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09. 부셔지길 기다리는 벽에는 금이 가고 있다.


“단계별로”


김운학
떠나지 마 이 여름아


김운학
부서져도 좋은 기억을 줘~


한동민
단계별로


한동민
슬퍼지려 하기 전에 내게 다시 돌아와


철컥.-


김동현
이야~


김동현
좋은데?


김여주
축제 준비는 잘 돼가?

여주와 동현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손에는 아이스크림 가득.



김여주
먹으면서 해~


김운학
헐, 누나 감사합니다!!


한동민
뭐야, 집에 안 갔어?


김동현
한동민 연습하는 거 구경할려고ㅋㅋ


김여주
동의하는 바ㅎ


한동민
..허어,,


학생
베이스| 저기.., 선배


김동현
?

학생
베이스| 선배도 같이 하실래요?


김동현
…나?

동현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눈이 휘둥레진다.

학생
베이스| 목소리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학생
드럼| 동민이형이랑 김운학이 목소리가 워낙 특이해서 거기서 중간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드럼| 선배님 목소리가 너무 좋으신데요??


김동현
아, 진짜?ㅎㅎ

동현은 칭찬에 약하다.

후배들의 말에 금새 실실 미소를 보이는 동현이었다.



김운학
그래요!! 동현이형도 해요-!!


김동현
그래도 돼..?


김운학
저희는 완전 좋져~!!


김동현
아ㅎㅎ


김여주
김동현 좋아한다ㅋㅋ


김동현
부탁하는데 어떡해..~


김동현
선배로서 보여줘야지


한동민
…ㅋ


한동민
그냥 하고 싶은 거 잖아


김동현
맞긴해..ㅋ


김여주
ㅋㅋㅋㅋㅋㅋ

학생
베이스| 진짜 감사합니다!!

학생
드럼|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김동현
그럼~ 당연하지ㅎㅎ

김동현 형 소리에 좋아 죽는다.


어쩌다보니 동민 동현이 모두 밴드부에 축제준비를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김여주는 자연스레 방과후 연습에 그 둘을 기다리곤 했다.

…


철컥.-


김운학
형들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동현
아, 나도 같이 가자

동현은 운학을 따라 나섰다.


김동현
똥민, 너는 안 가냐?


한동민
조금만 더 있다 갈게


한동민
너네 먼저 가


김동현
ㅇㅋ~


김운학
동민이형 수고하세요~!!


한동민
ㅇㅇ


“열심히네”


한동민
?


김여주
처음에는 안 할 것 처럼 굴더니


김여주
이제는 연습실에서 살겠어~


한동민
아..ㅋㅋ


한동민
그래도 이왕 하는 건 잘해야지


김여주
..오

한동민은 은근 책임감이 높다.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게 뭐든 했을 녀석이다.

축구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지금쯤 탁한 지하 연습실이 아닌 햇볕 아래 촉촉한 잔디밭이었으려나

뭐든, 그가 선택하는 길에 꽃길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기꺼이 내 꽃가지를 내어서 그의 앞길을 응원할 것은 변함없다.

내 삶의 궁금증을, 활기를 불어 준 너에게 말이다.



한동민
너는 왜 안 가?


김여주
응?


한동민
지금 몇시인지 알아?


김여주
한똥민이랑 같이 갈려고 그런다, 왜


한동민
…혼자 집에 못 가?


한동민
애냐..?

그렇게 말했지만, 연습을 기다려주는 김여주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그녀의 기다림이 괜히 설레기도 하다.



김여주
ㅎㅎ


한동민
…왜,


한동민
…왜, 웃는데


김여주
그냥

가끔 혼자서 배시시 웃는 김여주의 얼굴에 시선을 피하곤 했다.

그 작은 눈웃음에 시선을 빼앗겼던 것 처럼

파도가 몰아치던 그날 밤, 꿈이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아 위험하다



한동민
이제 가자

동민은 잡고 있던 마이크에 손을 놓았다.

짐을 챙기면서 끝까지 시선 둘 곳을 모른다.

정말, 영혼이라도 뺏길 것 처럼 달아났다.

…

..

.




“헐, 비 온다”


김여주
우산 있어?


한동민
…없는데


김여주
장마 끝났더라고 하더니, 또 비네

스윽.-


한동민
비 좀 맞지, 뭐

동민은 하복 셔츠를 벗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산 처럼 머리 위로 가려진 동민의 하복 셔츠는 꽤나 넓었다.


김여주
뭐야.., 씌워주는 거야?


한동민
그럼 맞고 갈래?


김여주
아니!!


김여주
고마워..,,


한동민
..


한동민
..가자.

그렇게 둘은 하복 셔츠 하나를 머리 위에 쓰고는 빗길을 미친 듯이 달렸다.

뛰는 발길에 철퍽이는 빗물이 신발에 젖는지도 모르게 달렸다.

자신들의 모습이 웃긴 지 뛰면서도 푸핫 미소를 터트리면서.

