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4. 밤 하늘의 별은 장작소리를 엿듣는다.


”하아..“


한동민
덥다;

한동민은 양 손에 봉투를 들고 걸어왔다.

작은 마을이라 동네 마트가 하나 밖에 없어서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봉투에는 라면에 음료 과자 등등 대부분 군것질거리였다.


드디어 집앞 담이 보이기 시작했다.

담 넘어 김동현과 김여주의 모습이 빼꼼히 보였다.

한동민의 시야에서는 김여주와 김동현은 시시콜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동민
…


한동민
잡일은 혼자 다 시키고, 둘이 아주 태평하네

한동민은 둘이 왠지 신경쓰였다.

김여주와 김동현이 친해진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던 게 자꾸만 거슬렸다.

뭐 둘다 어딜가도 누구든 말 붙이는 성격이긴 하지

라며 넘겼다.


“아니 그래서”


김여주
응?


김동현
한동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야

담벼락 앞에서 김동현의 질문이 새어나왔다.


한동민
…?

둘이 뭔 얘기를 하는 거야..

“비밀.”


김동현
아,


김여주
그건 비밀이야

여주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수줍게



한동민
뭐가 비밀인데

그때 한동민이 나타났다.



김동현
뭐야?


김동현
왜 이제 왔어, 기어왔냐


한동민
걸어왔다 인마


김여주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한동민
간김에 그냥


한동민
…근데, 뭔 비밀얘기


김여주
어?


한동민
둘이 비밀 어쩌고 그랬잖아

한동민은 궁금했다.

그 비밀이 뭘까

앞에 김동현이 말한 “한동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데”는 한동민도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김동현
한동민 뒷담 깜


한동민
허?


김동현
그니까 비밀임


한동민
그게 뭔..


김동현
일단 우리 라면이나 끓여먹자

김동현은 대화 주제를 돌렸다.

혹시나 김여주가 민망할 까봐 배려차원에서 라고…




길었던 여름의 낮이 지고 어느새 깜깜해진 하늘이다.

김동현은 이모님께 장작과 연탄을 받아와 불을 붙혔다.

마쉬멜로우 구워 먹자며 신난 얼굴이었다.




김여주
우와, 나 마쉬멜로우 처음 구워봐


김동현
그거 돌리면서 구워야 돼

동현은 여주가 든 마쉬맬로우 꼬치를 잡아 빙빙 천천히 돌렸다.


김여주
아, 이렇게?


김동현
오, 잘하네


김여주
ㅎㅎ


한동민
…

언제부턴가 둘이 이렇게 찰싹 붙어있었나

둘다 낯가림이라곤 1도 없어서 빨리 친해진 게 납득이 되지만

왜인지 심기가 불편하다.



한동민
자, 이거 먹어

한동민은 자신이 구운 마쉬멜로우를 여주 손에 쥐어주었다.


김여주
응?


김여주
너는?


한동민
난 그거 줘

동현이 옆에서 같이 구워준 마쉬멜로우 꼬치를 바꿔가며 말했다.


김여주
조금 탔는데..!


한동민
나 탄 거 좋아해

거짓말이었지만 아무렇지않게 마쉬멜로우를 입안에 넣었다.


김여주
취향 특이하네


김여주
탄 거를 좋아한다 메모메모

여주는 한동민의 취향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것이 거짓말인지도 모르면서


한동민
…별 걸 다,,

한동민은 그런 김여주가 조금은 웃기다.

힐끔 삐져나오는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김동현
ㅇㅅㅇ..

한편, 김동현은 자신이 끼면 안 될 곳에 왔구나 생각한 참이었다.

…

..

.





한동민
이제 늦었으니까 자자


김여주
그래


김동현
방 2개니까 여주는 저쪽 방 쓰면 되겠다


김여주
알겠어!


김여주
다들 잘자~





“ 와…, 비단 이불 ”


김여주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봤던 건데


김여주
여기도 비단 이불을 쓰시네

여주는 비단 이불을 바닥에 깔고 대자로 털썩 누웠다.


김여주
읏. 차.-


김여주
완전 폭신해~

시골집이라 바닥도 뜨끈뜨끈하고 노긋한게 눈이 스르륵 감겼다.

…

..

.




몇 시간이 지났을까

여주는 얕은 잠에서 깼다.


김여주
…우으,,

”타닥타닥..“

창호지 넘어로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왔다.


김여주
?

뭐지,

…장작 소리?




“여기서 뭐해?”



한동민
안 잤어?


김여주
잠깐 깼어


김여주
근데, 넌 안 자고 뭐해


한동민
그냥


한동민
잠이 안 와서..


김여주
그래서 장작도 피운 거야?


한동민
아니ㅋㅋ


한동민
아까 남은 불이 다 안 꺼지길래


한동민
장작 소리나 듣고 있었지


김여주
어때, 소리는 좋아?

여주는 동민의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한동민
뭐야, 더워 붙지마

김여주의 눈을 피해서 고개를 돌렸다.


김여주
…치-


김여주
붙을 건데, 어쩔건데~

여주는 그럼 더 한동민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어깨를 바짝 붙여서 얼굴을 들이댔다.


한동민
아..진짜;


한동민
뭔 여자애가..

한동민은 질색하며 소스라친다.

