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6. 젖은 낙엽 신세


“ …너는 친구랑 키스하냐 ”


김여주
…


김여주
…뭐?


한동민
진짜 기억 안 나?


한동민
어젯밤


김여주
…어젯밤?

장작 불 옆에서 밤하늘에 별을 보았지..

그리고 한동민과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데


김여주
…


김여주
…아

그날 그의 얼굴이 내 앞으로 겹쳐졌다

코 끝이 닿았던 감각이 생생하게

나는 왜 그때 눈을 감았었지..?

…

…같은 마음이라 생각했었다.

분명 너도

나랑..

“애들아, 기다렸지~!”

저 멀리서 김동현이 달려왔다.


김동현
우산 가져왔어~


김여주
..아, 어 고마워..!


한동민
..


김동현
빨리 가자, 이모님이 맛있는 거 해주셨어

동현은 우산 두개를 건네었다.


김여주
너는?


김동현
난 우비 썼잖아, 너네 둘이 써


김동현
근데, 리어카는?


김여주
아 저기 있어! 가져올게


한동민
거기 있어

동민은 여주 대신 리어카를 끌고 왔다.



김동현
감자가 빗물에 다 씻겨나갔네..ㅋㅋ


김여주
ㅎㅎ..괜찮겠지?


김동현
뭐 어차피 흙도 털어내야할 거


김동현
괜찮겠지ㅋㅋ


김동현
내가 앞에서 끌테니까, 한동민 네가 뒤에 좀 잡아줘


한동민
알겠어

그렇게 우리는 리어카 하나를 둘이서 끌며 집으로 향했다.


달그락.., 달그락..-

질척이는 리어카 바퀴에 정적만 흘렀다.


한동민
야.., 우산 똑바로 들어


한동민
너 다 젖잖아


김여주
그럼 너 비 다 맞는데 어떡해..!

여주는 낑낑 한동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옆을 졸졸 따라 붙었다.



한동민
…

미련하긴.., 어깨 다 젖겠네..

한동민은 비에 젖는 여주의 어깨만 신경쓰인다.



한동민
기껏 옷도 빌려줬더니


한동민
내 옷은 장식이냐..


김여주
아, 몰라몰라-


김여주
너 비 맞는 꼴 내가 못봐!


한동민
…;;




“에고, 비 때문에 고생많았네..~”

이모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줄이야..


김여주
하하, 그러게요..ㅎㅎ

이모
배고프지? 얼른 밥 먹자~

이모님은 상 다리가 부러질 듯 음식을 가져왔다.

간식으로 수박까지 먹으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그새 소나기가 그치고 밤이 찾아왔다.

어젯밤 보았던 까만 하늘 위 수 많은 별들이 우리를 향해 반짝였다.


김동현
이야~, 운치있다~

동현은 평상에 누워 아저씨마냥 걸쭉한 목소리로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김여주
아저씨 같아ㅋㅋ


김동현
진짜 누워봐


김동현
별이 한 가득 잡혀


김여주
그래?

여주는 동현이 누운 평상 앞에 드러누웠다.


김여주
이쁘긴 하네~


김여주
시골이라 그런가, 별이 많아~


한동민
어제도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동민은 여주 사이를 비집고 누운다.


김동현
아 좁은데~


한동민
너희만 봐?


한동민
볼 거면 같이 봐


김동현
아 한동민ㅋㅋㅋ


김동현
은근 같이 하는 거 좋아해


한동민
..—


김여주
…

한동민과 닿은 어깨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왜 굳이 내 옆을 비집고 누웠을까

내가 괜히 오해하는 것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한번에 스쳐지나갔다.



한동민
야, 김여주


김여주
…응!?


한동민
나 대답 못 들은 것 같은데


김여주
…대답?


한동민
어젯밤 말이야


김여주
…아

왜 자꾸 떠올리게 해..

나도 부끄럽다고..

나도 왜 그때 눈을 감았는지..

내가 단단히 오해한거면 어떡해..?

그럼 너랑 친구 그 이하도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만 많아졌다.



한동민
..대답 안 해줄거야?


김여주
…


김여주
…사실 내가


김여주
널


김여주
널..


김여주
널.. 좋


김동현
커어어..-


김여주
!


한동민
…아, 진짜 김동현..


김동현
…커어..,

동현은 어느새 잠들었는지 코를 골며 뒤척였다.


김여주
…쟤 잠든 거야?


한동민
…그런듯


김동현
흠냐..-


김여주
머리만 뒀는데 잠드네..


한동민
그니까;


한동민
야, 들어가서 자

동민은 동현은 툭툭 치며 깨운다.


김동현
우으응..-


한동민
하아..


김여주
저러다 입 돌아가는 거 아니야..?


한동민
입 돌아가게 냅둬


김여주
..아 그래도~


한동민
넌 그보다

스윽.-


한동민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동민은 여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여주
…어,,


김여주
…어,, 그게


한동민
응?


김여주
…ㅈ


김여주
…잘자라고!!

벌떡. 일어선 여주는 한동민에게 뒷걸음질 쳤다.


한동민
…?


김여주
시건이 늦었다..! 자야지..~!


김여주
너도 잘자..!!! 나 들어갈게!!


한동민
…그게 무슨,


김여주
우다다)))

여주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덜컥.-


한동민
…


한동민
…하?

..또 이렇게 피한다?

