내려 앉는다. 하지만 곧, 묘한 위화감이 얼굴 위에 떠오른다.

뇌리 속 어젯밤의 장면들이 뿌옇게 엉켜있었다.

정세연
‘근데… 어제… 어떻게 집 왔지?

정세연
기억이… 흐릿해… 뭔가… 누가 데려다준 것 같은데…'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커진다.

손이 천천히 이마로 올라가고, 표정은 공포와 부끄러움이 뒤섞인 듯 일그러진다.

정세연
"나 혹시… 말 이상하게 했나…?

정세연
아니, 설마… 실수한 건 없겠지…? 진짜 왜 기억이 안 나지…?"

그녀는 이불을 휙 머리 위까지 뒤집어쓴다. 그 안에서 작게, 하지만 절실하게 외친다.

정세연
으아아아… 기억 안 나는 게 더 무서워!! 제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줘…’

이불 속, 작게 웅크린 그녀의 어깨가 흔들린다.

심장은 조마조마히 뛰고,

어젯밤의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을까—그 상상이 무서워 다시 고개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