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푸름을 사랑하는 방법

#11. 아무렇지 않게

“약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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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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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약 먹을 시간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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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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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먹어야지..!

여주는 동민이 건넨 약 봉투에서 알약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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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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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걸 한입에 다 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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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당연하지, 이정도는 뭐..!

자랑거리마냥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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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허,,

동민은 꽤 멀쩡한 김여주의 얼굴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 하루 종일 김여주의 감기의 출처에 대해 신경 쓴 탓게 맥이 빠진다.

김여주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건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진짜 아무 생각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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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야,

여주의 눈에 짙은 눈동자가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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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그의 눈빛 하나로 긴장감이 음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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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어제 일 말이야

동민은 운을 떼듯 여주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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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혹시 그날 이후부터 이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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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뭐, 뭐가?

여주는 버벅거리는 안쪽 입술을 잘근 씹어댔다.

한동민이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는 건지 두려웠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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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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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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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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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또 기억 안 난다고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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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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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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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이래도 기억 안 난다고?

동민은 여주의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가 멈춰섰다.

급하게 여주의 손이 자신의 입을 틀어 막아서자

한동민은 기가찬듯 썩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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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어쩌냐, 몸은 기억 하나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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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화끈)

한동민의 말에 틀어 막은 손 안으로 입술이 간지럽게 꿈틀거렸다.

눈치 빠르게 알아 챈 한동민의 확신에 찬 눈동자는 나를 집어 삼킬 뜻 노려보았다.

민망하기 짝이 없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 제대로 숨기지 못하는 게

다 저 한동민 때문이라고..

마음이 울컥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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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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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감, 감기걸려..!!

여주는 자신의 입을 막았던 손으로 동민을 밀어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눈짓으로 동민을 노려보았다.

겁 먹은 강아지마냥 떨리는 눈동자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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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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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허,

밀려난 동민은 미간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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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감기니까 가까이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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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내가 뭘 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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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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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 응큼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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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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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머리 속에 뭐가 든 거야- (딱콩)

동민은 가볍게 여주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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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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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진짜..;;

여주는 억울한 눈으로 맞은 이마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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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짜증나,, (중얼)

먼저 얼굴을 들이민 게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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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근데, 집 좋다

동민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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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부모님은 바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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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밖에 아주머니분들만 계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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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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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외동이라 주로 혼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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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안 심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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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심심하지ㅋㅋ

병원에서는 가끔 간호사 언니랑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집에서는 혼자인 게 가끔 낯설기도 하다.

주중에는 하루의 반나절을 학교에 있다보니 외로울 틈 없이 지냈는데 오늘 같은 날은 텅빈 집이 외롭게 느껴졌다.

그래도 지금은 한동민이 옆에 있어서 외로움이 덜한 기분

집에서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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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이거 뭐야?

동민은 여주의 방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책상 밑에 놓인 선물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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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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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열어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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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안돼!

여주는 급하게 동민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덥썩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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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

동민은 낚아채진 손에 어떨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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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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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소중한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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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아.. 미안

동민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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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한동민에게 상자 안을 보여줄 수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가져온 한동민의 유니폼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교에선 입시로 들들볶는데, 이 계기로 차마 한동민의 꿈이었던 축구에 대한 기억을 상기 시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한동민에게 과거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의 나는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 여자아이에 불과 했으니까

지긋지긋한 병원을 퇴원하면서 결심했다.

새로 시작하자고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를 좋아해보는 것도 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야지 하며

다짐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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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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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상자 안에 뭐가 들었길래 애지중지래..;

상자를 아주 품에 꼭 껴안고 절대 보면 안된다는 눈치다.

그래도 멀쩡해보여서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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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야,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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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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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감기 걸린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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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그건 네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니까..

여주는 동민의 간다는 말에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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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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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내일은 학교 나와?

돌아서는 발걸음을 멈춘 한동민이 여주에게 슥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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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여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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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그럼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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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잘가..!!

내일 보자는 말에 금새 활기를 되찾은 여주였다.

동민은 돌아서는 등 뒤로 피식 숨을 내쉬었다.

여주의 집을 나서면서 동민의 입꼬리는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자신을 피하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 어젯밤 일을 기억하는 눈치인 여주의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김여주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사실이 무척이나 좋았다.

오늘 아침에 애먼 생각에 잠긴 자신이 우습게도 여주의 집을 나오면서 여러 복잡한 생각들은 씻은 듯이 내려갔다.

..

.

…그래, 그랬어야지

근데 왜 더 복잡해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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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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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흠칫)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동민에 여주의 놀란 눈은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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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뭐야, 갑자기..!

한동민에게서 슬금슬글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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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민

한동민은 그런 여주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게 이제와서 피하겠다는 건지

내게서 도망치는 여주의 거리감이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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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한동민이 이상하다.

틈만 나면 내게 얼굴을 밀고 들어오는데

자꾸만 그날 한동민의 입술 감촉이 떠올라 미칠 것 같다.

한동민은 아무렇지도 않나??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다가올 수 있는 거지?

한동민에게 마음이 휘둘리고 있는 내 자신이 바보 같다.

정말이지

이러다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게 분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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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

앟너무오랜만이닿(생존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