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2. 여름방학 보충수업


방학에 학교가 웬 말인가

성적 미달 학생은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의무이다.

뭐 강제적으로 학교에 갇힌 신세라고 할 수 있다.


어? 한동민

너도?

…ㅋㅋㅋ

매년 보충수업 동지 김동현은 참 해맑게 교실로 들어왔다.


징글징글하다

여름방학 내내 붙어 있어야 돼?

실은 좀 반가웠지만 아닌 척 굴었다.

아, 나 서운해?

ㅋㅋㅋㅋㅋ

귀찮게 안 불러도 되긴 하겠네

끝나고 피방가실?

ㅇㅋ

ㅇㅋ

?

넌 뭐야

언제 왔어?;

방금?

오, 한동민 여친?

인사드려요, 도련님^^

아 반갑습니다 형수님~

첫만남에 쿵짝이 잘 맞는 놈들이었다.

…

재밌냐

ㅋㅋㅋㅋㅋㅋ




끄적끄적..

뭐하냐


한동민 초상화

어딜봐서?

고양이잖아

그래, 너 잖아ㅋㅋ

…(지끈)

길 가는 고양이마다 한동민이라 부르지 그래?

그럴까?

겠냐

히히




”그러게, 하지도 못 할 거 왜 따라온거야?“

처음인데 어떻게 잘하냐구-

그리고 상대팀이 잘하는 걸 어떡해

..네가 못 하는 거야

시작하자 마자 킬 당하는 사람이 어딨어…

…

처음이면 그럴 수 있지!!

피방도 나름 내 인생에 도전이었다 뭐!

도전이 소박하시네요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생각만으로 열받네

현피뜨면 내가 이길텐데

구라

아?

함 보여줘??

내 2단옆차기??

…뭐?

후다닥.-

이게 바로 2단 옆차

이게 바로 2단 옆차..ㄱ!!

우당탕탕.-

결국 지 혼자서 고꾸라져 넘어진 김여주였다.


아..야야..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왜 날뛰어서는..ㅋㅋ

아, 진짜 아파ㅠㅠ

여주는 넘어진 무릎을 붙잡았다.

어디 봐봐

…읏

여주의 무릎은 다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피 난다

…헐,,

내 무릎ㅠㅠ

까진 상처를 보니까 왠지 더 아픈 것 같았다.


일어날 수 있어?

몰라ㅠㅠ

그럼 여기서 살아

뭐??

아 진짜 사람 매정하네..!

그럼 뭐 어떻게 해줘

…업어줘.

여주는 한동민을 향해 양 팔을 벌렸다.

…

…진짜 가지가지한다.

털썩.-

동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주를 들쳐 업었다.


오, 시야가 높아졌어

이게 180대의 공기인가

킁카킁카

가만히 있어

확 내려놓기 전에

아ㅋㅋ

무거워?

응, 존나

그래도 숙녀인데, 포장 좀 해주지—

양심은 있어?

아ㅎ

입 닫고 가자

넵..

…^^

실은 생각보다 더 가벼워서 놀랐다.

하복 셔츠가 통으로 남는 가녀린 팔, 햇빛에 닿아 본 적은 있는가 싶은 창백한 피부는 연약한 꽃가지와 같았다.

붙잡고 나면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히히

발 동동

여주는 한동민의 등짝 위로 뺨을 부볐다.

교복셔츠인가, 한동민에게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살랑이는 머리결이 뺨을 건들이며, 둘러 맨 팔로 길고 딱딱한 어깨를 꽈악 끌어 안았다.

새벽공기같은 시원함은 한동민의 목소리였다.

발 구르지 마라

또 넘어간다

네네..~




“혼자 살아?”

응

인테리어도 한동민 같이 꾸며놨네..~

무슨 의미야..;;

이쁘다고

…허어,,

그만 염탐하고 봐봐

한동민은 여주의 무릎 앞으로 다리를 꿇었다.

소독약을 조심스럽게 바르며

아, 아앗..!

여주는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발버둥 쳤다.

엄살은;

좀 얌전히 있어

아프다고..—

아프지, 소독약인데.

…

맞는 말에 할 말 없어진 여주였다.

연고와 반창고를 붙이고 나서야 여주의 엄살은 사라졌다.


반창고 하나 붙이기 어렵네

고마워

…

…그래

한동민은 감사 인사에 어색하다.

업어서 집까지 데려와주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우리 좀 가까워졌나??

여주는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흠칫)

한동민은 여주의 가까워진 얼굴에 흠칫 뒤로 물러난다.

너무 가깝다.

이런 거에 면역 없는 한동민은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 부끄러워한다ㅋㅋ

…뭐래

은근 또 귀여운 구석이 있어~

여주는 쿡쿡 한동민을 찔러댔다.

…

재밌어?

ㅋㅋㅋㅋㅋㅋ

응, 너무 재밌어

너무 좋아

…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저 푸른 미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가 보였다.

밀어냈다 생각했는데 더 밀고 들어오는 저 녀석의 미소는 날 가지고 놀았다.

진심인지 농담인지를 구분하기에 바쁜 혼란스러움이 점차 진심인가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도대체 너는 뭐지

뭐길래 이렇게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그녀를 알기에 더욱 더 두려워진다.


가자, 이제

한동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

데려다 주게?

집에 안 갈거야?

안 가도 돼? (쫑긋)

솔깃 귀를 쫑긋거리는 여주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기대하는 눈치였다.

되겠냐고..

한동민은 저 대책없는 김여주를 향해 이마를 짚었다.

집에 안 가면 뭐 할건데

나랑 한 침대에서 자겠다는 거냐고

여자애가 뭐이리 겁도 없지?

라고 입 밖으로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내일 봐“

들어가

응~

철컥.-


…

내일 봐

라는 인사말은 내일을 기다리게 했다.

3년 내내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기다렸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번이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