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2. 여름방학 보충수업


방학에 학교가 웬 말인가

성적 미달 학생은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의무이다.

뭐 강제적으로 학교에 갇힌 신세라고 할 수 있다.



김동현
어? 한동민


김동현
너도?


한동민
…ㅋㅋㅋ

매년 보충수업 동지 김동현은 참 해맑게 교실로 들어왔다.



한동민
징글징글하다


한동민
여름방학 내내 붙어 있어야 돼?

실은 좀 반가웠지만 아닌 척 굴었다.


김동현
아, 나 서운해?


한동민
ㅋㅋㅋㅋㅋ


한동민
귀찮게 안 불러도 되긴 하겠네


한동민
끝나고 피방가실?


김동현
ㅇㅋ


김여주
ㅇㅋ


한동민
?


한동민
넌 뭐야


한동민
언제 왔어?;


김여주
방금?


김동현
오, 한동민 여친?


김여주
인사드려요, 도련님^^


김동현
아 반갑습니다 형수님~

첫만남에 쿵짝이 잘 맞는 놈들이었다.


한동민
…


한동민
재밌냐


김동현
ㅋㅋㅋㅋㅋㅋ




끄적끄적..


한동민
뭐하냐



김여주
한동민 초상화


한동민
어딜봐서?


한동민
고양이잖아


김여주
그래, 너 잖아ㅋㅋ


한동민
…(지끈)


한동민
길 가는 고양이마다 한동민이라 부르지 그래?


김여주
그럴까?


한동민
겠냐


김여주
히히




”그러게, 하지도 못 할 거 왜 따라온거야?“


김여주
처음인데 어떻게 잘하냐구-


김여주
그리고 상대팀이 잘하는 걸 어떡해


한동민
..네가 못 하는 거야


한동민
시작하자 마자 킬 당하는 사람이 어딨어…


김여주
…


김여주
처음이면 그럴 수 있지!!


김여주
피방도 나름 내 인생에 도전이었다 뭐!


한동민
도전이 소박하시네요


김여주
…아 진짜


한동민
ㅋㅋㅋㅋㅋㅋㅋ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여주
생각만으로 열받네


김여주
현피뜨면 내가 이길텐데


한동민
구라


김여주
아?


김여주
함 보여줘??


김여주
내 2단옆차기??


한동민
…뭐?

후다닥.-


김여주
이게 바로 2단 옆차


김여주
이게 바로 2단 옆차..ㄱ!!

우당탕탕.-

결국 지 혼자서 고꾸라져 넘어진 김여주였다.



김여주
아..야야..


한동민
ㅋㅋㅋㅋㅋㅋ


한동민
그러게 왜 날뛰어서는..ㅋㅋ


김여주
아, 진짜 아파ㅠㅠ

여주는 넘어진 무릎을 붙잡았다.


한동민
어디 봐봐


김여주
…읏

여주의 무릎은 다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한동민
…피 난다


김여주
…헐,,


김여주
내 무릎ㅠㅠ

까진 상처를 보니까 왠지 더 아픈 것 같았다.



한동민
일어날 수 있어?


김여주
몰라ㅠㅠ


한동민
그럼 여기서 살아


김여주
뭐??


김여주
아 진짜 사람 매정하네..!


한동민
그럼 뭐 어떻게 해줘


김여주
…업어줘.

여주는 한동민을 향해 양 팔을 벌렸다.


한동민
…


한동민
…진짜 가지가지한다.

털썩.-

동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주를 들쳐 업었다.



김여주
오, 시야가 높아졌어


김여주
이게 180대의 공기인가


김여주
킁카킁카


한동민
가만히 있어


한동민
확 내려놓기 전에


김여주
아ㅋㅋ


김여주
무거워?


한동민
응, 존나


김여주
그래도 숙녀인데, 포장 좀 해주지—


한동민
양심은 있어?


김여주
아ㅎ


한동민
입 닫고 가자


김여주
넵..


한동민
…^^

실은 생각보다 더 가벼워서 놀랐다.

하복 셔츠가 통으로 남는 가녀린 팔, 햇빛에 닿아 본 적은 있는가 싶은 창백한 피부는 연약한 꽃가지와 같았다.

붙잡고 나면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여주
히히

발 동동

여주는 한동민의 등짝 위로 뺨을 부볐다.

교복셔츠인가, 한동민에게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살랑이는 머리결이 뺨을 건들이며, 둘러 맨 팔로 길고 딱딱한 어깨를 꽈악 끌어 안았다.

새벽공기같은 시원함은 한동민의 목소리였다.


한동민
발 구르지 마라


한동민
또 넘어간다


김여주
네네..~




“혼자 살아?”


한동민
응


김여주
인테리어도 한동민 같이 꾸며놨네..~


한동민
무슨 의미야..;;


김여주
이쁘다고


한동민
…허어,,


한동민
그만 염탐하고 봐봐

한동민은 여주의 무릎 앞으로 다리를 꿇었다.

소독약을 조심스럽게 바르며


김여주
아, 아앗..!

여주는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발버둥 쳤다.


한동민
엄살은;


한동민
좀 얌전히 있어


김여주
아프다고..—


한동민
아프지, 소독약인데.


김여주
…

맞는 말에 할 말 없어진 여주였다.

연고와 반창고를 붙이고 나서야 여주의 엄살은 사라졌다.



한동민
반창고 하나 붙이기 어렵네


김여주
고마워


한동민
…


한동민
…그래

한동민은 감사 인사에 어색하다.


김여주
업어서 집까지 데려와주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김여주
우리 좀 가까워졌나??

여주는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한동민
…(흠칫)

한동민은 여주의 가까워진 얼굴에 흠칫 뒤로 물러난다.

너무 가깝다.

이런 거에 면역 없는 한동민은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김여주
아, 부끄러워한다ㅋㅋ


한동민
…뭐래


김여주
은근 또 귀여운 구석이 있어~

여주는 쿡쿡 한동민을 찔러댔다.


한동민
…


한동민
재밌어?


김여주
ㅋㅋㅋㅋㅋㅋ


김여주
응, 너무 재밌어


김여주
너무 좋아


한동민
…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저 푸른 미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가 보였다.

밀어냈다 생각했는데 더 밀고 들어오는 저 녀석의 미소는 날 가지고 놀았다.

진심인지 농담인지를 구분하기에 바쁜 혼란스러움이 점차 진심인가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도대체 너는 뭐지

뭐길래 이렇게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그녀를 알기에 더욱 더 두려워진다.



한동민
가자, 이제

한동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여주
응?


김여주
데려다 주게?


한동민
집에 안 갈거야?


김여주
안 가도 돼? (쫑긋)

솔깃 귀를 쫑긋거리는 여주의 눈동자는 반짝였다.

기대하는 눈치였다.


한동민
되겠냐고..

한동민은 저 대책없는 김여주를 향해 이마를 짚었다.

집에 안 가면 뭐 할건데

나랑 한 침대에서 자겠다는 거냐고

여자애가 뭐이리 겁도 없지?

라고 입 밖으로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내일 봐“


한동민
들어가


김여주
응~

철컥.-



한동민
…

내일 봐

라는 인사말은 내일을 기다리게 했다.

3년 내내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기다렸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번이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