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5. 소나기 내린 날, 너의 기억을 묻었다.


“하아..-”


한동민
야, 이불 덮고 누워

동민은 여주를 이불 위로 살포시 내려놓았다.



김여주
우으..-


한동민
…졸린 거야? 취한거야..

얘가 상태가 왜이러지 싶다가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제 뭔가 알 것 같았다.


김여주
..흠냐..


한동민
…

알콜냄새

은은하게 알콜냄새가 올라오는데 자신도 이제야 눈치를 챘다.

우리가 벌컥벌컥 마셔댔던 게 술이었다고



한동민
…미친

어쩐지 먹을 수 록 열이 오른다 했다.

그게 알고 보니 진짜 술이었을 줄이야.


한동민
…하, 일단 나도 자러 가야겠다

일단 여주를 눕혔으니 자신도 방에 가서 자야겠다고 일어서는데

덥석.-

무언가 한동민의 목덜미를 감싸 안는다.


한동민
..!


김여주
우으응..-

김여주는 한동민을 끌어안고 매달린다.


한동민
야, 뭐해;;


한동민
진짜 진상이냐고;;

잠결인 걸 알면서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두근

두근두근



김여주
..우으,


김여주
가지마..


김여주
가지마.. 나 두고.. 혼자..

여주는 잠결에 중얼거리며 동민을 꽈악 붙들었다.


한동민
…


한동민
…하아,,

동민은 여주의 주정에 포기한 듯 털썩 이불 위로 몸을 눕혔다.



한동민
얘는 술 먹이면 안되겠어..(중얼)

동민은 어정쩡하게 여주 품안에 안겨 중얼거렸다.

잠결에 목덜미를 붙잡은 여주의 팔이 풀리면 그때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한동민
…너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이게 뭐야,,


김여주
…흠냐,,


한동민
…하?

태평하게 잠든 김여주의 얼굴을 보니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꼬집.-


한동민
잘도 자? 태평하시네?

동민은 여주의 볼을 꼬집고 쭉 늘렸다.


김여주
우븝으..흐즈..므으..


한동민
…ㅋㅋㅋㅋㅋ


한동민
아 못생겼어ㅋㅋ


김여주
우으..-

볼을 꼬집어도 늘려봐도 저항없이 당하는 김여주였다.


한동민
ㅋㅋㅋㅋㅋ

한동민은 그런 여주가 웃기다




한동민
하..암..

온돌방 데워진 이불 위에 누워있자니

뜨뜻한 등짝에 노긋노긋해졌다.

한동민 자신도 모르게 꿈벅

눈이 감겨왔다.

…

..

.




…

꼬끼오오오옥~!

이른 아침을 알리는 닭 울음 소리가 동네에 퍼져나갔다.



김여주
..으으

여주는 그 소리에 뒤척이며 졸린 눈을 비볐다.


김여주
…언제 잠들었지…


김여주
..


김여주
..응?

여주는 품 안에 무언가 안겨 있음을 느끼고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한동민
…

잠든 한동민의 얼굴이 보였다.


김여주
…


김여주
…..


김여주
꿈인가


한동민
…


김여주
꿈이라기엔 생생한데

내 품안에 안겨 잠든 한동민의 얼굴은 마치


김여주
잠자는 숲속에 공주같네

뽀얀 피부, 짙은 눈썹 아래로 얇은 쌍꺼풀, 오똑한 코.

입술은 평소보다 삐쭉 나와서는 마치 부리같다.

…좀

…좀 귀엽


한동민
…뭘 봐


김여주
..!

번뜩 눈을 뜬 한동민과 눈이 마주쳤다.



김여주
..어?


김여주
깼어..??


한동민
…


한동민
…그런데?


한동민
이제 좀 놔줄래


김여주
어..?


김여주
아..!!

벌떡

그제서야 한동민을 품 안에 안고 있던 내 모습을 자각했다.

’내가 언제 그랬지‘ 벌떡 한동민을 놓으며 일어섰다.



김여주
네가 왜 여깄어??


한동민
기억 안 나나 보네


김여주
..?


