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3. 좋아하는 이유

“이게 여름방학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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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방학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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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고3이 보충수업 들어서 뭐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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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성적 미달이면 보충수업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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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것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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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너는 보충수업 듣는 애가 그것도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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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는 신청해서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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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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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와,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신청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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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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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보통 안 할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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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누가 방학에 학교에 나오고 싶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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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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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는 한똥민이 한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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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신청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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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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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찐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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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동민, 너 쟤 놓치면 안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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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뭐래 (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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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누가 보충수업을 따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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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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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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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진짜 바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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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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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우리 그냥 중간에 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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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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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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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방학인데 우리만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 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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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고3 마지막 여름을 즐기는 게 더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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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래서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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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음, 여름하면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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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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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바다??

“여길 진짜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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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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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금요일인데다가 내일은 보충수업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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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실행력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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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와, 바다다!!!

여주는 바다를 보자마자 달려나갔다.

어린애마냥 밀려오는 파도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게 물만난 물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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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좋아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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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도 간다.

김동현도 여주를 따라 밀려 오는 파도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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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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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물 만난 물고기 한명 더 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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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야, 내기 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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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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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저기 바위 먼저 찍고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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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 사람 라면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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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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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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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근데 난 수영 못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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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럼 넌 깍두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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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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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와씨 깍두기 너무 오랜만인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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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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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네가 준비 시작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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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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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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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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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준비.. 시작!!

축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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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갈아 입을 옷도 안 가져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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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근데 바다에 뛰어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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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도 뛰어들었잖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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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글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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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들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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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여기 근처에 아는 이모님 계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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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거기서 옷도 갈아입으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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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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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인맥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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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ㅎㅎ

“이모~“

이모

어머, 이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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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모, 잘지냈어요?

이모

동현이 아니야~?

이모

언제 이렇게 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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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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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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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안녕하세요..(어색)

이모

동현이 친구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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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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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김여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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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한동민입니다

이모

둘다 이쁘고 잘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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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모, 나는?

이모

어머, 동현이는 암만 말만해도 입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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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헤헤

이모

셋이서 놀러 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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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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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근데 지낼 곳이 없어서 이모네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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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모 안 본지도 오래됐잖아요~

이모

말은 참 이쁘게 해ㅋㅋ

이모

그래, 놀다 가~

이모

갈아 입을 옷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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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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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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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감사합니다!!

이모

빈방이 두개라 여자남자 나눠쓰면 되겠고

이모

며칠 있다가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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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이틀?

이모

그래~

이모

재밌게 놀다 가~

이모

필요하면 이모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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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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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이렇게 외박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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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난 이모집에 있다고 하면 부모님도 ㅇㅋ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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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쟤는 걱정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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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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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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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까 연락 드렸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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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아, 그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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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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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동민, 넌 라면이나 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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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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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 사람이 라면 사오기로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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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같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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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됐어, 혼자 갔다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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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잘 갔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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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진심 불닭만 사올까.

한동민이 라면을 사러 간 뒤

김여주와 김동현 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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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근데

김동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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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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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한동민이랑 사귀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김여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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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사귀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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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내가 동민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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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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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적극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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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숨길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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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

동현은 미끼를 물었다는 얼굴로 씨익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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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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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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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꽤 오래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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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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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고3 올라와서 처음 안 거 아니야?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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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한쪽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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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는 더 전부터 알고 있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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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1년전, 겨울

간호사

여주야~?

간호사

얘가 또 어딜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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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하..하아..

나의 집은 병동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병원 밖의 세상보다 병원 안의 생활이 더 길었다.

불치병,

약물 없이는 버티지 못 하는 그런 나약한 인간이

바로 나였다.

지루한 병동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고 자고 약간의 산책 정도

그 중에 나의 작은 일탈은 병동 몰래 빠져나오기.

내 주 특기였다.

그날도 병동을 몰래 빠져나와 병원 안 산책로로 행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항상 지나던 길 위에 무언가 잔뜩 움츠린 채 들썩들썩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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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한밤중에 산책로 의자에 쭈그려 앉아 있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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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어깨를 불규칙하게 들썩이는 것을 보아 이 남자

훌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소리 없이

서글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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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기, 괜찮으세요?

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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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멈칫)

남자는 사람의 인기척에 들썩이던 어깨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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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비도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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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무슨 일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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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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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아뇨,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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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갈 길 가세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주가 서있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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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주는 왠지 그 옆모습이 신경쓰였다.

어떤 사연이길래

비 내리는 이 밤중에 혼자 여기에 앉아 숨죽여 눈물을 훔치고 있었을까.

