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10. 첫키스의 잔향은 장난스럽게


“입이 심심한데“



김여주
간식은 없나?


한동민
…허;


한동민
김동현 닮아가냐..


김여주
ㅋㅋㅋㅋㅋ


한동민
자

동민은 주섬주섬 사탕 하나를 가져와 여주에게 건넸다.


김여주
오?


김여주
뭐야~, 집에 사탕도 있어?

여주는 동민에게 받은 사탕을 까서 입에 속 넣으며 우물거렸다.


김여주
어, 콜라맛!

여주는 사탕이 입맛에 맞았는지 눈을 번뜩인다.


한동민
…맛있냐


김여주
엉ㅎ


한동민
…ㅋㅋㅋ

김동현이 갖다놓은 사탕이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김동현은 툭하면 우리집에 사탕이나 젤리 같은 걸 쟁여놓았던 건데…

동민은 단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평소 줄어들 기미가 없었던 사탕의 쓰임에 웃음이 나왔다.



김여주
너는 안 먹어?


한동민
나는 됐어


한동민
단 거 별로 안 좋아해


김여주
그래?

여주는 혼자 먹기에 민망한 듯 입 안에 사탕을 굴렸다.


투둑.- 투두둑..-

침대 아래 나란히 앉아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정적이 찾아왔다.

입 안의 콜라맛 사탕을 물고 시선을 멀리 돌렸다.

한동민 또한 찾아온 정적에 괜스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어쩐지, 분위기가 묘하다.

조금 간지럽고 속이 일렁이는 게 숨을 쉴 수 조차 없을 것 같았다.


김여주
…


한동민
…

둘은 서툰 눈동자만 바닥을 향했다.


김여주
…비,


김여주
…비, 언제 그칠까?

적막 속에 먼저 입을 뗀 것은 여주였다.


한동민
..그러게


한동민
소나기는 아닌 것 같긴 해


김여주
나 집에 갈 수 있을까


한동민
…


한동민
…그럼, 우산 빌려줄까?

동민은 슬쩍 여주를 보였다.


김여주
아,


김여주
아, 아니..


김여주
그칠 때까지 기다릴래..

사실 더 있고 싶었다.

한동민과 침대 아래 나란히 앉은 이 자리가 욕심이 났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치길 기다리겠다고 대답한 여주의 얼굴은 용기와 달리 수줍음이 가득하다.

그 마음을 한동민도 어렴풋이 느낄 게 뻔하다.

눈치는 또 빠른 녀석이니까


한동민
그래

여주의 용기에 또 쿨하게 대답할 한동민이지만

속으론 휘몰아치는 정신상태에 휘청거렸다.

분명,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김여주가 자신의 곁에 있는 지금을



김여주
…

우물우물

정적의 시간이 길었는지 어느새 입 안에 사탕이 점점 줄어들었다.

씁씁하게 콜라의 잔향이 입 안에 남아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제는 알맹이가 된 사탕은 와그작 씹혀 부셔졌다.


김여주
와, 나 벌써 다 먹었어-


김여주
이거 맛있다..!


한동민
그래..?


김여주
나 하나만 더 주면 안 돼?


한동민
…

정말 사탕만 먹으러 왔나

해맑게 사탕 하나 더 달라는 너의 부탁에 허탈한 미소가 새어나갔다.

왠지 저 사탕에 진 기분이다.

지금 그게 중요해..?



한동민
그게 맛있어?


김여주
응, 맛있는데?


한동민
…


한동민
나도 줘봐

한동민은 한 팔로 침대 매트리스를 집고 여주를 향해 몸을 돌렸다.


김여주
?

돌아간 고개에 한동민과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바짝 가까워진 한동민의 얼굴에 몸이 굳었다.

3초 그 짧은 눈맞춤 뒤로 말캉한 무언가와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 떨어졌다.

아..

입술의 감촉에 그것이 한동민의 입술이란 것을 자각하자 굳었던 얼굴이 놀라 몸을 움츠렸다.


김여주
…어?


한동민
…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김여주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괜히 심술 좀 부렸는데, 벙찐 여주의 얼굴을 보니 민망하다.

동민은 시선을 피해 닿았던 입술만 매만졌다.

입술에 콜라맛 사탕의 향이 맴돌았다.

톡톡 튀기는 장난스러운 향기다.