저거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아?

좋아한다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기억도 못하고

방금도 또 얼버무리네

…하;

자존심이 상했다.

나만 지금 진심으로 흔들리고 있는 건지

저 녀석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는지

왜 나만 안 달라져서는 다급하게 구는지

자존심이 상해도

이렇게 짓밟혀질 수 있을까


한동민
…


한동민
…하,,

그럼에도 한동민은 여주가 뛰어들어간 방문에 시선을 놓지 못했다.

결국 여주에게서 듣지 못한 대답에 미련이라도 생긴 듯

말라버린 입술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그날 밤들의 기억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잊혀지는 건 아닐까




여행 이후,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는 없었다.

평소처럼 학교 보충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마다 김동현과 떠들기 바빴다.

뭐, 한가지 변한거라곤..

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마음이다.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나

입술이 닿을 뻔 했는데

어떻게?



한동민
…—


김여주
..왜?

나는 한동민의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여행 이후 한동민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영 사납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김동현
이 보충수업은 언제 끝나는 걸까


한동민
이제 일주일 뒤면 끝나


김여주
벌써 그렇게 됐나?


김동현
그럼 방학도 곧 끝난다는 소리잖아..?


한동민
것보다 우리 수능이 3달 남았다는 거야.


김여주
헐, 진짜..


김동현
대학은 진작 포기했는 걸


한동민
…자랑이다


김여주
ㅋㅋㅋㅋㅋㅋ


김동현
나는 작은 수조관 하나 차리고 한적하게 살거야


김동현
물고기들과 함께…*


한동민
…김동현 답다


김여주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부럽다~


김여주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한동민
성적은 좋잖아


한동민
맞춰서 들어가, 아닌 것 같으면 편입하면 되지


김여주
그래야 되나..ㅎㅎ


김여주
그럼 한똥민 넌 뭐하게?


김여주
다시 축구는 안 해?


한동민
…내가 뭔 축구야;ㅋㅋ

재활한지도 몇 개월 안 됐는데..

무슨,

이미 내게 축구는 젖은 낙엽 신세인 걸 잘 안다.



김여주
왜~, 너 축구 잘하잖아


김여주
점심 때마다 애들이랑 축구하는 거 내가 다 봤는데!


한동민
그거랑 선수랑 같냐..


김여주
그래도..!


한동민
됐어, 그렇게 말해도 안 할 거야.

실은 ”못 할 거야“가 맞겠지..

탁.-

한동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문을 열고 나간다.


김여주
?


김여주
어디가는데..!!


한동민
화장실.


한동민
왜, 따라오게?


김여주
아..


김여주
아.. 아니이..,,


한동민
그래

동민은 그대로 교실문 밖으로 나갔다.



김여주
…

교실을 나가는 한동민의 얼굴이 왠지 어둡다.

괜히 축구 얘기를 꺼냈나,



김동현
흐음..~


김동현
나는 따라가야지~~

동현은 힐끗 눈치를 보더니 동민을 따라 교실을 나섰다.





“화장실 간다며”


한동민
?


한동민
뭐야, 따라왔냐;


김동현
화장실 간다더니, 웬 학교 뒷마당ㅋ


한동민
어쩌라고..


김동현
ㅋㅋㅋㅋㅋ


한동민
넌 왜 따라왔는데


김동현
그냥, 화장실 간다길래


김동현
나도 급해서


한동민
…


한동민
…급하단 사람이 여길 따라와?


김동현
ㅎㅎ


한동민
…참;



김동현
여어-, 저기 축구부인가 봄

동민은 운동장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동현
이야, 방학에도 훈련이라니


김동현
이 땡볕에 안 힘드나


김동현
야, 너는 저걸 2년동안 어케 했냐


한동민
…하면 해


한동민
못 할 게 뭐가 있어


김동현
겁나 힘들 것 같은데


한동민
…


한동민
긁냐;


김동현
긁히냐?ㅋ


한동민
아 진짜;


김동현
ㅋㅋㅋㅋㅋ



김동현
그러게..~, 왜 아까는 그렇게 정색해서는~


김동현
여주 놀랐겠다, 네가 인상이 안 좋은 건 알잖아


김동현
그런 애가 정색하면 누가 안 놀라?


한동민
…


한동민
내가 뭘 정색해..


한동민
그냥, 이렇게 생긴 거야.


김동현
참 논리있다


한동민
…


한동민
근데, 걘 어떻게 안 거야?


김동현
뭘


한동민
내가 축구 준비했던 거


한동민
네가 말했냐?


김동현
뭐래, 내가 그걸 왜 말해


한동민
그럼 쟨 어떻게 알지..?


한동민
김여주를 만난 게 내가 축구 관둔 이후인데


김동현
…


김동현
…아, 뭐~ 소문으로 들었겠지~

동현은 아차하는 생각에 얼버무렸다.


김동현
너 꽤 유명했잖아


김동현
축구 유망주~^^


한동민
…


한동민
내가 말을 말지.

동민은 동현에게서 시선을 돌려 학교 건물로 향했다.


김동현
아


김동현
같이 가~~~

…

..

.





다음화에 계속>>>>


댓글 달리자마자 왔슴다

댓글은 나의 활력소

댓글은 나의 활력제

댓글은 나의 활명수(?)

…

죄송합니다.

개드립 삼가하도록 할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