측은해진 마음에 한번더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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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 앉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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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럼에도 여주는 살며시 그의 옆에 걸 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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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안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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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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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비도 와서 추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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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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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겨울에 비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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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보통 눈이 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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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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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저는 겨울 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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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름에 비오면 습하고 찝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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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겨울에 내리는 비는 왠지 상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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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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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서 간호사 언니 몰래 빠져나왔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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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밤 산책이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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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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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쪽은 무슨 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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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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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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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자세히 보니 그의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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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여기 입원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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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저랑 병원 동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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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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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언제까지 말 거실 거예요?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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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혼자 있고 싶은데, 거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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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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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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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랜만에 보는 환자는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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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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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제가 여기 좀 오랜 짬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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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거의 병원에서 생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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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서 주변 또래 친구도 없고.., 이게 또 꽤 심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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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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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몇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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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제 내년에 19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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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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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쪽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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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저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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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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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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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말 편하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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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친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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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뭐,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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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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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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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다리는 어쩌다 다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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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축구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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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축구? 축구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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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선수 준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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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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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 축구 선수야!? 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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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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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이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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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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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이제는 축구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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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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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축구말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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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시발(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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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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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에 못 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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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응

그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아무렴

한 순간에 어린청춘에게서 꿈을 송두리째 뽑아갔는데

멀쩡할 사람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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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재활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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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해보긴 하는데, 선수 생활은 끝났다고 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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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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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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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뭐, 이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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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축구 같은 거 이젠 지겨워.

탁.-

동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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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너도 이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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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오늘 밤 비 계속 내릴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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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더 추워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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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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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럼, 난 간다.

그렇게 동민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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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인지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어 계속해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이름 한번 물어볼걸

그러나 그는 이미 빗길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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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도 이제 들어가야지

몸을 일으켜 돌아서려던 그때

손끝에서 무언가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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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나는 그것을 손에 움켜졌다.

자세히 보니 웬 티셔츠

스포츠 유니폼 같았다.

등 뒤로 8이라는 넘버와

한동민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아무래도 이건 아까 저 아이의 것이 분명했다.

그의 축구 유니폼은 구깃구깃 뭉쳐져서는 감촉은 축축했다.

이것이 비에 젖었기 때문인지 어떠한 것에 이렇게 젖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직 그 유니폼에서는 온기가 남아있다.

방금까지 품에 안고 있었던 걸까.

그날 이후 나에게는 외출금지가 내려졌다.

빗길에 오래 있었다보니 그새 감기 하나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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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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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짧은 산책도 못하게 하고..~

나는 병실 안 커튼을 재쳤다.

산책로가 바로 보이는 병실이라 나름 사람 구경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멀뚱히 산책로를 바라보다가

어딘가 익숙한 누군가에게 시선이 따라갔다.

그 한동민이라는 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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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기서 뭐하는거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환자복을 입고서 오른발에 깁스를 한 채 깁스 찬 발로 툭툭 축구공을 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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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위험하게 뭐하는거지..

깁스 찬 다리로 공을 툭툭 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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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제 축구는 이제 지겹다는 사람 맞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쟤 나름의 미련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저 녀석, 한번도 빼지 않고 매일 산책로에서 공을 굴리고 있는다.

저 깁스 찬 다리로 말이다.

처음에는 왜 저럴까 저래도 되나 하는 얼굴로 창가 너머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굳세다.

깁스한 다리로 공을 몇번 툭툭 치더니 어느날은 공을 굴리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병실 안에서 오래 동안 지켜보았다.

그가 깁스를 푼 날에는 처음보다 더 능숙하게 공을 몰았다. 조금 뻣뻣한 다리를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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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또 저러고 있네

나는 그런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도대체 뭐가 저 아이를 움직이게 했을까.

저 굳은 의지에 시선을 빼앗겼다.

나는 저렇게 무언가에 깊이 빠져 의지를 다해본 적이 있던가.

저런 고난 속에서도 공을 차는 너를 보고 있으면

나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만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의 모습도 이젠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 언니 말로는 그 아이는 이미 퇴원했다는 말만

그 날 이후로

창밖을 구경해도 영 즐겁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루한 병동 생활에 내게 유일한 하늘이었는데

그새 나의 하늘은 그늘이 드리웠다.

한동민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려나.

..

.

“그럼 둘은 언제 재회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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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도 올해부터 몸이 좀 좋아져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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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고3 처음 학교란 곳에 가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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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학 온 당일 한동민이 나랑 같은 반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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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뭐야, 드라마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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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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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런데, 한동민은 기억 못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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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때 내가 나였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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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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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나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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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첫사랑의 첫인상에 환자복은 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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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둘이 뭔가 있긴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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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이건 운명 아님 성립이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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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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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니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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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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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동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