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8. 한번 꺾여버린 새싹은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좋아해“

…



한동민
..!! (번뜩)

한동민은 눈을 번뜩 뜨며 꿈에서 깼다.


한동민
…


한동민
…꿈,


한동민
…꿈, 꿈이었구나

김여주의 목소리가 생생했는데

꿈이었다는 현실이

나를 처연하게 했다.



한동민
하아..


한동민
미쳤나 진짜..

드디어 내가 미쳤나 보다

김여주 하나에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 보면

아무래도

난…

김여주를

…




그렇게, 고3의 여름방학은 끝이 났다.

벚꽃잎 떨어지듯 쉬이 저버린 여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날의 벚꽃잎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생에 가장 여린 꽃내음을

처음 맡았던 그날이었으니까

…


“아아, 혀엉 제발요”


한동민
아, 왜 3학년층까지 와서 그래;;


김운학
아니, 진짜 형..!!


김운학
부탁 좀 할게요!! 네!?

운학은 동민은 잡고 축 늘어진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얼굴로 말이다.


김여주
..?


김여주
누구야..?

여주는 그런 운학을 처음 보는 눈치다.


김운학
아, 안녕하세요..!!


김운학
김운학입니다!! 17살 1학년입니다!!

운학은 여주를 보자마자 예의바른 청소년처럼 고개를 꾸벅인다.

언제 한동민의 바지가랑을 잡고 늘어졌나 싶은 태세전환이다.


김동현
김운학, 네가 왜 왔냐


김운학
아니


김운학
형, 제 말 좀 들어봐요


김여주
?


김운학
저희 밴드부에 보컬이 지금 성대결절이 와서 공연을 못하게 생겼어요..


김운학
하필 한달 뒤면 학교 축제가 있는데 말이에요!!


김동현
근데?


김운학
학교 축체때 밴드부 공연이 있잖아요..


김운학
보컬이 없어서.. 공연을 못 하게 생겼어요..

운학은 잔뜩 처량한 표정을 짓는다.


한동민
그니까, 그걸 왜 나한테 와서 그러냐고..


김운학
형 노래 잘 하잖아요..!!


김여주
?

한동민이 노래를..?


한동민
..뭔 소리야


김운학
그 형만의 보이스!!


김운학
저희 밴드부에 그런 게 필요하다구요!!


김동현
진심이네ㅋㅋㅋㅋ


김동현
이정도면 함 해주라~


한동민
…;;


김운학
제발요, 네??


한동민
싫어, 난 무대 올라가 본 적도 없다고


김운학
이번에 해보면 되져!!


김여주
어차피 한 번뿐인데, 안 되나..?

여주도 운학의 간절함에 측은해졌는지 동민에게 눈치를 보냈다.


한동민
…


한동민
…알겠어


한동민
한번만이야

동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김운학
!?


김운학
진짜요!?


김운학
진짜죠!?


김운학
앗싸! 형한다고 애들한테 말해놔야지~!!

운학은 그렇게 폴짝 뛰며 교실을 나갔다.


한동민
…


한동민
…신났네


김여주
ㅋㅋㅋㅋ


김여주
귀엽다

여주는 그런 운학이 귀여운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한동민
…귀엽긴 해

한동민도 귀여운 거엔 약하다.



김동현
근데, 벌써 학교 축제네?


한동민
곧 가을이니까

우리학교는 가을마다 학교 축제를 했다.

중간 고사가 끝나고 나면 동아리마다 각 부스를 만들어서 먹거리도 팔고 다양한 체험도 만들고

오후에는 공연까지

그날만큼은 외부 사람들도 출입할 수 있어 학교 주변까지 떠들썩해지곤 했다.

물론,

고3은 제외였지만



김동현
부럽다, 축제 준비라니..~


김여주
우리는 안 해?


한동민
고3은 자습이거든


김여주
헐..


김동현
근데 몰래 나가도 뭐라하는 쌤은 없긴 해


김동현
어차피 자습도 할 애들만 하거든ㅋㅋ


김여주
아ㅋㅋ


김동현
우리도 그냥 축제나 보러 갈까?


김여주
좋아..!!

여주는 학교 축제는 처음이라 설렌다.

병원 생활 끝에 이런 것을 늘 상상해왔던 학교 생활이었다고

매우 기대하는 중이다.



김여주
그럼, 나 똥민이 노래 들어 볼 수 있는 건가??


김동현
당연하지ㅋ


한동민
…


김여주
나 기대한다, 한똥민??


한동민
…


한동민
…오바하지마,,

동민은 낯간지럽다, 괜히 하겠나고 나섰나.. 싶을 것이다.


“한동민, 단임이 오래”

그때, 학생 한명이 동민을 불렀다.


한동민
아,


한동민
아, 상담?

“어~”

동민은 자리에 일어나 교실을 나섰다.


한동민
잠깐 갔다 올게

드륵.-

탁.-



김여주
이제 마지막 상담인가


김동현
그치, 이제 대학교 원서 써야 되니까


김여주
시간 진짜 빠르다

벌써, 대학교 원서 쓰는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교는 갈 수 나 있나 몰랐던 나의 인생에

고등학교도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좌절하던 어린 김여주의 모습이 떠올랐다.

병원이 아닌, 학교에서 대학 원서를 고민하는 나에게 참 잘 견뎌냈다는 말 한 마디를 하고 싶다.

덕분에

내 인생 최고의 1년을 보내고 있다고

…

..

.




“아직도 못 정했니”


한동민
…네

선생님
하긴, 작년까지만해도 체대입시하다가 일반으로 돌렸으니.. 고민이 많겠지..


한동민
네..

선생님
그래도, 동민아

선생님
대학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선생님
성적은 맞춰 들어가더라도 나중에 편입해도 되니까..


한동민
…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진학 상담이다.

대학입결이 중요한 어른들에게는 한 학생의 진로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성적이 안 좋아도, 꿈이 없어도, 진로가 불투명하대도 대학 보내기에 급급한 어른들

이미 한번 꺾여버린 새싹의 미래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한동민
대학, 굳이 가야 돼요?

선생님
…꼭 그렇진 않지

선생님
그래도 안 가본 거랑, 가 본 거랑 다르지

선생님
그 경험 무시 못 한다?


한동민
…

경험..

웃음도 안 나온다.

꾸역꾸역 성적 맞춰 들어간 대학에서 경험이라니

그것이 경험일지, 낭비일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결국 미래에 감당할 몫은 어린 새싹들이다.

가엽게도

…

..

.




”한. 똥. 민.“


한동민
..?


김여주
상담 잘 하고 왔어?


한동민
뭐.., 그냥 했지

이번주까지 대학 1지망, 2지망 생각해오라는 통보만 받았지만



김여주
표정이 영.. 안 좋은데?


한동민
?


김여주
뭔데, 말해 봐봐


김여주
들어 줄게 (털썩)

여주는 한동민 앞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한동민 앞 책상에 상체를 기댄채로 동민을 바라보았다.


한동민
…뭐래,


한동민
딱히 별말 없어..


김여주
…

진로 얘기만 하면 여전히 저 고개를 피한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을 것 같은데

저 부동의 입술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하여튼, 저 입술은 뭐가 달렸나 싶게 무겁기만 하다.

…

..

.





-


-


…

다음화에 계속>>>>


저는 이 작품이 제일 힘들어요

쓰는 것도 오래 걸리고

또 마음도 아프고

흐엉엉엉

그래도 완결까진 가야쥬.

힘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