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20.위험해지는 느낌


명호의 목소리가 낮고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히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순간, 세연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을 떼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뺨이 다시 뜨거워진다. 그러나 그 타이밍을 깨듯,

“♪♪”

갑작스럽게 울리는 짧고 진한 진동음.

명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더니, 세연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다.


디에잇(명호)
“잠깐만요. 전화 좀 받을게요.”

말은 정중했지만, 표정은 평소보다 살짝 무심하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거실 창가 쪽으로 조용히 걸어가, 고요히 통화를 시작한다.


디에잇(명호)
“네. 어, 지금 나가면 돼요. …응, 알겠어. 30분 안엔 도착할게요.”

짧고 간결한 대화였다.

세연은 거실 한가운데 멀뚱히 서서, 손끝으로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허공에 둔다.

정세연
“…아… 네…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작아진다.

명호는 통화를 마친 뒤 돌아와 블랙 재킷을 걸친다.

움직임은 단정했고, 익숙한 향수가 공기 사이로 흘렀다.


디에잇(명호)
“스케줄 있어서 나가봐야 돼요. 오늘은 좀 길어질수도 있어요.”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세연은 애써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세연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는 짧게, 습관처럼 “응.” 하고 대답한 뒤, 현관문 쪽으로 걸어간다.

도어락의 ‘삐빅’ 소리가 조용히 들리고, 문이 닫히며 다시 적막이 내려앉는다.

세연은 멍하니 그가 떠난 현관문을 바라본다.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아주 천천히 눈을 감는다.

정세연
“…안되는데… 저런 사람은…”

목소리는 거의 숨처럼 작았다.

정세연
“…인기도 많고, 잘생기고… 어차피 날 좋아할 일도 없을 텐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심장이 한 번, 크게, 쿵 하고 울린다.

정세연
‘근데… 왜 이렇게 두근거려…’

세연은 천천히 거실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햇살은 여전히 부드럽게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따뜻함과는 다르게, 세연의 심장은 자꾸만 흔들리고 있었다.

정세연
“…진짜… 위험해…”

그녀의 입술이 작게 떨린다.

그리고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혼잣말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

햇살이 유리창을 따라 느릿하게 거실로 스며들고 있었다.

세연은 소파에 웅크린 채, 무릎까지 이불을 덮고 앉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한 감정들로 소란스러웠다. 작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정세연
“정신 차려, 정세연… 지금 뭐에 설레는 건데…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야.”

손끝이 괜히 이불 끝자락을 꼬집는다.

정세연
“같은 집 잠깐 쓰는 것뿐이고… 뭐…”

하지만 입으로 내뱉는 말과 달리, 명호가 남긴 한마디가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디에잇(명호)
'그냥, 귀여웠어요.’

그 순간, 폰 화면이 불을 켠 듯 반짝이며 진동했다.

화면엔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정세연
"...유민.."

받자마자, 전화 너머로 쾌활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유민
[야!! 당장 나와봐! 줄 것도 있고 밥이나 먹자!! 심심하니까 얼른 나와!]

정세연
“어… 어. 지금 갈게!”

망설임도 잠시, 시연은 벌떡 일어나 외출 준비에 나섰다.

어쩐지,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에 갇혀 있느니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