한동민
…됐어


한동민
너는 술은 입에도 대지 마라..


김여주
…응? 술?


김여주
그게 무슨 말이야?


한동민
알아서 뭐하게


한동민
밥이나 먹게 나와


김여주
???뭐야


김여주
왜 안 안려주는데~!






“뭐야 둘이 같이 있었어?”


한동민
…잠깐 깨우러 건거야


김동현
음?


김여주
넌 왜케 일찍 일어났어?


김동현
아..~


김동현
아까 이모님 오셨는데


김동현
어제 밤에 오미자청 주고 가셨다고 하더라


김여주
아, 그랬지


김동현
근데, 그게 오미자차가 아니라 담금주를 잘 못 가져오셨대


김여주
…뭐?


한동민
…


김동현
그래서 다시 주고 가셨어


김동현
근데 새벽에 누가 좀 먹었나


김동현
통이 반이나 비워져있더라


김여주
…


김여주
…나는 모르겠는데,,

설마, 우리가 어제 먹었던 게 오미자청이 아니라 오미자 담금주였던 거야..?

그럼 어제 필름이 끊긴 것도…

헐..



한동민
..배 안 고파?


한동민
밥이나 먹자고


김동현
아, 그래-


김동현
우리 밥 먹고 서핑하러 가자


김동현
여기 근처 물 좋은데 있대


김여주
서핑??





”우와“



김여주
한똥민!!! 멋있다!!!


김여주
미쳤다!!! 섹시하다!!



한동민
…


한동민
…저게 또; (지끈)


김동현
왜ㅋㅋㅋ재밌는데


한동민
…진심이냐


김동현
난 형수님 맘에 들어


한동민
…야;


김동현
ㅋㅋㅋㅋㅋ





“서빙 안 해봐도 괜찮아?”


김여주
나는 됐어~


김여주
수영 못 하거든ㅋㅋ


김여주
아마 빠지면 그대로 바다에 꼬르륵 잠겼을걸


한동민
..수영 배워볼래?


김여주
에이.., 내가?


김동현
그래 우리가 알려줄게ㅋㅋ


김여주
그럼 좀 해보고 싶긴하다


김동현
내일 또 오자, 이 오빠가 기초부터 탄탄하게 알려줄게


한동민
…오빠는 무슨;


김여주
ㅋㅋㅋㅋ좋아




이모
애들아~

이모
잘 놀고 있어?

이모님이 머리에 무언갈 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김동현
이모-!


김동현
그건 뭐예요?

이모
아, 밭에 좀 갈려고~

이모
이제 슬슬 감자 수확할 시기거든~


김여주
그럼,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이모
에이, 됐어~

이모
애들은 놀아야지~


김여주
아니에요! 집도 빌려주셨는데


김여주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김동현
그래! 이모!


김동현
여기 남자 2이나 있는데 써먹어야지

이모
어머, 그래..?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감자밭이고“

이모
저기는 고추, 오이, 호박 옆집에는 수박도 자라~


이모
각자 바구니 줄테니까 이것만 채워주면 돼~

이모
날도 더우니까 무리하지 말고

이모
쉬엄쉬엄해~, 알겠지?


김동현
네에~





김여주
우와,, 나 감자 처음 캐봐


한동민
보통 초등학생때 한 번쯤 해보지 않나?


김여주
…그래?


김동현
처음이면 알려주면 되지~


김동현
자 여기 호미로 살살 흙을 긁어내듯이 찾아

동현은 여주에게 호미를 쥐어주고 흙을 살살 긁어내는 시늉을 했다.


김여주
아, 이렇게??


김동현
오 잘하는데?


김여주
히히


한동민
..캤으면 여기 담아

동민은 바구니를 가져왔다.


김여주
응응-


김여주
이거 재밌는데??


김여주
야, 우리 이거 내기할래?


한동민
뭔 내기?


김여주
이거 바구니 제일 늦게 채우는 사람 감자 담은 리어카 끌고 가기


김여주
어때?


한동민
너 저거 끌 수는 있냐


김여주
그럼~!


김여주
바퀴달린 거 못 끄는 사람 있나?


