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정의하는 방법
EP.19 빛나는 축제의 밤 ( 2 )


사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하여주
" ...... "

눈에 띄었을 뿐.

점점 바람이 날카로워 지는데도 이지훈이 스탠드에 앉아 교복만 입고 자고 있길래,

담요를 덮어줬다.

포스티잇은....


하여주
" 음..... "

내가 썼다고 하지만 정말 나도 의문이다.

나라는 걸... 알리고 싶었나.

강당에서 이지훈을 봤을 땐,

정말 웃음만 나왔다.


지훈
" 아, 한다 "

내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준 담요를 덮고 공연에만 푹 빠져선.


지훈
" 푸하하하ㅋㅋㅋ 저게 뭐야ㅋㅋㅋㅋ "

뭐, 덕분에 저렇게 웃는 모습도 보고

여러모로 신기한 시간이었다.


지훈
" 갔나.... "

나를 향한 아쉬움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여주
" 나 아직 안 갔어. "

아니다, 방금 확신했다.


하여주
" 하이 "


지훈
" .....너 "

나를 보고 놀란 이지훈이 이리저리 눈을 가만히 두지를 못한다.


하여주
" 담요 잘 덮고 있네 "


지훈
" 너, 나랑 말 좀 해 "

이지훈이 나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고개를 올려주면


하여주
" 말 하자며 "

먼저 붉어지는 귀가 보였는데


하여주
" 근데 왜 나를 안 봐 "

오늘은... 좀 이상해.


지훈
" .....왜그래? "

왜 눈물이 담긴 눈으로


하여주
" ..... "

날 바라보는 걸까.


지훈
" 나... 진짜 헷갈려 "

이지훈의 물기가 담긴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지훈
" 너가 자꾸 이러면, "


한솔
' ....보스 '


한솔
' 지훈 님이랑은,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


하여주
' ....왜? '


한솔
' .....그분이 '


한솔
' VD조직 보스시니까요 '


지훈
" 내가... 내가 헷갈리잖아.... "

복도 창문 너머 불꽃놀이가 시작 됐다.


하여주
" 이지훈 "

불꽃놀이를 한다고는 들었는데,


하여주
" 좋아해 "

타이밍 한 번 거지같네.


하여주
' 웃기네 '


한솔
' 뭐가... 말입니까? '


하여주
' 1, 2위를 나란히 하는 보스 둘이 '


하여주
' 같은 학교, 같은 반, 게다가 짝꿍이라니 '


하여주
' 이게 웃긴 상황이 아니면 '


하여주
' 뭐겠어 '

사람 마음은,


하여주
" 근데 안 돼 "

정말 이상해


하여주
" 너도 알잖아 "

너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여주
" 우린.... "

너에게 끌려, 자꾸.


하여주
" 적이니까 "

그 말을 끝으로 창밖에 시선을 옮겼다.

창문 너머에는 화려한 불꽃이 빛을 내고 있었다

환히 빛나는 저 불꽃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하여주
" 우리가 만약 지금의 이런 관계가 아니였다면, "

그때 이지훈은


하여주
"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

나를 바라보며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아니면...

날 바라보기라도 했을까?


_



성운
" 학교를 안 나가겠다니, 무슨 소리야 이건 "

성운이 거실에서 과일을 먹다 말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솔
" ....아가씨 "


하여주
" 기말고사 봤고, "

여주가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가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여주
" 수행평가 끝났고, "


하여주
" 출석일 다 채웠고. "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팔짱을 껴보였다.


하여주
" 뭐 나갈 이유 있나? "

허... 성운이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고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성운
" 그래. 네 마음대로 하세요~~ "

의외로 순순히 허락해주는 성운에 여주가 잠시 의문을 품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한솔
" 왜, 허락해주신 겁니까? "


성운
" 너가 전에 그랬잖아 "


성운
" 하여주가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


성운
" 같은 반이라며? "

성운이 포크로 사과 하나를 집었다


성운
" 하여주도 노력중인거지 "


성운
" 나름대로... 잊어보려고 "


성운
" 걔도 노력하는데 "


성운
" 우리도 도와줘야지. "


성운
" 걔가 선택한 일이야 "


_



권순영
" 어라라 "


지은
" ..... "

순영이 교무실에서 나오는 지은과 마주쳤다.


권순영
" 학교에서 다 만나네 "

순영이 특유의 너스레한 웃음을 지은에게 보였다.


지은
" ....오랜만이네 "


권순영
" 학교는 무슨 일로? "


지은
" 아가씨 일 때문에. "


지은
" 이제 학교는 안 나오실거라. "


권순영
" 음...~ 고3이니까 이제 전학도 안 되고, 아예 학교를 안 나오시겠다? "


권순영
" 그게... 되나? "


지은
" 된대 "


권순영
" 대단한 권력이네 "

외부인과 이야기하는 순영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그런 학생들을 알아차린 순영이 지은에게 말을 건냈다.


권순영
" 일단 뭐, 자리부터 옮길까? "


_



권순영
"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

순영과 지은은 본관에서 빠져나와 운동장 스탠드에 자리 잡았다.

그러다 순영 눈에 들어온 지은의 고운 치마에, 순영이 교과서를 땅에 받쳤다.


권순영
" 치마 더러워지겠다 "


지은
" ....고마워. "

지은이 자리에 앉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흐르던 침묵 사이로 지은이 말을 꺼내왔다.


지은
" 미안해.... "

지은답지 않게 작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권순영
" ...... "

지은이 눈물을 흘렸다.


권순영
" 왜 울고 그래, 마음 아프게 "

순영이 눈물이 흐르는 지은의 눈가를 옷 소매로 닦아주었다.


지은
" 미안해, 미안해서... 미안해서 그래 내가.. 다... "


지은
" 아직도.. 그날이 가끔 꿈에 나와.... "


순영
' ...살려줘 '


권순영
" 뭘... 당연한 행동이였어 "


권순영
" 나같아도 그랬을 거 같아 "


권순영
" 똑같이 너처럼 아팠을 거 같고 "


권순영
" 미안해 하지 마 "

순영이 지은을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권순영
" 처음에는... 너를 엄청 원망했어 "


권순영
" 어떻게... 동료를 버리고 가는지 싶었었지 "


순영
' 살, 려줘.... 제발..... '


지은
' ....... '


권순영
" 깔려있던 나를 보고도 돌아버리던 너를 생각하면 아직도 좀 슬프지만 "


권순영
" 이제 괜찮아 "

순영이 울고 있는 지은을 다독였다.

지은이 눈물만 흘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은
" ....처음에는 죄책감인 줄 알았어 "


지은
" 근데, 근데 그게 아니였어... "

지은이 땅만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순영을 바라보았다.


지은
" 나, 너 좋아했나봐 "


_



지훈
" ....... "

하여주는, 또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축제날,


하여주
' 좋아해 '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또.... 무소식이야.

내가 모르는 일들만 가득해.


지훈
" ...... "

괜스레 울컥,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여주에게 받았던 담요를 괜히 만지작 거렸다.

생각해보면 그 아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생일, 좋아하는 거, 하다못해 혈액형.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SH조직 보스, 그래.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직접 듣고나니


하여주
' 우린.... '


하여주
' 적이니까 '

기분이... 이상해.

아버지께선 공과 사를 함께 두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하여주
' 우리가 만약 지금의 이런 관계가 아니였다면, '


하여주
'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

공과 사, 모두가 포함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하여주, 넌....

어떻게 행동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