그 끝은 조금 씁쓸하고 달다.


한동민
…


한동민
맛있네..

사탕 맛이 뭐이리 간지러울까

계속해서 입술에 묻은 향을 핥았다.

투둑.-

창밖은 비가 내린다, 습한 공기 안으로 속이 시끄럽게 요동쳤다.

첫키스는 콜라맛 사탕.

달달하고 씁쓸하게 입술을 간지럽혔다.

이 장난스러운 키스는 입맞춤이라기엔 우습게

콜라맛 사탕의 향기만 남겼다.

…

..

.





…

어젯밤 일이 있고 난 후

김여주는 집에 무슨 일이 생겼다며 허겁지겁 동민의 집을 나섰다.

동민은 여주가 돌아간 뒤 한참을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꿈인가, 현실인가에 정신이 팔렸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나갔던 얼굴이, 결국에 닿았던 입술이

아직도 생생하게도 잔향처럼 맴돌았을 게 분명하다.

급하게 도망갔던 여주의 뒷 모습이 겹쳐지면서 약간의 후회가 스멀슬멀 올라 오기도 했다.

도망갈 정도로 싫었나 라는 생각에 혼자 땅굴을 팠을 것이다.

내일 아침 사과해야 될까, 고민하던 한동민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여주는 결석인가“


한동민
…?

다음날 김여주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동민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선생님
요즘 날이 쌀쌀해졌더니

선생님
다시 감기가 유행이구나?


한동민
…

결석 사유는 감기

하필이면 어젯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라니

왠지 감기의 원인이 자신인가라는 생각에 멋쩍은 죄책감이 들었다.

무슨…

고작 닿은 입술 한번에 …

…

..

.




결국엔 걱정돼서 집앞까지 찾아 온 것은

한동민 스스로의 양심이라고 손에 가슴을 얹고 되뇌었다.



한동민
…


한동민
…많이 아픈가

띵동.-

동민은 여주네 집 앞 벨을 눌렀다.

누르자마자 낯선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사도우미
누구세요?


한동민
아, 그.. 여주랑 같은 반 친구예요

가사도우미
아~, 아가씨 병문안 오셨나요?


한동민
아, 네

아가씨?

집만 봐도 마당이 보이는 단독주택인 것을 봐서 잘 사는 쪽에 속하는 것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아가씨라니, 가사도우미까지 둔 집안이었나

세삼 김여주의 환경이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가사도우미
일단 들어와요~


한동민
네

…

..

.




집안은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하구나

넓게 뻗은 거실에 2층으로 보이는 계단

바닥엔 비싸보이는 카페트, 천장엔 샹들리에 조명이 눈이 부실 정도다.


가사도우미
2층에 아가씨 방이에요

가사도우미
지금쯤 일어나셨을 거예요


한동민
아, 네

가사도우미
일어나시면 약 드셔야 하는데, 혹시…


한동민
아, 제가 전달해드릴게요

동민은 아주머니에게서 약봉투를 받아들고 2층으로 향했다.

똑똑똑.-

드륵..-



김여주
…어?


한동민
..일어났어?


김여주
너가 왜..

여주는 침대에서 몸을 번쩍 일으켰다.


한동민
감기라며


한동민
단임이 그러더라


김여주
아..


김여주
으응..


한동민
…


한동민
…원래 몸이 그렇게 약해?

동민은 여주 앞으로 약봉투를 툭 내려놓았다.


김여주
아..


한동민
…아님 나 때문인가 (중얼)


김여주
…!!


김여주
아니!!


김여주
나 원래 좀 감기 달고 살아..!!!

한동민의 중얼거림에 여주는 화들짝 대답했다.

그 얼굴이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는지, 어젯밤 있었던 것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기억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눈동자가 지진난 것을 보니, 그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



한동민
…

이럴땐 솔직하지 못한다니깐..



김여주
…


김여주
…여기 왜 온 거야?


한동민
혹시 나 피할려고 학교도 안 나왔나 싶어서


김여주
..내가 널 왜 피해..! (찔끔)

사실 그런 경향이 없지 않지만…

감기기운이 있는 건 맞다고..



한동민
아님 말고


김여주
…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걸까

매번 의미심장한 질문만 내게 던져놓고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애써 잊으려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미치겠다.

나는..

나는.. 그게 첫키스였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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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