그렇게 질색하는 한동민이지만

사실상 부끄러운 게 더 크다



김여주
ㅋㅋㅋㅋㅋ

김여주는 질색하는 한동민의 얼굴이 마음에 든다.

괴롭히는 데 타격감이 좋달까.



한동민
…야,


김여주
?



한동민
저거 봐봐


한동민은 하늘을 가르켰다.


한동민이 가르킨 밤 하늘은 별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김여주
우와, 저게 다 별이야??


한동민
예쁘지?

동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눈 웃음은 예쁘게 반짝였다.


김여주
…으응,


김여주
…으응, 예쁘네,,

그 미소가 어찌나 이쁜지, 하늘에 박힌 수 많은 별들보다

저 한동민의 눈동자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새벽 바람 시원한데

왜인지 낯이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한동민
…


한동민
…뭘 그렇게 빤히 봐

동민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여주의 시선에 민망한듯 묻는다.


김여주
…어?


한동민
뭘 그렇게 빤히 보냐고..


김여주
아, 어..!


김여주
그게..!


한동민
…?


김여주
…좋


김여주
…좋아서,,

물론 네 미소가 좋다고 뱉은 말이었는데

뭔가 무언갈 고백해버린 느낌이다.


한동민
…

한동민과 눈이 마주쳤다.

이쯤에서 한동민이 먼저 시선을 피했어야 했는데

어쩐지 계속해서 눈빛이 오갔다.

둘은 아무말 없이

타는 장작소리만 타닥타닥..

나란히 닿은 어깨가 뜨거웠다.

한동민의 얼굴이 여주의 앞으로 점점 다가왔다.


한동민
…

그새 웃음기 없이 진지한 얼굴에서 김여주를 향해 바르르 눈동자만 움직였다.

그의 떨어진 눈동자가 입술 끝으로 닿았을 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눈이 스르륵 감겨 왔다.

한동민은 김여주의 감긴 속눈썹을 보고서 여주의 뺨에 손을 얹었다.

그가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그리곤 코끝이 살짝 맞닿았던 것 같다.

입술 사이 3센티도 안 남은 거리에서 긴장감에 움찔 몸이 떨려왔다.

그렇게 너와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머, 아직도 안 자고 있었니?“

담벽 넘어로 누군가 그 둘을 향해 걸어왔다.


한동민
!


김여주
…아, 네?

둘은 흠칫 놀라며 목소리를 따라 담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이모
으이구 젊다, 젊어~

이모
시간이 몇신데, 새벽까지 놀고 있는 거니?

목소리의 주인은 이모님이었다.

인상 좋은 얼굴로 이모님은 둘에게 다가왔다.


김여주
아, 안녕하세요!


김여주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모
영~ 잠이 안 와서 말이야~


김여주
하하, 그러셨구나ㅎㅎ


한동민
저희가 시끄럽게 한 건 아니죠..?

이모
그럼~


한동민
ㅎㅎ..

둘은 아무렇지 않게 떨어져서는 이모님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모
아, 맞다!

이모
이거 먹어보라고 가져왔는데, 까먹을 뻔 했네~

이모님은 상체만한 담금주병을 둘에게 건네며 말했다.


김여주
헉, 이게 다 뭐예요??

이모
아~ 별건 아니고~

이모
직접 담근 오미자차인데, 먹어보라고~


한동민
아, 감사합니다..!


김여주
와..진짜 맛있어보여요.. 감사합니다!!

이모
먹고 남으면 서울 갈 때 챙겨가렴~


김여주
네..!


한동민
잘 먹겠습니다

이모
그래~

이모
늦었으니까 얼른 자고~

그렇게 이모님은 오미자청을 주곤 담길을 넘어 돌아가셨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둘만 남은 이 상황

둘은 뻘쭘하게 서 눈치만 살폈다.


김여주
…이, 이거 맛있겠다! 그치?

여주는 급하게 주제거리를 찾았다.

오미자청을 가르키며


김여주
우리 이거 좀 먹어볼까??


한동민
..어, ㄱ그래

어색하게 둘은 평상에 앉아 이모님이 가져다주신 오미자청을 따라 마셨다.



김여주
오, 맛있는데!?


한동민
그러게, 직접 담그셔서 그런가

그렇게 둘은 한잔, 두잔

몇잔인지 모르게 오미자청을 마셨다.





김여주
..똠미나..-


한동민
..?


김여주
날씨가 왜케 덥지…


한동민
그러게..,


한동민
좀 더운 것 같기도..

왠지 몸이 뜨겁다.

날씨가 더운 느낌은 아닌데

몸에 열기가 감돌았다.



김여주
우으.., 더워


한동민
많이 더워..?


김여주
..으응, 그리고 졸려

여주는 픽 동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몸이 무거워 눈꺼풀까지 감겨 오는 걸까



한동민
야야, 들어가서 자..;;


김여주
우응.., 싫어…귀찮아…..

여주는 축 늘어진다.



한동민
아아;;


한동민
야, 야..!

이미 늘어진 여주에 한동민은 어쩔수 없다는 심정으로 김여주를 일으켜세웠다.


김여주
으으..-


한동민
…진짜 뭔 고생이냐

…

..

.




_


_


“어머, 이걸 어쩌나”


이모
애들한테 주고 온 게

이모
오미자청이 아니라, 담금주였네..

이모
내 정신좀 봐..으이구..

이모
내일 다시 가져다줘야겠네~

…

..

.




다음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