한동민
…

영 미심적다..




몇 시간 후


한동민
나 다함


김동현
나도


김여주
?


김여주
뭐? 벌써??


한동민
너가 느린거야..


김여주
헐…


김여주
내가 김동현은 이길 줄 알았는데


김동현
엉?


김동현
나도 빠를 땐 빨라..


한동민
ㅋㅋㅋㅋㅋ


김여주
ㅇㅋ, 내가 끌고 갈게에..—


한동민
결국 내기한 사람이 진다니깐


김동현
국룰


김여주
…쳇


이모
애들아, 다 했어?


김동현
네~

이모
그럼 이제 들어가자~ 곧 해 지겠다

이모님은 리어카에 감자 바구니를 몇개 올리더니 질질 끌고 오셨다.

이모
너희도 저기 리어카 있지? 담아서 끌고 와~


한동민
네


김여주
네!


김동현
근데 이모 그거 안 무거워요?

동현은 이모님이 붙잡은 리어카를 보며 물었다.

이모
무겁지~


김동현
그럼 그거 제가 끌고 갈게요

이모
에이, 안 그래도 되는데


김동현
아아, 이모 저 힘 잘 써요~

동현은 이모님의 리어카를 붙잡았다.

이모
호호, 그럼 그럴까~

이모
이렇게 도와주니 이모는 먼저 가서 저녁밥 준비 좀 해야겠다

이모
이모가 맛있는 거 해줄게~!


김여주
와, 감사합니다~!


한동민
감사합니다


김동현
그럼 난 이모랑 먼저 갈게


김동현
너희도 그거 끌고 와, 알겠지?


한동민
ㅇㅇ


김여주
응~

그렇게 이모님과 동현이 먼저 길을 나섰다.



한동민
우리도 가자

동민은 감자 바구니를 리어카에 실었다.



김여주
후우.., 그래.

여주는 비장하게 리어카 손잡이를 잡았다.

“이래서 어느 세월에 갈래”


김여주
가고 있거드은..—

여주는 낑낑대며 리어카를 끌었다.



한동민
…어후,,


한동민
그래서 내기는 왜 해가지고


김여주
…치, 그럼 좀 져주지 그랬냐


한동민
그럼 공평하지 않지ㅋㅋ


김여주
…


김여주
저거 은근 얄미워..-


한동민
ㅋㅋㅋㅋㅋ



한동민
자, 힘 좀 써봐

동민은 리어카 뒤로 다가가 뒤에서 리어카를 슬슬 밀어주었다.


김여주
어..!?


김여주
오, 아까보다 잘 간다!!


한동민
그야 내가 뒤에서 밀어주고 있으니까..


김여주
ㅋㅋㅋㅋ


김여주
고마워~


한동민
..


한동민
..앞에 나 잘 봐


김여주
응ㅋㅋ



김여주
똥민아-


한동민
왜


김여주
만약에 너는 기억이 없는데 어떤 사람이 너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생각해?


한동민
…?갑자기


김여주
그냥, 궁금해서


한동민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김여주
그니까 만약에~


한동민
그래도 딱히 아무 생각 없는데


김여주
그래?


김여주
그 사람이 너에게 안 좋은 순간을 마주한 사람이어도?


한동민
뭔 질문이 이렇게 애매모호하냐


김여주
아아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동민
내 치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그렇지


한동민
슬픈 걸 나눴더니 약점이 되기도 하잖아


김여주
…아, 그렇구나


한동민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김여주
…어?


한동민
뭐 기억하는 거라도 있어?

어젯밤 일이라던지..

동민은 묻고 싶었다.

어젯밤 기억하냐고

타는 장작 불 옆에서 감은 눈의 의미는 무엇이었냐고

묻고 싶었다.



김여주
아니..!!


김여주
전혀-!!

여주는 1년 전 우리가 구면이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꺼내어 봤자 한동민에게 좋을 거 없는 기억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기억은 혼자 죽을 때까지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동민
..


한동민
..그래?

어젯밤 일을 기억 못한다니

괜히 나 혼자 신경쓰이는 걸까.

