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1. 그날 너의 푸름을 보았다.


매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징하게 우는 매미 소리는 창 끝 사이로 새어나온다.

체감온도 32도, 무겁게 눌러 오는 후덥지근한 공기는 눈꺼풀을 지그시 누른다.

오후 1시를 조금 넘어선 식곤증이 몰려오기 쉬웠다.

교실 안 절반은 이미 전멸이다.

흔한 고등학교 3학년의 교실 분위기

이 여름도 이제 마지막이란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어린아이는 달콤한 낮잠에 들었음을

…



김여주
(멀뚱)

전멸 된 교실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하나가 한 곳을 응시했다.

열정적인 아니 조금은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의 이름은


한동민
..;;

한동민이었다.


…


한동민
…하,


한동민
이번엔 또 왜..

이젠 묻기에도 지쳤다.


김여주
그냥, 보고싶어서?


한동민
…

대답이라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말투.

저 녀석은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학기초부터 부담스럽게 밀고들어왔다.


“똥민!!”


김여주
밥 먹어?


한동민
…어


김여주
여기 앉을게~

여주는 식판을 내려놓으며 한동민의 옆자리를 비집고 앉았다.


한동민
…


한동민
…앉아도 된단 말 안했는데


김여주
야, 소세지 안 먹을 거면 나줘라


한동민
…

역시나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다.

아주 지멋대로.


“ 한 똥 민! 발라버려! ”


김여주
우


김여주
우유


김여주
우유 빛갈


김여주
우유 빛갈 한똥민!!


한동민
…

여자애가 목청은 어떻게 저렇게 큰지

수치스러움은 내 몫이다.


김동현
오


김동현
저기, 네 여친 아님?


한동민
뭐래


김여주
한똥민!! 절대 이겨!!!!


김동현
저정도면 사랑인데?


한동민
좆까.


김동현
ㅋㅋㅋㅋㅋㅋㅋ

김동현 이 새끼는 즐기는 게 분명하다.

하…


처벅처벅


한동민
스토커로 신고할까


김여주
응?


김여주
누가? 누가 스토킹을 해??


김여주
누가, 데려와 이 누나가 혼내줄게!!


한동민
…


한동민
…너 말이야, 병신아


김여주
어?


김여주
똥민이 착한 말~

여주는 동민의 입술 위로 검지 손가락을 쑥 들이 밀었다.


한동민
내가 개냐고

동민은 여주의 손가락을 툭 처내었다.


김여주
흠?


김여주
엄밀히 따지자면 고양이과지^^


한동민
…고양이 이러네;;


김여주
부자집에서 최고급 츄르 먹는 곱게 자란 고양이 말고 영역 다툼으로 골목길을 제패한 길고양이 재질?


한동민
…뭐 갖다 붙이면 다 말이야?


김여주
ㅋㅋㅋㅋㅋㅋ


김여주
왜, 내 캐해가 완벽한데-3-


한동민
캐해는 무슨,,;


한동민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김여주
음~


김여주
조금 사납게 생겼지만 잘생긴 거?


한동민
…하?


김여주
사납게 생긴 것 치고 착하다는 거?


김여주
의외로 동물 좋아하는 것도


김여주
말은 툴툴 거리는데 까보면 다정한 것도


김여주
질색하면서 나 받아주는 것도 너 밖에 없을걸?


한동민
…

꽤나 진지한 여주의 눈빛에 한동민은 민망함에 괜히 고개를 돌렸다.

이미 뒷 목은 혈색이 벌겋게 돌아있었다.


김여주
ㅎㅎ

한동민의 요동치는 정신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주는 그저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맑은 미소였다.

푸르른 바다같은 수수한 미소를 머금 얼굴은 동민을 향해 반짝였다.


한동민
…


한동민
뭘 쪼개

동민은 돌아서 먼저 발걸음을 땠다.

툭 뱉어버린 말에 아차하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항상 이 입이 문제다.

좀 심했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김여주의 미소는 변치 않았다.

저 바보는 자존심도 없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