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인스타 좋아요 실수로 눌러버렸어요ㅠㅠ
06. 석진이가 요즘



뭐, 아예 영양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지.

도서관 창가에서 빛을 받으며 노트북 엔터 키를 이따금씩 눌렀다. 사실 먹은 게 거꾸로 나올 것 같다. 숨을 크게 쉬다가 또 숨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조용히 몸을 숙여 엎드렸다.

강태우? 뭐 걔, 잘... 생겼지. 그 정도면. 솔직히 내 스타일이냐 백 번 물으면 백 번 아니라고 할 상이었다. 연하에 근육빵빵에 찌들어있는 가오에.

성격도... 엄청 세 보이던데. 돌직구 스타일. 까고 밀하자면 피곤하고 눈치 보이는... 그런 애가 누나, 선배 이럴 거 생각하니까 이미.

이미 남자는 아니다 이거야.

날카로운 눈에 각진 턱에 적당히 큰 키는 종합적으로 내 취향과는 전혀 반대였다.

어휴... 잘 못 걸린 거 맞지? 경호과라더라. 그 말 들으니까 몸 좋은 게 다 이해가 갔었어.

창문 너머 저 멀리 보이는 복작이는 운동장에 괜히 기분까지 밍숭맹숭이다. 저 사람들은 무슨 연애가 그렇게 재밌어.

두 번의 사랑에 쉬운 건 하나 없었다.

하나는 치기어린 고딩 때의 일이고... 마지막 사랑은 아물지도 않았지. 연애가 쉬운 거라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보다 실전이 천 배, 만 배는 더 어려웠어. 성인이 되고 뼈저리게 느끼고 느꼈다.

하아... 암튼. 필기 정리나 해야겠다.

'네? 네? 교수님 뭐라고요? 교수님 한 번만 더 얘기해주세요 ㅠㅠ' 연발하며 정신없이 티이핑한 것도 다 정리하고 관련 서적도 참고해서.

빨리 그냥 졸업해서 평범한 회사원 1 하고싶다. 평범함. 평범한 거.

그냥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싶었다. 그치만, 근데... 안 되지. 못 되지. 난 못해.

그렇게 키보드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열 손가락 허벅지 위로 가져와서 목을 뒤로 꺾었다.

아버지 주주총회가. 내일인가?

뚝. 뚜두득.

위에 보이는 LED 형광등 하나, 둘, 셋, 넷... 하겐다즈 둘, 넷, 여섯. 그리고 사람 머리통. 머리통?

호다다 놀라서 바로 목 앞으로 멀쩡히 돌렸다. 아이, 깜짝이야. 그리고 어색하게 눈 마주치면서 인사 건냈지.

김여주
안녕하세요...

똑같이 부자연스럽게 허허 웃으며 그 남자도 말을 했어. 아오, 왜 여기서 만나.

???
아, 안녕하세요. 여기 자리가 없는데... 여기 앉아도 될까요?

주위 슥슥 둘러봐도 남은 자리는 내 왼쪽에 하나... 그래서 썩 밝은 표정은 아닌 채로 대답했지. 저쪽도 그리 원하는 표정은 아니었던지라.

김여주
아아 네에.


김남준
감사합니다...

김남준. 그는 김석진 친구. 엑스랑 같은 과에 같은 학번이고 나랑도 몇 번 봤으니 헤어진 건 알고 있을거다.

불편해. 불편해. 너어어무, 불편해.

ㅡ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두꺼운 원서 챙겨와서 코 박고 필기 고친 후에 피피티 열어서 대본 적고 사진도 추가하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노트북을 껐다.

아... 눈 아파.

주섬주섬 가방 챙기고 실내 실외 온도차 때문에 가져온 회색 가디건도 가방 안에 넣고. 일어나기 전에 잠깐 고민했다. 인사를 해야 하나...

김남준 선배랑은 그렇게 친한 게 아닌데. 인사 해야겠지? 안녕히계세요? 그렇게 말해야 하나?

묵묵히 있다가 왼쪽 책상을 두 번 콩콩 노크했다. 그러면 흑갈색 머리가 내 쪽을 돌아봐.

김여주
저기... 안녕히계세요.


김남준
아...

멍하니 눈 깜빡이는 선배 지나치려 일어났는데 낮은 목소리가 날 잡았다.


김남준
그, 여주라고 하셨나. 아무튼...

김여주
네?

그렇게 되묻자 목소리가 좀 크다고 생각했는지 가까이 와서 속삭였다. 그러고 한다는 말이,


김남준
석진이가 많이 그리워해요. 많이 아파하니까 다시 만날까 말까 하고 있으시면 얼른 연락해주세요.


김남준
걔 요즘 술 엄청 마셔요. 저는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그렇다고요. 그럼, 안녕히가세요.