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정의하는 방법

EP.마지막화, 안녕

권순영 image

권순영

" 벌써 졸업식이네 "

올 것 같지 않았던 날이 왔다.

권순영 image

권순영

" 아쉬워서 어떡하지 "

처음에는 그냥 빨리 지나가길 바랬는데

학생들

" 저희도요 쌤... / 아 슬퍼ㅠㅠ / 순영쌤ㅠㅠㅠ "

하여주 image

하여주

" ...... "

왜 이렇게... 아쉬운거지.

지훈 image

지훈

" ..... "

너도, 그럴까?

권순영 image

권순영

" 다들... "

순영이 애써 밝게 웃어보였다.

권순영 image

권순영

" 졸업 축하해 "

_

다들 아쉬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떠날 때

스탠드에 앉아서 널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 받았던 꽃다발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앞에 그림자가 졌다.

지훈 image

지훈

" .....하여주 "

너가, 내 앞에 서있었다.

그러곤 나와 똑같은 꽃다발을 들고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누군가의 축하를 받지 않은 둘이서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헤어지면 더 이상 못보는 걸까.

그렇게 침묵 사이로 바람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다가, 문득 하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나 이제 회사로 들어가 "

회사...라

지훈 image

지훈

" ....그렇구나 "

하여주 image

하여주

" 이제 현장에서 못 보겠네 "

그 말에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주가 날 바라보며 웃었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졸업 축하해 "

자신의 꽃다발을 나에게 넘겨준 하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몇 걸음 걸어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서 아직도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안녕, 이지훈 "

그렇게 다시 뒤를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차마 따라갈 수 없었다.

어딘가 가벼워 보이는 하여주의 발걸음이,

그리고... 또 볼 수 있겠지, 하는

그런 희망이.

_ _

하여주 image

하여주

' 나 이제 그만할래 '

더 이상 어쩔 수가 없다.

성운 image

성운

' ....뭘? '

사실 처음부터 있고 싶었던 자리도 아니었고

하여주 image

하여주

' 조직 '

한솔 image

한솔

' ....... '

이 위치 때문에

성운 image

성운

' ....... '

그 아이와 내 사이가 방해가 된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지쳤어, 이제 '

여주가 성운을 보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눈웃음 안에는 어딘가 지쳐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조직 관리는 다 회사로 넘기고... '

성운 image

성운

' 잠시만, 그건 엄연히 나한테 조직 떠넘긴다는 말이잖아 '

하여주 image

하여주

' 수고. '

성운 image

성운

' 아니ㅋㅋㅋㅋ; '

어이없는 성운 뒤로 여주가 티를 한 모금 들이켰다.

한솔 image

한솔

' ....아가씨께서 성인이 되시는 날 '

한솔 image

한솔

' 전 떠나겠습니다 '

티를 따르고 있던 한솔이 무덤덤하게 성운과 여주를 바라보았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뭐? '

성운 image

성운

' 무슨 소리야, 그건....? '

황당한 둘 사이로, 한솔이 묵묵히 말을 이어갔다.

한솔 image

한솔

' 제 임무는 보스를 보조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

한솔 image

한솔

' 어릴 때부터 조직의 보스가 되신 아가씨가 걱정 되신 사모님과 사장님이 절 붙이신거구요 '

한솔 image

한솔

' 보스가 아니신 아가씨라면, 그리고 성인이 되신 아가씨를 '

한솔 image

한솔

' 제가 언제까지나 졸졸 쫓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

한솔의 말에 여주와 성운이 말문이 막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또 덤덤하게 말하는 한솔의 태도에 여주와 성운이 아무말 없이 티를 들이켰다.

성운 image

성운

' 그래도... 가족인데, '

성운 image

성운

' 몇십 년을 함께 했는데 이렇게 떠난다고? '

하여주 image

하여주

' 오빠가 떠나면 우리는 매일 아침을 어떻게 먹어 '

하여주 image

하여주

' 누가 깨워주고, 누가 그렇게 우리를 소중히 대해주고, 누가... '

하여주 image

하여주

' ....... '

여주가 말을 하다 말고 올라온 감정에 울컥,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하여간 진짜 짜증나 '

여주가 그렇게 자리를 떠나 방으로 향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고 함께 배우고....

한 집에서 살던 한솔 오빠의 빈자리를

벌써부터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왜 항상 이별은 이런 식인 걸까

_ _

지훈 image

지훈

' 형은... 가끔보면 너무 회장님 같아 '

갑작스러운 지훈의 호칭에, 정한이 물음표를 던졌다.

정한 image

정한

' ..... '

지훈이 매번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창문 밖을 내다보며 정한과 말을 이어갔다.

지훈 image

지훈

' 내가 회장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

지훈 image

지훈

' 아니, 그 전부터 형이 이 자리에 있었겠지 '

정한 image

정한

' 지금 무슨 소리를... '

정한이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계속 들려오는 지훈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훈 image

지훈

' 나보다 먼저 조직에 있던 형은 정말 내가 한심했겠어. '

지훈 image

지훈

'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가 회장님 아들이라는 이유로, 조직 보스라고 나타났으니 말이지 '

결국 정한이 지훈을 바라보았다.

정한 image

정한

' 보스 '

정한 image

정한

' 아니, '

정한 image

정한

' 이지훈. '

정한 image

정한

'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뭐야? '

날카로워진 정한의 목소리에, 지훈이 창밖을 향하던 시선을 정한에게로 옮겼다.

지훈 image

지훈

' 형이 보기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 같은데? '

_

하여주 image

하여주

" 이번 아이디어 좋더라구요. "

하여주 image

하여주

" 제가 한 번 말해보죠 "

회사 직원

" 네, 감사합니다! "

직원이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하고 휴게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휴게실 안에서 즐겨마시는 티를 한 잔 우려냈다.

그런데,

???

" 안녕하세요 "

뒤에서 익숙하면서

지훈 image

지훈

" 신입사원 이지훈이라고 합니다. "

좋아했던,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_ _

지훈 image

지훈

' 형이 보기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 같은데? '

정한 image

정한

' ....가는 거야? '

역시 눈치빠른 사람.

지훈 image

지훈

' 형이 원했던 자리잖아 '

지훈 image

지훈

' 드디어 형이 올라오게 되겠네. '

정한 image

정한

' 하지만, '

지훈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정한 image

정한

' 회장님이.... '

정한의 말에 지훈이 잠시 우뚝 멈춰섰다가 말을 이어갔다.

지훈 image

지훈

' 그래서 지금 가려고. '

지훈 image

지훈

' 그리고 난 애초에 '

지훈 image

지훈

' 이런 자리는 관심도 없었어. '

석민 image

석민

' ....떠난다구요? '

승관 image

승관

' 그게... 무슨.... '

놀라고, 한 편으로는 씁쓸해 보이는 둘을 바라보던 지훈이 웃어보였다.

지훈 image

지훈

' 고마웠어 '

지훈 image

지훈

' 이제 성인이기도 하고, 아버지를 벗어난 밖에서 혼자 노력해보려고. '

지훈 image

지훈

' 그 자리도... 결국 아버지 때문에 올랐던 거니까. '

지훈 image

지훈

' 그리고 '

지훈 image

지훈

' 꿈이, 생겼거든 '

그 목소리에 여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여주 image

하여주

" ...... "

뒤를 돌아봤을 땐

지훈 image

지훈

" 안녕, "

지훈 image

지훈

" 안녕, 하여주 "

이지훈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