나는 그날 밤잠을 설쳤는데, 너는 기억이 없다..?

…좀 괘씸하다.




투둑.-

하늘에서 무언가 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동민
?


김여주
어? 비 온다?


김여주
뛸까??


한동민
리어카 끌고 뛸 수 있어?


한동민
감자 다 떨어질 걸..;;


김여주
그럼 어떡해..?


한동민
..


한동민
..일단 이리 와봐

…

..

.




비를 피해 온 곳이란 다 낡아 페인트가 벗겨진 버스정류장이었다.



김여주
웬 갑자기 비..


한동민
소나기인가 봐


한동민
곧 그치겠지


김여주
으응..

둘은 하염없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김여주
엣-


김여주
엣-취!

갑자기 내리는 비에 날이 쌀쌀해졌다.


한동민
..추워?


김여주
아니, 괜찮아..-


한동민
…

동민은 반팔 셔츠를 벗어다 여주의 어깨 위로 걸쳤다.


김여주
! 괜찮은데??


한동민
됐어, 감기 걸리지 말고 입어


김여주
…넌 안 추워?

셔츠를 벗은 한동민은 흰 색 민소매 한장 입고 있다.

고스란히 팔을 다 내놓고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동민
난 더워


김여주
…


김여주
…고마워,,

여주는 주섬주섬 한동민이 걸쳐준 셔츠를 입었다.

반팔셔츠인데도 폼이 넓어서 소매는 팔꿈치 아래까지 내려갔다.

한동민의 큰 몸집이 새삼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김여주
비가 그칠 생각이 없네..-


한동민
김동현한테 데리러 오라고 할까

동민은 동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전화표시


김동현
* 너네 왜케 안 와


한동민
* 갑자기 비가 내려서 못 가고 있음


김동현
* 어딘데


한동민
* 버스정류장 앞


김동현
* ㅇㅋ, 우산 들고 갈게



한동민
곧 온대


김여주
다행이다,,


김여주
근데 김동현은 언제 그 리어카 끌고 도착했대..?


김여주
난 저거만 끌어도 진짜 무겁던데


김여주
김동현, 은근 힘 센 것 같단 말이야~


한동민
…그것도 못 끌면 남자냐


김여주
그래도 의외잖아~


김여주
맨날 흐느적 힘없이 다니는 것 같은데도 꽤..


한동민
언제 그렇게 자세히 봤대?


김여주
응?

한동민의 눈이 달라졌다.

언짢은 눈에 입술은 조금 삐죽 튀어나왔나



김여주
그래도 오래보다 보니까..


한동민
오래?


한동민
너네 한달도 안 됐거든;


김여주
어, 그랬나?


김여주
그럼 되게 빨리 친해진 것 같은데


김여주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도 않아ㅋㅋ


한동민
…


한동민
그럼, 나는


김여주
…?


한동민
나는 김동현보단 빨리 알았잖아


한동민
그럼 나는 어떤데

동민이 한발짝 다가왔다.


김여주
…어?


한동민
..나는 어색해?


김여주
..어, 그게..


김여주
그러니까..

여주는 주춤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마냥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앞인데, 나도 여자라고..



한동민
왜, 대답 안 해줘?

동민은 재촉했다.


김여주
..


김여주
..편하지!! 그럼~!!


김여주
너가 내 친구 넘버 1인데!!!


한동민
…친구?


김여주
그래~! 참 내가 말 안 했나~!! 하하..


한동민
…

한동민은 말을 잃었다.


김여주
…;;?

여주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한동민에 찔끔 눈치를 살폈다.

얼굴이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나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김여주
뭐야,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여주는 민망한 듯 동민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한동민
…

그러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한동민이 입을 움직였다.


한동민
…너는


한동민
…너는 친구랑 키스하냐?


김여주
…


김여주
…뭐?

…

..

.





다음화에 계속>>>>

에고, 저 늦게 왔죠?ㅠㅠ

빈둥거리다가 이제야 쓰네요,,하핳..

제가 안 오면 댓글로 좀 재촉해주세요…

정신 좀 차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