뒤로 감은 태엽마냥 천천히 흘러가는 순간 순간

그날의 빗방물, 습도, 온기가 살갗으로 기억에 남겨진 채

달리고, 또 달렸다.

…

..

.




철컥.-

결국 둘은 학교에서 가까운 한동민 집으로 향했다.



김여주
비가 진짜 많이 오네


김여주
다 젖었어ㅋㅋ

여주는 기껏 머리에 쓴 한동민의 하복셔츠의 쓸모에 웃음이 나왔다.


한동민
그니까..


김여주
그래도 뭔가 청춘같지 않아?


한동민
…뭐?


김여주
왜, 그런 거 있잖아


김여주
영화보면 주인공이 빗길에 머리 위로 옷 뒤집어 쓰고 달리는 장면 같은..!!


김여주
그게.. 이름이 뭐였지..(곰곰)

터억.-


김여주
읍


한동민
빗물이나 닦아

동민은 여주의 머리 위로 수건 하나를 툭 얹었다.


김여주
우으, 알겠어어..-


한동민
…

청춘 영화라니

김여주다운 발상이다.

네 세상 속 세상은 순수하다 못해 투명해서 현실감이 없다.

마치 어젯밤 내가 꾼 꿈처럼



한동민
비 그치면 가


한동민
옷도 좀 말리고


김여주
으응

한동민의 집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단 둘이는 오랜만이라 그런가

단..

단.. 둘이라는 생각에 조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동민
…


한동민
…뭐라도 먹을래?

동민 또한 그렇다.

그 역시도 그 긴장감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는 것.


김여주
..좋아!



“터억”

동민은 탁자 앞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냄비째로 올려 놓았다.


김여주
..우와,,


김여주
맛있겠다..

여주는 라면을 보자마자 군침을 삼킨다.

후르륵-


김여주
!!


김여주
진짜 맛있는데??

여주는 한입 먹고는 바로 엄지를 치켜세운다.


김여주
뭐야, 너 라면집 아들이야??


한동민
뭐래ㅋㅋ

한동민은 김여주의 호들갑에 기분이 좋았다.

뭔가 뿌듯한 기분.

얼굴에 뭐든 생각과 감정이 들어나는 김여주가 웃기기도 하다.



김여주
내 인생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인데

솔직히 라면 먹어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탓도 았지만

그러기엔 한동민 라면이 너무 맛있다.



김여주
똥민아, 진짜 진지하게


김여주
라면집 할 생각 없어?


한동민
오바한다 또..


김여주
아니 진짜로..!!


김여주
내 생각에는 한동민 라면집하면 대박날 것 같아


김여주
일본 유명한 라멘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한동민
진짜 김여주 호들갑은 알아줘야 해..


김여주
에에! 진짜 이걸 안 믿네


김여주
완전 세계적인 신드롬인데, 넌 지금 그걸 뻥 걷어찬거야


김여주
-3-


한동민
뻥 걷어찰 것도 없는데, 뭘


김여주
…


김여주
…으음, 일단 라면가게 하나 걷어 찼으니까


김여주
가수도 있고 아이돌도 있고 밴드도 있고 작곡가도 있고 아~ 너무 많이 남았다


한동민
…;;


한동민
그건 또 언제 생긴 건데..


김여주
매일마다 새로 적립되는데?


한동민
뭐.. 할인쿠폰 적립하세요?


김여주
응!


김여주
내가 찾아줄게, 샅샅이


김여주
한동민 전용 적립 가이드~*


한동민
..


한동민
..미친다 진짜;

환장하겠다, 저 바보의 머리 속은 뭐가 든 건데

아무렇지 않게 현실감 없는 말들을 내뱉는지

기가막힐 노릇이다.

너가 뭔데..

내 미래에 자꾸만 머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걸까

전 부터 자꾸만 내 앞의 막힌 벽을 건드려댄다.

어쩌면 그 손길에 부셔질 것 같은 벽을

바라면서

네 농담 하나에 금이 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서서히,

서서히, 나도 모르게.

…

..

.




-


-


…

다음화에 계속>>>>


로맨스라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의 성장이 상당부분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박 터지는 로맨스보단 잔잔하게 흘러갈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분량을 조금씩 가져오고 있는데

그 이유가

요즘 자꾸 저장된 게 날아가더라구요?

한 번 날아갈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조금씩 써서 올리고 있어요

한번에 많은 분량이 날아가면 제 멘탈도 처참해질 게 뻔하기 때문에..ㅎㅎ

주로 새벽에 많이 쓰고 올리는데 날아갈때마다 진짜 벽에 머리 박고 마음을 다스렸어요

…ㅋ

…ㅋㅋㅋㅋㅋ

비주얼은 글이 날아갈 때마다 마음이 찢어집니다

메모에 저장해 둔 일반은 그냥 복붙하면 되지만 비주얼은 하나하나 대사를 집어넣어야 되기 때문에..

아무튼, 잡담이 많았네요

짧게 쓰는 만큼 좀 빨리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상


한태산죽부인이었습니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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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